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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Sep 28. 2024

붉은 뱀은 어디에

그래 바로 너였다

청청은 눈을 떴다. 골치가 지끈거려 왔다.

어두웠던 실내에 눈이 적응하면서 점차 자신이 실험실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험용 야수들을 가두던 우리 안이다. 내가 짐승이란 말인가? 이것들이 하며 청청은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 짐승의 우리는 청청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청청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옆 우리에는 주영범이 널브러져 있었다. 불교에서는 미인을 두고도 썩은 고름 덩어리라는 표현을 하며 덧없음을 설파하지만 정말이지 저 주영범이라는 놈만큼 썩은 고름 덩어리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놈은 다시없을 것 같았다. 대머리에 뚱땡이인 것만으로도 혐오스러운데 자신을 쳐다보는 그 호색한 눈초리라니! 청청은 이를 악물고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소에서 자신을 이렇게 저렇게 조치할 수 있는 인간은 없었다. 비록 소장이 따로 있고 자신은 부소장이지만 누구나 실제 권력은 자신이 더 크다는 것을, 그리고 그 큰 권력은 상하이의 높은 사람에게서 자신에게 보내는 특별한 '총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자신을 이렇게 실험동물 우리에 쳐 넣은 것은 '장군'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장군은 바로 그 상하이 높은 사람의 심복이었다. 그렇다면? 


"부미아오(不妙, 예사롭지 않아 라는 중국어)!"

청청은 혀를 츳츳 찬 후에 대처를 생각했다. 그녀의 눈은 점점 가늘어져 갔고 눈빛은 점점 파란 광망을 띄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는 결심을 하고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장청청의 결론은 그녀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있다는 것이었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생각이었다. 우선은 이 우리를 빠져나가는 것이 급했다.


장청청은 일단 자신의 상태부터 살폈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성기를 더듬어 보았다. 조금 전 살덩어리가 자긴의 성기 속으로 파고 들은 것은 그야말로 끔찍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볼 수는 없었지만 손가락에 전해지는 감각으로는 예전과 아무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성기 안에 살덩어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다른 곳으로 나가버렸나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살덩어리가 어디론가 가버린 것인지 아직 자신의 몸에 있는 것인지 알 방도가 없었다.


청청은 침착하게 바이오 생물학의 이론을 되뇌었다. 살덩어리가 자신의 몸을 떠났다면 좋은 일이고 자신의 몸이나 가까운 어딘가에 있다면 찾아내야 할 일이었다. 청청은 일단 자신의 몸을 하나씩 살폈다. 머리, 머리카락, 이마, 눈, 코, 귀, 입... 일단 눈이 이상했다. 실험실 우리에는 전등이 켜져 있지 않았다. 불빛은 우리 밖에 있는 각종 측정기들과 컴퓨터에서 나오는 조그만 LED 등 몇 개 정도였다. 그러나 청청은 우리 안의 모든 상황을 대낮처럼 다 알아볼 수 있었다. 귀도 이상했다. 사방이 조용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옷자락이 사락거리는 소리도 너무나 분명하게 들렸다. 이런 감각 이상이 발생한 것은 살덩어리와의 접촉이 원인일 가능성이 컸다. 만일 그렇다면 살덩어리가 자신의 몸을 떠났어도 영향은 주고 간 것이 된다.


청청은 불안감에 죽을 것만 같았다. 잠시 숨을 가눈 청청은 다시 목, 어깨, 가슴 등을 살피며 몸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자신의 피부에 가느다란 붉은 선이 미약하나마 그물처럼 전신에 걸쳐 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 살덩어리는 청청을 떠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눈물이 흘러나왔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나인가?


