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구중심대학의 안타까운 기술이전
2016년 국감이 사실상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정치, 산업,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각 분야에서 아주 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유독 필자 눈에 들어온 과학 기술 쪽 이슈가 하나 있었다. 바로 ‘기술이전' 문제다. 기술이전은 연구개발을 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 번은 맞닥뜨리게 되는 이슈다. 특히, 학연에 재직 중인 사람들은 실적보고 때문에라도 ‘기술이전’에 깊이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기술이전' 중 아주 독특한 이슈가 2016년 국감에 두 가지 정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먼저, 하나는 국가 연구개발(R&D) 수행 중에 발생한 ‘신박한' 기술이전이다. 재료 혹은 장비 납품으로 업력과 관계가 오랫동안 쌓이거나 앞으로 쌓일 외부 업체가 그동안 납품 거래의 실질적 상대인 ‘연구자'가 수행하는 과제에 참여기업으로 들어가거나, 수행 완료되어 개발된 기술을 이전받으며 합법적인 ‘리베이트 혹은 비자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방에 소재한 연구 중심 대학 유XXX에서 2011년에 세XXXXX에 기술이전한 세계 최고의 이차전지 양, 음극 활물질 양산 기술이 ‘기술 먹튀'로 귀결될 거라는 것이다. 이 기술은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이뤄진 기술이전 규모 중 최대라 평가되는 64억원 기술료가 지급되어 2011년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것이었다. 기술이전에 크게 이바지한 핵심 연구진 중 하나는 기술이전 성과급으로 독일 최고급 수입차를 일시불로 구매하며 잘 타고 다닌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연구자들이 성공적인 기술이전으로 합당한 보상도 받고 부자 되는 과학기술자의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나 했다.
적어도 이 칼럼을 쓰기 한두 달 정도 전까지는 필자도 그런 줄 알았다.
안 그래도 여러 경로를 통해 민원성 하소연과 이슈가 있었지만, 그냥 시기와 질투였겠지라며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필자도 10여 년 전에 차세대전지 성장동력 사업단을 총괄 운영하며 온갖 시기와 질투로 갖은 중상모략을 다 받아 본 처지라 더더욱 입장이 이해가 되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었다. 지난 5년간 다른 일들이 바빠 ”그래?”하고 잊었던 차라 필자로서도 많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은 너무 잦고 가벼운 수준의 ‘세계 최고…….'의 보도 자료로 ‘세계 X대 이차전지 교육 및 연구기관……’ 식의 홍보 역작용이 우려되어 그걸 지적하는 정도였을 뿐,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자체를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2013년 국감에도 지적받았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술이전에 관한 언론 취재로 뉴스1에 보도된 내용 일부를 그대로 전재하여 본다면,
…...“전문가들은 유XXX가 개발한 2차전지 소재기술은 애당초 혁신성이 떨어지는 기술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료를 산정하는 절차도 없었다. 그런데도 유XXX는 '기술이전료 64억원'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창조경제의 롤모델'로 이 사안을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경민 의원은 "2차전지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세XXXXX에 이전된 기술은 '양산공정·대량합성·저가격'을 달성할 수 없는 기술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기술도 없고, 기술평가도 없는 기술을 산정과정도 없이 중소기업에게 뻥튀기한 기술료를 강압적으로 받도록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유XXX는 다음과 같이 해명하고 있었다.
…...“이같은 지적에 유XXX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세XXXXX는 SXXXX로 기술을 넘겨 SXXXX에서 공장을 설립하고 견본을 만들어 현재 해외와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며 "하지만 과거 유XXXX가 1400억원 목표치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해명했다.”…...
