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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Oct 05. 2024

붉은 뱀은 어디에(2)

그의 기억

장청청은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전율이 흐른다는 표현으로 장청청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온몸의 세포에 전기적인 자극과 진동을 느낀 것이다. 자궁에서 전해오는 이 자극은 장청청의 몸 구석구석으로 전달되며 세포 하나하나를 자극했다. 이 자극에 반응하는 것은 장청청의 세포뿐만이 아니었다. 장청청의 몸 구석구석에 펴져있던 살덩어리의 세포 또한 반응하였다. 그리고 이들 세포들은 단지 자극을 수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살덩어리의 세포들은 조금씩 조금씩 장청청의 자궁으로, 아니 더 정확하게는 장청청의 자궁에 고여있는 위병의 체액으로 이동하였다. 


장청청은 이 전기적인 자극이 자신의 세포들을 하나하나 뒤흔드는 것을 느꼈다. 이 자극은 시간차를 두고 또 다른 자극을 가져왔다. 바로 성적인 자극이었다. 장청청은 자신의 세포 하나하나가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을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한 것처럼 관찰하였다. 장청청은 헉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몸 말단에서 시작되었던 자극은 점점 자궁 쪽으로 이동해 가고 이윽고 사라졌다. 장청청은 아쉬워하며 깊은숨을 쉬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 전체에 기운이 충만한 것을 느꼈다. 처음 느끼는 에너지가 온몸을 감돌며 힘을 전달해 주는 것이었다. 눈을 떠보니 어두운 실험실의 풍경도 제대로 다 사물을 구별할 수 있었다. 그렇다. 위병의 체액이 에너지로 변하여 장청청의 몸에 흡수된 모양이었다.


다음 순간 장청청은 큰 전기 충격이 온몸을 뒤흔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충격은 그녀의 몸 비밀스러운 곳에 있는 그 살덩어리로부터 온 것이었다. 장청청은 위병의 기억이 자신의 뇌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며 경악했다. 그리고 그 위병의 기억은 마치 고속으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자신의 뇌를 고속으로 통과하며 사라져 가는 것이었다. 그 기억의 끝언저리에서 장청청은 위병이 들어올 때 사용한 방호문의 비밀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비밀번호는 바로 080512, 장청청이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원촨 대지진이 발생한 2008년 5월 12일이었다. 


장청청이 정신을 수습하고 뒤돌아서 위병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자신의 뒤에 위병이 마치 미이라처럼 바짝 말라버린 시체로 바닥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위병의 성기는 끝 부분이 파열되어 있었다. 온몸의 체액이 일순간에 성기를 통해 장청청의 몸 안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위병의 목숨 따위는 장청청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장청청은 이제 방호문의 비밀 번호도 알았으니 실험실 우리에서만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야수를 가두는 데 사용하는 우리를 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위병의 체액을 흡수하고 신체가 변화한 것을 느낀 지금 장청청은 한번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우리 문의 창살을 잡고 잡아당겨 보았다. 늘어났다! 조금이긴 하지만 창살의 간격이 약간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청청은 다시 한번 우리 창살을 잡아당겨 보았다. 역시 약간 늘어났다. 하지만 늘어난 거리는 1cm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청청은 창살의 틈을 제대로 늘리려면 자신의 힘으로는 몇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알았다. 


초조해진 장청청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아이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옆 우리의 주영범이 눈을 뜬 것이다. 주영범은 영문을 몰라하며 두리번거렸다.  저 고름 덩어리 같으니! 하고 장청청이 혀를 다시 찬 순간 뇌리에 번득이는 생각이 있었다. 위병의 경우를 고려해 보았을 때 주영범의 체액을 흡수하면 우리의 창살을 늘려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장청청은 영범의 꼬락서니를 보고 토할 것 같았지만 지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청청은 옆 우리의 주영범에게 손짓을 했다. 영범이 눈을 껌벅이며 다가가자 청청은 다짜고짜 영범의 불알을 손에 쥐었다. 영범이 깜짝 놀라자 다른 한 손으로 영범의 목덜미를 잡아당기며 키스를 했다. 영범의 눈이 확장되며 놀란 것처럼 보였지만 거부하지 않았다. 역시 이 인간은 쓰레기야 하고 청청은 생각했다.  청청은 불알을 잡았던 손을 돌려 영범의 바지를 내렸다. 복부 비만인 영범의 허리에서 바지가 흘러내리게 하는 것은 그야말로 너무나 쉬었다. 하지만 영범의 성기는 시무룩한 상태였다.


청청은 속으로 '이 인간은 정말이지!' 하고 외쳤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영범의 성기를 입안에 넣었다. 눈을 꼭 감으며 자신이 빨고 있는 성기가 정상적인 다른 남자의 것이라고 상상하려 애를 썼다. 그러자 조금씩 영범의 성기가 기지개를 켰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청청은 뒤돌아 영범의 성기를 잡아끌어 자신의 몸속에 집어넣었다. 영범으로서는 그야말로 웬 떡이냐 싶은 순간이었다. 영범이 허리를 흔들어 대자 청청은 조금씩 아랫도리에서 감각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바로 위병이 체액을 쏟을 때의 감각이었다. 청청은 이제 잠시 후면 영범이 체액으로 변하여 자신의 몸에 흡수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영범에 대한 측은한 마음은 눈곱 만치도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몸을 섞은 채 허리를 흔들던 한 순간, 청청은 또다시 온몸에 전율이 흐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이제 주영범이라는 인간이 자신의 성기 속에서 소화(?)될 것을 생각하니 자신의 몸에서 새롭게 기운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느꼈다? 아니 뭔가 이상했다! 장청청은 자신의 몸 안으로 무엇인가 흘러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몸 밖으로 무엇인가 나가는 것을 알아챘다! 장청청은 놀라 몸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주영범의 성기를 바라보았다.


주영범의 성기 자리에는 이제 붉은 살덩어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붉은 살덩어리는 주영범의 비루한 성기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었고 마치 굵고 커다란 괴물 성기처럼 보였다. 장청청이 보고 있는 앞에서 불은 살덩어리는 점점 줄어들며 성기의 모습으로 변해갔고 온몸으로는 예의 붉은 선들이 퍼져나갔다. 그 붉은 선들은 보다 굵고 거칠었으며 주영범의 몸 전체가 붉은색으로 뒤덮여 갔다. 주 영범은 자신의 몸으로 퍼져나가는 붉은 선들을 쳐다보며 붉은 선들이 자신의 살과 결합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주영범은 자신의 몸 전체를 관통하는 전기 충격을 느꼈다.


장청청은 전신의 힘이 빠져나가며 서 있기 조차 힘들어 바닥에 펄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주영범의 몸이 꿈틀거리며 경련하는 것을 맥 놓고 보았다. 주영범은 이윽고 이얏 하는 소리를 지르며 우리의 창살을 잡아끌었다. 놀랍게도 창살은 '뿌드등' 하는 소리와 함께 벌어졌고 주영범은 우리 밖으로 나섰다. 장청청은 나도 나도 하며 소리치려 하였으나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말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주영범은 간신히 쳐다보고 있는 장청청을 보고 싱긋 웃더니 방호문 쪽으로 멀어져 갔다. 그리고는 방호문에 암호를 입력하지 않는가! 장청청은 점차 의식이 멀어져 갔다. 장청청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주영범이 방호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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