청청은 조용히 흐느끼면서 다시 배로, 허리로, 다리로 관찰을 계속해 갔다. 희미하게 나있는 붉은 선은 감각 기관을 따라 나 있는 것 같았다. 발과 다리에서는 밀도가 감소하다가 손가락이나 발가락으로 가면 짙어졌다. 유두 쪽으로도 짙었고 특히 눈, 코, 입, 귀 등에는 보이기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만져보면 내 몸이 아닌 조직이 실처럼 퍼져있고 중간중간 뭉쳐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상태라면 성기 쪽에도 볼 수가 없어서 그렇지 붉은 선 세포가 밀집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청청은 자신의 맘을 다져 잡았다. 어떤 상황이던 자신은 생물학자이다. 그리고 많은 유전자를 분석했고 많은 바이러스와 병원균을 연구했다. 일단 자신의 의식이 뚜렷하다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안심하게 하는 긍정적 요소였다. 가장 부정적인 신호는 뭘까? 장청청은 자신의 성기에 남아있을지 모를 살덩어리에 대한 정보 부재가 가장 큰 리스크라고 결론지었다. 일단 붉은 선은 자신의 몸에 붙어있더라도 감각을 공유하지 않으며 의식도 공유하지 않았다. 청청은 자신이 입고 있던 가운에서 펜을 꺼내어 팔에 그어 보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팔에 희미하게 나타나 있는 붉은 선을 자신의 피부와 함께 찢어본 것이다. 그러자 붉은 선은 잠시 끊어진 상태로 있다가 다시 꼬물거리며 원 상태로 이어졌다. 놀라운 것은 붉은 선이 이어지면서 자신의 피부 조직도 원상 복구가 되는 것이었다.


청청은 이제 자신의 성기에 있을지 모를 살덩어리를 어떻게 해야 관찰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장청청은 방법을 찾았다. 연구소의 규칙 상 이제 조금 있으면 실험용 동물들에게 사료를 준다. 그러이 자신에게도 사료 또는 식사를 줄 가능성이 컸다. 그때가 기회다. 바로 그때 실험실의 문이 열리며 위병이 들어왔다. 말이 실험실의 문이지 생물학적 방호를 완벽하게 구현한 P4급 생물학 연구실의 방호문이라는 것은 원자탄이 터져도 끄떡없을 정도의 문이다. 이 문이 한번 닫히면 문의 안과 밖은 완벽하게 차단된다. 위병은 약간은 긴장된 모습으로, 그리고 약간은 호기심에 얼굴로 들어오면서 청청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좋았어!' 청청은 위병이 주영범 쪽을 보지 않고 자신을 것은 사내놈들이란 똑같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판단은 옳았다.  


위병은 아마도 음식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트레이 두 개를 들고 다가왔다. 그는 먼저 널브러져 있는 주영범의 우리 앞에 트레이를 하나 놓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장청청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그의 눈길로 판단하건대 평소 언감생심 쳐다보기도 어려운 장청청이 우리에 갇혀있으니 수컷의 본능이 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장청청은 속으로 냉소를 치며 허리를 틀어 스커트 자락이 더 벌어지도록 해 보았다. 과연 위병은 즉각적으로 눈이 커지는 것이 아닌가! 위병은 얼굴을 붉히며 장청청이 있는 우리로 다가와 바닥에 트레이를 놓았다. 과연 트레이 안에는 무엇인가 먹을 것이 담겨 있었다. 


위병이 트레이를 놓은 순간 장청청은 우리의 쇠창살 사이로 손을 내밀어 위병의 양 손목을 잡았다. 위병은 깜짝 놀라 손을 움츠렸으나 청청은 놓아주지 않았다.

"이봐. 어째서 부소장인 나를 여기에 가두어 놓은 거지? 당장 문을 열지 못해?"

"장군님의 명령이오. 저에게 말씀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위병은 얼굴을 굳히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의 대답은 이미 장청청이 예견하던 바이었다.


청청은 얼굴에 억지웃음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 그래? 장군님이 뭔가 잘 못 생각하신 모양이네."

장청청은 손을 내밀어 위병의 얼굴을 만졌다.