오해로 빚어진 사소한 해프닝이란 해명부터 시작하여,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이고 뭔지 모르지만, 상황이 심각하다는 소문까지 있다가 급기야 ‘기술이전사기’, ‘기술먹튀’라는 평가가 나온 상황이란 거다. 하지만 공개된 자료가 많지 않아 그런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저간의 사정이 알려진 게 없어 그동안은 사건의 핵심이 뭔지 파악조차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필자 입장에선 관련 논문과 특허, 그리고 이차전지 출범 초기부터 수없이 많은 다른 사건을 다룬 입장에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단순한 오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이미 2013년 국감 때도 한번 지적받았던 사안이었으니, 기왕에 지적받은 마당에 2, 3년 정도 더 기술이전과 양산 설비 설치 및 최적화에 온 힘을 기울여 집중했다면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설사 이전하고자 한 기술이 재현성이 떨어지거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당장 시장에서 팔리는 수준 제품을 주장한 바의 경제성에 입각해 생산할 수만 있었어도 이런 오명은 쓰지 않았을 거라 보인다. 그랬다면 “양산 성공했지만, 아직 납품을 따진 못했다” 라는 평가는 있을지 언정 적어도 ‘기술 먹튀'라는 오명을 쓰진 않았을 거다.
추가로 입수된 자료에 따르면, 양극활물질 양산은 기업에서 사실상 포기 상태고, 음극활물질은 천연흑연에 일부 결정화한 실리콘을 기공에 올리고 한 번 더 비정질 카본막을 코팅하는 식의 ‘회사 자체 보유 특허’(2005년 7월 출원)에 기초하여 개질 흑연재를 제조할 수 있는 로터리 퀼른과 주변 설비가 있다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 특허는 유XXX의 2014년 유사 특허 데이터 하나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지만, 보유기술 내용과 가장 일치한다. 기업과 학교 사이가 알수 없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유XXX가 2011년부터 총 4차례에 걸친 기술이전이 양, 음극 활물질의 대량생산이 용이하다 홍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체적인 결과가 없다. 그러다 보니, 천연흑연 개질 기술의 가능성도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이게 이미 3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니 필자도 너무 무관심했던 게 아닌가 싶다.
‘기술 먹튀’, ‘기술이전사기’라는 말은 당장은 성급한 평가일지도 모른다. 이 오명을 해명하기 위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유XXX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유XXX의 ‘기술이전사기’, ‘기술먹튀’도 이미 문제 제기된 지 3년이 흘렀고 아직도 그 진실과 실체가 밝혀진 게 없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기 전에 유XXX에서 전향적인 선택과 판단을 하여,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오해받은 부분은 푸는 게 현명하지 않나 싶다.
특히 신생 교육 및 연구 기관으로 이 이슈가 지속한다면 학부모님들로부터의 신망에 지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소극적인 변칙보다 적극적인 원칙을 넓게 적용하여 오해를 푸는 게 정무적으로도 맞다. 내부에서 쉬쉬하기 보다 당당하다면 객관적인 검증도 받아보길 권한다.
그래서, 기술이전 실패가 맞다고 재차 확인되면 깔끔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사기라는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업에 기술료 전액을 반환 후 유XXX와 SXXXX는 새로운 관계로 기술이전이 아닌 공동연구 등을 다시 시작하는 게 이치와 순리에 맞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라면, 갤럭시 노트 7 이상 발화 사건 때의 삼성전자의 대처가 유XXX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처음엔 섣부른 판단으로 큰 실패를 초래했고 70억달러 정도의 엄청 큰 손실을 본 삼성전자였지만, 10월 11일쯤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했다. 실패의 인정은 반성으로 이어졌고 반성은 곧 삼성전자의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그 결과, 전례 없는 협력사 손실 보전, 그리고 삼성종기원의 역할 부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령, 실패를 인정하고 반성한 후 기업에 기술료를 반환하는 것이 유XXX의 백년지대계의 시작일 수 있다. 설사 법적으로는 반환의 의무가 없더라고 실패를 인정하고 과도할지라도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세가 지금은 필요하다.
갤럭시 노트 7 이상 발화 사건으로 수많은 국내외 매체들이 필자에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어느 매체에 필자가 인터뷰 도중에 이런 이야기를 한 바가 있다.
“실패를 인정할 줄 알고 과도할지라도 하지 않은 일의 도의적인 면에도 책임지고 일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 책임감으로 언제나 많은 일을 떠맡아 하다 보니 그게 어느 사이에 실력으로 남아 있더라.”
모쪼록, 유XXX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며, 지금의 실패 인정, 책임지는 자세가 유XXX의 이후 100년을 결정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며 괴물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10.22,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