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의 이카로스

간편소설 열

나 다이달로스의 아들 이카로스가 추락하면서 절박하게 되뇐 것은 날아오르기 전에 아버지가 한 당부였다. 너무 높게 날지 마라! 밀랍으로 이어붙인 깃털들이 태양의 열기에 속속 떨어져나가는 꼴을 보면서 나는 절규했다.


“안돼. 한 번, 한 번만 더…… 우라질.”


추락의 가속도에 삼켜진 몸뚱이. 그로부터 분리된 나의 정념은 예리한 빛의 화살촉이 뚫어 놓은 창공의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 덩어리의 정념체로서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머나먼 동쪽 끝, 커다란 강이 흐르는 거대 도시의 하늘로 옮겨왔다. 그리고 다시 추락해 지상에 있던 한 청년의 몸속으로 머리통부터 처박혔다. 거꾸로 된 자세를 수습하는 사이, 나는 예감했다. 방금 들어온 이 몸을 통해 내가 절규했던 바를 이루게 되리라는 것을. 그러니까 한 번, 한 번만 더…… 날고자 하는 바람을 실행에 옮기게 되리라는 것을.


몸의 주인인 청년은 공시생이었다. 9급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아슬아슬하게 미끄러진 후 자기 암시와 희망 고문으로 5년을 탕진했다. 뒤늦게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스펙 하나 없는 서른 살의 응시자를 눈여겨봐주는 회사는 없었다. 서류 심사에서부터 탈락을 거듭하다가 어렵사리 마주한 면접관은 공시 출신이라는 한 마디에 난색을 표했다. 그런 와중에 청년을 받아주는 회사가 나타났다.


“무엇보다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세요.”


스펙 대신 근로 의욕에 주목한 회사는 야근에 특근을 밥 먹듯이 하는 곳이었다. 문제는 그 밥이 공짜라는 것, 그리고 아낌없이 보여준 열정의 대가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는 것. 그런데도 이력서에 써넣을 경력 하나 얻을 요량으로 아침에는 코피를 쏟고 밤에는 기절하듯 잠드는 생활을 넉 달가량 견뎌내다가 결국 사표를 던졌다.


가난한 집안의 서른 넘은 백수. 자립은 절실, 취업은 막막. 편의점 알바 일과 공시 준비를 병행했다. 전일적으로 매달려도 넘지 못한 커트라인에서 더 모자란 결과를 받아든 청년은 마지막 승부를 걸었다. 무료 급식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공시만을 쪼았다. 하지만 추락하는 인생을 받아줄 합격이란 매트는 끝내 비껴갔다. 그리하여 바닥이 없는 무저갱의 지옥 같은 검은 강물을 굽어보며 다리 위에 섰다.


잠깐의 망설임을 건너 허공으로 뛰어든 몸의 안쪽에서 나는 날개를 펴고 안간힘을 썼다. 너무 낮게도 날지 마라! 아버지의 또 다른 당부가 사무쳐오는 순간, 몸은 물속으로 잠겼다. 그리고 생선처럼 펄떡이다가 나무토막처럼 떠올랐다.


그 몸과 더불어 마지막 한 번의 비행을 마친 나는 검은 물 위에 누워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윽고는 옆으로 고개를 꺾어 강변을 바라보았다. 눈부신 불빛들이 붙박여 있거나 흘러가는 그곳은 딴 세상 같았다. 그 때문에 신물처럼 올라오는 불평을 게워냈다.


“우라질, 더럽게도 밝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