"자세히 보니 꽤 미남이네? 귀여워!"

위병은 얼굴을 붉히며 장청청의 손을 뿌리쳤다.

장청청은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 위병의 사타구니를 갑자기 잡아쥐었다.

"오. 아랫도리는 튼실하네. 어때? 이 언니하고 한번 할까?"

위병은 화들짝 놀라 장청청의 손을 잡아 풀고는 뒷걸음질 쳤다. 그의 얼굴에는 욕망과 부끄러움과 당황함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고 그대로 뒤돌아 나가 버렸다. 장청청은 분했다. 평소 같으면 저런 놈과는 말도 섞지 않았을 것인데 지금은 유혹을 한다는 것이 빠꾸를 당한 꼴이 것이다. 이렇게 그대로 갇혀있다가 저 장군이 무슨 짓을 벌릴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그저 거만한 군부 홍얼다이(紅二代)로 알고 있지만 그는 당금 중국 최고 지도자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중국의 최고 핵심층 이너 서클 사람 외에는 없었다. 그는 하고 싶으면 그 어떤 짓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고 장청청은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불안했다.


장청청은 털썩 주저앉아 무릎 사이에 고개를 넣고 조금씩 흐느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몰랐다.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 연구소에서 진정한 자신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소장뿐이었다. 그러나 소장은 비굴한 인간이었고 장군 앞에서는 쥐 죽은 듯 자기의 의견은 반 마디도 말 못 할 것이었다. 아침이 되어 해가 밝으면 장군이 어떤 결정을 할지 자신이 어떤 짓을 당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장청청은 미칠 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실험실의 두꺼운 방호문이 다시 열린 것은. 그리고 나타난 것은 또 다른 위병이었다. 게슴츠레한 눈, 혁대 위로 얹혀 있는 두꺼운 배, 마치 주영범의 복사판 같은 놈이었다. 그는 어그적 어그적 장청청에게 다가오더니 실실 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가 입을 여는 순간 장청청은 마치 주변 전체가 그의 입냄새로 가득 차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부소장님... 샤오장(小張)이라는 놈한테 이야기 들었습니다요... "

그는 지저분한 순으로 뒤통수를 긁더니 말을 이었다.

"헤헤헤... 부소장님,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헤헤헤"

장청청은 토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이 난국을 타개하려면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 장청청은 일어나서 머리를 옆으로 털어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아라~~ 진짜 남자가 왔구먼... 그런데 날 상대할 자신이 있어?"

"아이고 부소장님, 제가 소싯적에는..."

"됐고 물건이나 꺼내서 보여줘 봐.  형편없는 물건이면 내 하이힐로 짓밟아 줄 거야."

두 번째 위병은 허둥지둥 단추를 푸르더니 볼품없는 고추를 꺼냈다. 그 자신이 보아도 너무 형편없었는지 뒤로 돌아서더니 자신의 손으로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장청청은 그의 잔등을 보며 자신의 상황을 저주했다.


둘째 위병은 돌아서더니 잔뜩 발기한 고추를 장청청에게 내밀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부소장님, 사실 저는 줄곧..."

"됐고! 이리 창살 사이로 집어넣어봐."

장청청은 뒤로 돌아 치마를 걷어 올리고 엉덩이를 들어 올려 창살에 가져다 대었다. 위병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허겁지겁 다가와 장청청의 엉덩이 사이로 자신의 양물을 들이밀었다. 그다음 순간 위병은 "으악!" 하며 연구소가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그는 장청청의 엉덩이 사이에서 자신의 양물을 잡아 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안에서 무엇인가가 그의 양물을 물고 빨아들였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체액이 양물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의식을 잃었다. 장청청은 차가운 얼굴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세를 유지했다. 위병이 쪼그라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체액이 자신의 성기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장청청은 확실히 인지했다. 자신의 신체가 이미 더 이상 이전의 신체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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