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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Jun 02. 2024

창의적 아이디어를 선정하려면

팀회의를 지켜보던 김팀장은 많이 실망스럽다. 이번 상무님께서 새롭게 추진하시는 신규고객 창출 기획안과 관련해서 강대리가 말하는 아이디어가 이미 몇 년 동안 시도 했었지만 잘 안되었던 너무 뻔한 이야기이다. 


오늘 아침 팀장회의에서 옆팀 최팀장의 팀원들이 석 달 전 제안했던 재방문 고객 퀴즈 이벤트 기획안이 지난달 꽤 좋은 성과를 올려 상무님께서 크게 칭찬하시는 것을 본 이후 더 답답하다.

왜 우리 팀원들은 참신한 녀석들이 없지?

 

"저기. 미안한데.. 강대리! 아이디어가 너무 뻔하지 않아? 좀 더 참신한 거 없어? 크게 돈 안 들어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성과 올리는 거 많잖아.. 옆팀에 지난달 성과 올린 기획안.. 다들 알지? 재방문 고객 퀴즈 이벤트.. 그런 거 좀 없을까?"

 김팀장의 말에 팀원 전체가 입을 다물었다.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침묵을 깨고 결심한 듯 오 과장이 말한다.

"팀장님! 그 아이디어 말입니다.. 그거 옆팀에서 기획하기 전에 저희 팀 강대리가 먼저 제안했던 것이거든요.. 그때 팀장님께서 너무 뻔한 거라고.. 거부하셨던 아이디어인데.."

"뭐라고? 내가 그랬다고?"

팀원들 모두 나의 질문에 시선을 회피한 채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인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얼마나 혁신적으로 현실화되는가와 관련해서 그동안 좋은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 강조되었다면, 이제는 아이디어 창출 이후의 현실화할 때까지의 과정에서 필요한 아이디어 선정, 실현화를 위한 설득 및 집단사고, 조직문화의 개선까지 그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저스트 버그는 "Balancing on the creative highwire : Forecasting the success of novel ideas in organization"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누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서 그 판단자가 어떤 입장인가에 따라 예측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서커스 예술산업단 사람들이 새로운 서커스 공연의 성공을 예측하는 능력을 비교하는 실험에서 아티스트 (창작자)는 제작자(서커스 감독) 보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를 정확하게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는 창작자의 경우는 아이디어의 발산적 사고(아이디어 창출)와 수렴적 사고(아이디어 평가)의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하지만, 제작자의 경우 아이디어 평가의 역할, 즉 수렴적 사고만 한다고 하면서, 

아이디어를 평가에는 두 가지 사고의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에 창작자의 평가가 정답 예측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후 추가실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사람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평가직전 6분 동안 아이디어 평가기준에 대해서 작성하게 하고, 다른 한 팀은 평가직전 6분 동안 본인도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제시해 보는 시간을 부여했다.

  

그 결과 평가기준을 작성했던 팀은 평가한 아이디어가 51%의 정확도를 보였지만, 아이디어를 직접 제시했던 팀은 약 77%의 정확도를 보여 아이디어를 평가 직전 창작자의 행동을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정확한 평가에 도움이 되는 것을 증명했다.  

 

김팀장은 최근에 아이디어를 평가할 때 세 가지 버릇이 생겼다.


첫째! 아이디어 회의 시작하기 직전에 혼자서 10분 동안 본인이 실무자라면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평가만 하다가 다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역할을 해보니,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물론 실패할 일을 가급적 피하려는 관리자 특유의 위험회피 성향을 극복하고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아이디어 평가에 임하게 되었다.


둘째! 가급적 아이디어 제안자의 동료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제안 당사자는 전문성이 높고, 확장적 수렴적 사고의 상호작용으로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지만,  이해관계가 크고, 자기 편견이 있어 정확한 판단을 못할 수 있다.. 

반면 제안 당사자의 동료들은 창작자로서의 제안 당사자와 동일한 자격은 있으면서도 편견을 벗어나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세 번째는 늘 자신의 편협한 생각이 좋은 아이디어를 사장시킬 수 있다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이 세 가지를 항상 책상 모니터에 새겨놓고 지키려고 한다.

여전히 일부 팀원들에게 고루하다는 평가도 받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팀원의 의견을 듣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하는 김팀장의 노력은 조직 전체에 긍정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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