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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Mar 24. 2020

좋은 조언보다는 맛있는 것을 먹이세요!

상처받은 가족을 치유하는 방법

우리는 살면서 많이 다친다.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어지고, 그래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통증이 발생하면 보통 어떻게 하는가? 병원으로 가서 진통제를 맞는다.

그럼 진통제는 어떻게 작동할까?


 과거에는 뇌의 반응이나 역할에 대한 연구가 쉽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가 발달되면서 다양한 뇌기능의 작동을 눈으로 확인하여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보스턴 대학의 피넬 교수는 진통제를 먹거나 투여하게 되면 그 약효는 상처 부위로 가서 통증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고 진통을 관장하는 뇌 부위로 가서 통증을 약화시키는데 이때 육체적 통증을 관장하고 이를 기록하는 뇌의 부위를 "Anterior Cingulate Cortex" 또는 "전측 대상회"라고 했다.

 이 "Anterior Cingulate Cortex"는 통증 경험과 가장 자주 관련되는 피질 영역으로서 통증 등록의 역할과, 통증에 대한 정서적 반응에 관여한다고 한다. (Pinel JP (2011). Biopsychology (8th ed.). Boston: Allyn & Bacon.)  



 그런데 우리의 삶을 천천히 살펴보자!

살면서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어지는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다. 몇 번 되지 않는다.

육체적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대부분 우리가 통증을 느끼는 경우는 육체적 고통보다는 정신적 고통,

즉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사가 나를 비난하고, 내 동료가 나를 비판하고, 내 가족이 나에게 상처를 주고, 친구에게 가슴 아픈 말을 들을 때 마음은 상처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들은 궁금했다. 육체적 통증은 전측대상회 (Anterior Cingulate Cortex) 가 제어를 해주는데 정신적 통증의 경우는 뇌의 어떤 부위가 통증을 제어해 줄까?      


 이와 관련하여 심리학자 아이젠베르그와 리버만은 컴퓨터 게임 실험을 통해 의도적으로 배제된 참가자들의 뇌구조의 변화를  FMRI 스캔으로 확인했다.

 실험 참가자 세 사람 공을 주고받는 컴퓨터 게임에 참여한다.

사전에 그중 두 명에게 처음에는 세명이 같이 공을 주고 받다가 조금 지나면 나머지 한명을 모르는 체하고 둘이서만 공을 주고받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소외된 한 명, 즉 세 명 중에서 혼자 공을 받지 못해서 따돌림을 당하는 스트레스를 받자 놀랍게도 그 참가자의  전측대상회("Anterior Cigulate Cortex")가 육체적 통증이 발생했을 때와 유사하게 변화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Eisenberg, Liberman, 2003) 



 바로  전측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 는 육체적 통증을 느낄 때와 정신적 통증을 느낄 때 모두 동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즉 나의 뇌는 내가 지금 경험하는 고통이 육체적 통증인지 정신적 통증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육체적 통증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정신적 통증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내가 오늘 상사에게 비난을 받거나, 회사에서 동료들과 다툼 있을 때 타이레놀이나 게보린을 먹으면 통증이 완화되어 스트레스가 해소 된다는 것이다.





 내일이 프로젝트 발표일이다. 모두들 프로젝트 마무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핵심 멤버 최차장이 어제부터 몹시 몸이 안 좋다.  고열에다 스트레스성 위염까지 겹쳐서 매우 힘들어 보인다.

 아침에 병원에 들렀다가 오겠다던 최차장은 의사로부터 입원 치료를 권유받았다. 하지만 최차장은 매우 책임감이 강하다.  그래서 의사의 말을 무시한 채 출근을 했다.  얼굴 표정이 당장 쓰러질 것 같다.

 


 이런 최차장 에게 우리는 뭐라고 보통 이야기할까?

 " 아유-  최차장님!  좀 쉬세요~ 약은 드셨어요? 식사는요? 안 하셨으면 이거라도 드시고요.. 마무리는 저희가 해볼게요..  시키실 일 있으면  말씀 주시고 여기 누워 계세요,  아니. 그냥 들어가세요 "

 아픈  사람에게 우리는 어떻게 하나? 잘 먹이고. 잘 쉬게 하고, 몸을 보호하게 한다.     


