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단상 #거짓말을곁들인
다양한 커피와 두 종류의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2,500원인 동네 커피숖. 내일 점심으로 먹을 감자 샌드위치와 지금 마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산다. 딱 필요한 만큼의 친절. 커피는 나쁘지 않다.
익숙한 대기업 본사가 있는 사거리 주변으로 열 개가 넘는 신호등이 리듬에 맞춰 깜박이고 있었다. 신호에 따라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차량들. 몇몇 신중한 운전자들은 헤드라이트를 켜놓은 상태다. 그즈음의 아주 옅은 석양. 나쁨 정도의 미세먼지. 20층 높이의 건물 뒤로 남산타워가 제법 가깝게 보인다. 추운 계절을 낯선 수도에서 버텨낸 덕일까. 뿌연 석양 속의 타워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버님이 살고 계신 골목에 도착했을 때 느껴지는, 이제 긴장을 좀 풀어도 되는 영역에 닿은 기분. 돌아갈 곳이 한 곳 더 생긴 걸까.
겨울옷들을 정리해 고향집에 두고 왔다. 옷이 쌓여 만들어진 무더기가 산 만했다. 그 많은 옷을 정리해 분류하고 차에 구겨 실었다. 용달트럭이라도 부르는 게 맞을까? 싶을 정도의 겨울을 세탁소에 맡기고 묵은 먼지들을 잘 털어내주시길 부탁드렸다. 금세 찾아올 다음 겨울을 준비해 달라고. 봄맞이 옷장정리에 전 국민이 분주한 주말. 세탁소 사장님은 정신없이 행복하다. 이제는 척척 일을 쳐내신다. 십 년 경력의 척척박사 사장님은 십 년째 내 이름을 틀리게 부르고 있다. 그건 동생의 이름이라고 두 번쯤 말해본 것 같은데. 이제는 그냥 세탁소에서는 동생의 이름이 되기로 했다. 무슨 상관이랴. 교장선생님 훈화 같던 겨울은 끝나고 야구를 볼 수 있는 계절이 되었는데. 그리고 봄은 올해도 정직한데. 내 이름이야 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