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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May 12. 2024

리더십 교육은 얼마나 성과를 낼까?

한 달 동안 몇 차례 제안서를 주고받으며 미팅도 했던 고객사의 리더십 프로젝트가 최종 진행이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담당자는 너무 미안하다는 말로 위로하면서 하반기에 다시 한번 시도해 보겠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보냈지만 이런 상황을 경험한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이유가 뭐예요?"

"올해 새로 오신 경영지원 본부장님이 재무 출신인데 회사가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며 섣불리 돈 쓰자고 하기가 곤란하다고 걱정해요.." 


경기가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우리 같은 교육업체는 당연히 위축된다. 대부분 리더십 교육에 대한 비교육 담당자들의 시각이라는 것이 

"안 한다고 꼭 안 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위기 시 가장 먼저 경비감축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

"코로나 때 한동안 안 했어도 전혀 문제가 없더라" 등의 상처 주는 말로 우리 같은 교육 종사자들의 마음을 후벼 판다. 

근데 여기서 끝났으면 좋을 것이 한마디 더 한 것이 나의 귀를 거슬리게 했다.

"차라리 기술교육, 직무교육을 하래요.. 리더십 교육은 그냥 뜬구름 잡는 이야기 아니냐고.."

갑자기 울컥했다. 

" 아니 차장님은 그 소리를 그냥 듣고만 계셨어요?"


나는 화가 났다. 소위 무식한 경영지원 본부장이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교육담당자라는 사람이 그냥 얌전히 듣고 있었다니.. 

리더십 교육이 뜬구름 잡는 소리라면, 왜 지금도 그렇게 많은 기업과 조직에서 진행되고 있단 말인가? 정말 기술, 직무 교육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가? 


마이클 프레제, 프란시스코 캄포 등은 2017년 서아프리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개인의 자기 주도적 행동, 기획, 목표설정, 피드백을 가르치는 것이 전통적인 재무, 마케팅, 회계 교육보다 훨씬 수익을 높이고 사업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Teaching personal initiative beats traditional training in boosting small business in West Africa) 


 1,500명의 창업자를 모집해서 전통적 교육그룹, 자기 주도적 행동교육 그룹, 통제그룹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실험을 진행했다.  

전통적 교육그룹에게는 금융, 회계, 인사, 마케팅 등이 교육했고, 자기 주도적 행동교육 그룹에게는 주도성, 혁신, 기회탐색, 목표설계, 피드백 주기 등이 교육을 4주 동안 주 3회씩 반나절 세션으로 36시간 강의실 교육했다.

이후에도 트레이너가 기업을 방문하여 3시간 동안 추가 교육을 진행했다. 

물론 기업은 이때 적지 않은 교육비를 지불했다. 


교육 이후 약 2년 5개월간의 비즈니스 성과를 추적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전통적 교육그룹이 월별 수익률이 통제그룹에 비해 17% 증가한 것에 비하여, 자기 주도적 행동교육을 받는 그룹은 30% 이상의 수익률 증가를 보였다.    

또한 자기 주도적 교육을 받은 기업일수록 창의적 아이디어가 많아 신제품 출시율이 높고, 제품이 다양화되어 경쟁력을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왜 이러한 결과차이를 보였을까? 


이렇게 결과 차이가 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전통 교육은 특정 비즈니스에 대한 점진적 변화와 관리 기술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자기 주도적 행동 교육은 심리적 통찰력을 활용해 기업가정신을 육성하고 도전 환경에 대한 사전 대응 능력을 키워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적 개선 마인드와 세밀한 계획 수립 역량을 길러 경영 전반의 역량을 높였다고 한다. 


담당 차장님께 열심히 이 연구결과를 침 튀기며 설명을 하였지만 그가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내 이야기를 미안한 마음에 듣는 척하면서 무식한 본부장의 뜻에 따라 뜬구름 잡지 않는 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리라 


아직도 리더십 교육을 '돈만 쓰는' 소리라고 폄훼하는 무식한 사람들이 있다니 안타까웠다. 그래도 차장이라도 이 정도의 연구 근거를 가지고 반박하며 리더십 교육의 가치를 주장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설득은 어렵겠지만, 최소한 자신의 가치를 당당히 외쳤으면 좋겠다. 

경기침체로 속상할 이 땅의 교육담당자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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