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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와 F의 차이 이해로만 갈등을 해결 할 수 없다

by 장철우

친구한테 길을 잃었다고 전화가 왔다. 당신의 반응은?

1번 – 네이버 지도 있잖아, 빨리 켜

2번 – 아이고.. 지금 어디야? 괜찮아?

여기서 T들은 1번을 선택하고, F는 2번을 선택한다.

그러면서 그걸로 문제해결이 되느냐고? 또는 그렇게 공감할 줄 모르냐면서 서로 싸운다.

T와 F의 차이를 알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친다.

아.. 그래서 내가 상처를 받은 것이었구나, 아 그래서 친구가 내게 저렇게 말한 것이었구나.. 그리고 거기에 맞는 대응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렇게 T와 F의 차이를 이해하고 대응하면 대인관계가 잘 해결되고 갈등이 해소되는 것일까?

물론 누가 나와 유형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만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된다.

그리고 거기에 적절한 대응은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복잡한 대인관계를 해결할 수는 없다.

자신의 성격유형과 다른 상대의 성향에 맞춰 소통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T인데 자꾸 다른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받고, F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타인에게 퉁명스럽게 대해서 정말 F 맞냐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는 것이다.

기존 MBTI로는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심리학자들에게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는 MBTI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T와 F차이에 대한 엄청난 인기 때문이다.

T와 F의 차이는 가장 인기 있는 MBTI의 콘텐츠다.

유튜브에 MBTI를 검색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공감과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이 바로 T와 F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 들이다.

남자는 T, 여자는 F로 조금은 과도하게 극 T와 극 F의 모습을 보이면서 극적인 갈등의 모습을 보이는 스케치코미디, 드라마, 콩트 등은 엄청나게 인기가 높다.

또한 여러 가지 질문들에 대해 T와 F가 정반대의 행동에 관한 답을 주장하면서 서로 이해가 안 된다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면 수많은 좋아요, 공감의 댓글이 달린다.

이런 T와 F차이를 통해 우리는 왜 타인과 소통이 안되었고, 서로를 오해했고, 갈등이 발생한 원인을 찾아 한걸음 더 나아간 갈등해결의 모습을 보이고 이는 MBTI의 엄청난 공헌이다.


그런데 간혹 이런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는 T나 F로 구별하는 거 잘 모르겠어요.. 저랑 아주 친한 팀장님은 팀 내에서 소통할 때는 아주 철저하게 논리적이고 체계적이고 회의 때마다 사람 가슴을 후벼 파는데 본부회의나 고객과 만날 때는 간쓸개 다 빼줄 것처럼 하하 호호하고 그렇게 사람 좋은 F일수가 없더라고요… 팀장님은 T인가요? F인가요?"


"저는 F와 T의 차이를 만드는 영상을 보면 이건 전형적인 F의 장난 같아요.. 마치 T들이 너무도 비 인간적이라 잘못되었다는 인상을 주는데 사실 제가 경험한 바는 오히려 F들이 이상하게 이중적이고 불명확해서 답답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리고 F인데 타인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 저는 종종 봅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첫째 상황에 따라 T와 F가 달라지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

둘째 F임에도 불구하고 T의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 T임에도 F의 성향을 나타내는 사람은 어떤 존재냐?

라고 말 할 수 있다.


첫 번째 상황에 대응하는 심리학 이론이 바로 SST (Situation Strength Theory), 즉 상황강도 이론이다.

이는 개인의 성격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상황의 강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남자들이 처음 군대를 가면 그 이전에 사회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모두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게 된다.

엄격한 규율, 규칙을 강조되고 정해진 시간 내 정해진 행동만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성격이나 특성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모두 하나처럼 행동하는데 상황의 강도가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너무 외향적이고 수다쟁이가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는데 입사첫날 팀장이 말한다.

"회사에서는 입 다물고 과묵하게 행동하는 거야!"

이 상황에서 그 신입사원이 자기 성격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는 아마 팀장이 시킨 대로 자신의 외향적 성격을 꽁꽁 감춘 채 직장생활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언제 각자의 개인 성격이 드러날까? 바로 상황이 약해질 때 이다.

직급이 올라가거나.. 퇴근했을 때, 회식장소 이런 데서는 아마 그의 외향적 성격이 잘 드러날 것이다.


팀원들 사이에서 극 T성향의 팀장은 팀의 상황강도가 아주 약하기 때문에 자기 성격대로 편하게 행동하면서 그대로 T의 성향을 보여준다.

반면 고객을 만나거나, 본부회의에 가게 되면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기에는 상황의 강도가 강하다.

본부의 다른 팀과 협업을 해야 하고, 고객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논리적인 T보다는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배려의 F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MBTI의 성격유형에 상황강도 이론을 추가적으로 보완해야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두 번째, F인데 T처럼 행동하고, T인데 F처럼 행동하면서 F인 게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는 BIG5 검사를 병행해 보는 것이 좋다.


심리학자들이 MBTI를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BIG5이론이다.

현재 가장 과학적인 성격검사로 높은 신뢰도와 타당도를 자랑하지만 안타깝게도 막강한 MBTI의 인기를 따라가기 너무 버겁다.

MBTI는 명확하게 ESTJ, INTP 등등으로 성격을 규정짓고 상대와의 차이를 구별하여 흥미롭게 접근하지만 BIG5는 5가지의 대표적인 성격유형, 외향성, 우호성, 성실성, 신경성, 개방성 등에 대해 각각 점수가 어느 정도이다라는 것을 표기하다 보니 무슨 유형이라고 구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너 BIG5 뭐야? 하면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런던대학교 심리학자 Adrian furnham교수는 2003년도 이 Big5와 MBTI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여기에서 MBTI의 T, F와 관련 있는 Big5 요소는 우리가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우호성이었다.

그런데 퍼넘교수는 여기에 Big5 요소를 더 추가했는데 그게 바로 성실성(Contiousness)이다.

성실성은 조직의 규율, 목표설정, 구조화된 행동에 대해 체계적이고 책임감 있고 장기적으로 몰입하는 특성을 말하는데 furnahm교수는 성실성 팩터가 높은 사람이 T성향이 높고, 성실성 팩터가 낮은 사람이 F성향이 높다는 상관관계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성실성이 높으면 T, 성실성이 낮으면 F가 된다고 제안한다.


정리하면 T면 우호성이 낮아서 일수도 있지만 성실성이 높아서 일수도 있고, F면 우호성이 높아서 일수도 있지만 성실성이 낮아서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혹시 T성향 같은데 진단하면 F고, F성향 같은데 진단하면 T라면 이런 분들은 Big빅 5 검사를 한번 해보고 거기서 우호성과 성실성을 확인해 보자.

그러면 우호성이 높은데 성실성이 높아서 T성향인 경우도 있지만 우호성은 낮지만 성실성이 낮아서 F성향인 분들을 찾을 수 있다.

타인배려를 눈곱만큼도 안 하는데 F라고 나온다.. 아마 성실성이 낮아서 그럴 수 있다

매우 우호적이고 타인감정을 공감하는 데 T라고 나온다. 아마 성실성이 높아서 그럴 수 있다.

물론 furnahm 교수는 이 연구결과가 big는 성격검사이고, MBTI는 선호도 검사라는 근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렇게 예측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생각해 볼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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