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메일로 비슷한 내용이 자주 도착한다.
“이직할까요? 아니면 제가 버텨야 할까요?”
우리는 결정을 앞두면 본능적으로 ‘결심’을 서둘러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결심이 아니라 검증이다.
“정말 떠나야 하는가?”보다 먼저,
“내가 무엇을 확인하지 않고 흔들리는가?”를 묻는 일 말이다.
입사 6개월의 답답함, 7년 차의 무료함, 팀장 2년 차의 정체감, 명퇴를 앞둔 불안—
이 네 가지 서로 다른 시간에 놓인 같은 고민을 체크리스트로 풀어보려고 한다.
입사 6개월차 김사원은 출근길마다 “이 회사, 아닌 것 같아. 출근하기 싫다”라고 중얼거린다.
막상 이유를 묻자 상사 때문인지, 일 때문인지, 기대와 현실의 차이인지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다.
많은 신입이 스스로의 성향 탓을 하지만, 초기에는 환경이 더 큰 영향을 준다. 회사의 규범과 절차가 강하면 개인의 역량이 드러나기 전에 답답함부터 느낀다.
이 답답함은 부적합의 증거가 아니라 훈련 구간에서 흔히 느끼는 체감일 수 있다.
지금 김사원에게 필요한 것은 '도망'이 아니라 '질문'이다.
상사의 피드백이 정말 부당한가, 아니면 내가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나?
내가 싫은 건 일 자체인가, 아니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경험은 정말 무의미한가?
신입의 불편함은 대부분 성장통이다.
"여기 아닌 것 같아" 라는 감정만으로 내린 결정은 너무 성급하다.
박과장은 일에 익숙하다. 팀장 바로 아래에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한다.
일이 빠르게 끝내다 보니 여유 시간이 늘었다. 그래서 더 이상 배울 게 없고 일이 지루하다고 느낀다. 점심시간마다 구직 사이트를 열어보는 게 습관이 됐다.
우리는 즐거워야 성과가 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종종 반대의 순서가 관찰된다. 성과가 만족을 끌어올린다.
나는 박과장에게 한 달간 작은 재배치를 권한다.
반복업무는 유지하면서, 전체 시간의 30%를 미니 프로젝트로 바꾼다. 업무중 주요지표에 해당되는 것 (예를 들면 전환율, 리드타임, 불량률 어떤 것도 좋다) 한 가지를 정해 10~20% 개선을 목표로 미세 개선을 설계한다.
매주 전후 데이터를 세 줄로 정리해서 팀장에게 보고한다. 한 달 뒤 그래프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두 길이 열린다. 내부적으로 역할을 재설계해 미니 프로젝트를 정식 회사 업무과제로 만든다.
만약 팀장이 보고에 시큰둥 하거나 무관심 하면 시선을 외부로 돌리자. 그러면 최근에 만든 작은 성과들이 포트폴리오가 된다.
핵심은 재미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고, 성과를 만들어서 재미를 불러오는 것이다.
팀장 2년 차 이부장은 실적도 괜찮고, 팀원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본인은 더 이상 배우는 게 없다고 느낀다.
회의가 끝난 후 혼자 커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내가 여기서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이 시점의 키워드는 예측 가능성이다. 팀은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한눈에 보일 때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그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 팀장이다.
나는 이 부장에게 간단한 일주일 루틴을 제안한다.
월요일에 15분 스탠드업 미팅을 열어 이번 주 목표와 그 목표의 장애물을 두 줄로 공유한다. 수요일에는 반복적으로 자신이 승인해 주는 업무중 세 가지를 골라 권한과 한도, 예외를 명문화 해서 팀원에게 위임한다.
금요일에는 "이번 주 팀장 없이도 굴러간 일 한가지"를 팀 게시판에 기록한다.
두달뒤 팀원 주도 안건이 늘고, 승인까지의 걸리는 시간이 줄고, 팀원간 협업이 활발해지면 답은 분명해진다. 이직이 아니라 새로운 팀 업무의 발굴과 신규사업 창출로 무대를 확장해야 한다.
반대로 분기가 지나도 이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성장을 멈춘 것이다.
이때는 실무형 리더로 전환이나 이직 준비를 조용히 시작할 때 이다.
15년 다닌 회사에 더이상 미련도, 애정도 없어 꿈을 찾아 창업을 위해 명예퇴직을 결심한 최 차장은 처음엔 해방감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이 밀려온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창업을 검색해보지만, 금세 한숨만 나온다.
두려움의 근원은 숫자가 그려지지 않아서다. 이 시점에는 막연한 기대감, 자신감 보다는 숫자가 마음을 붙잡아준다.
나는 네 가지를 숫자로 확인해 보길 권한다.
첫째, 수입이 전혀 없다고 가정하고 18개월 동안 내게 필요한 생활비와 자기계발비는 얼마인가?
둘째, 명퇴금액을 제외하고 내 통장에 남아있는 돈은 얼마인가?
셋째, 창업을 고민했을 때 그 고객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구매전환을 시키고, 어떻게 재구매를 만들지 시스템을 설명하고 거기에 필요한 비용은 얼마인가?
넷째, 만약 그냥 참고 버틴다면 내가 모을 수 있는 금액은 얼마인가?
명확히 네 가지 숫자를 확인하면 그 숫자가 내게 지금 도전을 해야할 지내가 뭘 어떻게 행동하고 준비해야 할 지 판다할 수있을 것이다.
이직은 사건이 아니라 패턴의 결과다. 작은 실험이 쌓일수록 답은 선명해진다.
만족이 성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만족을 끌어올린다. 순서를 기억하면 선택이 가벼워진다.
불안이 커질 때는 결정을 늦추고 지표를 하나 만든다. 숫자는 마음을 과장하지 않는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사표”를 떠올린다. 그러나 진짜 두 글자는 “작은 증거”일지 모른다. 지금 그 증거부터 만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