 그런데  그 최차장이 어밤을 새워 부인과 싸웠다.  사소한 일로 시작했지만 감정싸움이 격해지면서 이제 이혼을 하느냐를 이야기하면서 밤 싸웠다.

 새벽 눈이 퀭한 상태로 대충 씻고 집을 나왔다.  보기에 잠을 못 자서 힘들어 보인다.  부부 싸움을 해서 그렇다는 최차장 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유, 최 차장님! 거 부부 싸움 칼로 물 베기 에요, 뭘 아직도 싸우는 걸 보니 되게 사이가 좋으신가 보다

 미안하다고 문자나 보내요. 리고 이따가 퇴근길에 케이크 하나 사들고 가세요.." 라면서

 보통 위로나 조언의 말을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 뼈가 금이 갔다는 이야기이다.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 살이 찢어져서 피가 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육체적 고통을 받은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가? 잘 먹이고, 잘 쉬게 하고, 잘 치료를 하게 한다.

그런데 정신적 고통을 받는 경우에는 위로나 조언이나 충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




 명절에 부부가 시댁에 갔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설거지 문제로 한마디 했다.

 아내는 그게 속상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마디 한다.

" 어유.. 어머니. 아직도 설거지 가지고 뭐라 하셔.. 정말 너무하셔.."

이런 소리를 옆에서 듣는 남편들은 뭐라 하는가?

" 당신 말이야.. 1년에 어머니 몇 번이나 본다고 그래?  거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노인네 하시는 잔소리 하루 이틀이야? 거 뭐 그런 거 자꾸 맘에 담아서 떠들어!"

 그러면 아내가

 " 아.. 제가 깜빡했어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게요.."라고 하는가?

그럴 리가.. 거기서 부부 싸움이 본격적을 출발하는 것이다.



 화가 난 아내에게 어떻게 하면 되는가?

 잘 먹여라!  맛있는 것을 먹여라.. 어쭙잖은 위로나 충고하지 말고 아주 맛있고 자극적인 것으로 먹여라.. 그리고 푹 쉬게 해라. 그러면 된다.

 명절 이후 호텔로 이틀 정도 휴가를 간다는 요즘 트렌드는 그래서 매우 과학적인 해결 방안이다.


  내게는 딸이 하나 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갔다.

 버블티를 좋아하고 슈퍼주니어를 좋아한다. (우리 아이가 슈퍼주니어를 좋아 한다고 하니 주변 지인이 그건 내가 중학교 시절 남들은 소방차, 박남정 좋아하는데 혼자 조용필 좋아하는 것이랑 유사하다 라는 표현을 했다.)

 우리는 사이가 많이 좋다. 아빠와 비밀이 없는 딸이다.

 


 딸은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겪게 된다.

 중학교까지는 선생님들에게 항상 이쁨을 받으면서 사랑을 독차지하고, 즐겁게 생활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선생님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자주 야단맞고 그러다 보니 선생님께 상처를 받아 학교 가기 싫다, 전학 가고 싶다는 부모 가슴을 철렁 이게 하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하루는 내가 어느 기업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부재중 전화가 떴다. 쉬는 시간에 전화를 해보니 애가 울먹이면서 전화를 받는다.

 " 아빠... 선생님이 또.. 엉엉..."

내가 뭐라고 했을까?

 " 은솔아! 잘 들어.. 이제 너 고등학생이야.. 언제까지 아빠가 니 얘기 들어줄 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선생님이 너 잘못되라고 야단치시는 게 아니잖아? 다 잘되라고 하는 거야. 울지 말고.. 이런 일은 이제 스스로 이겨내야지! "

 라고 했을까?  그럴 리가..



 " 응.. 은솔아.. 학원이니?  그래.. 그 건물 1층에 가면 카페 있지?  거기에 가서 일단 버블티를 한잔 시켜..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슈퍼주니어 뮤직비디어 두 편을 봐!.. 그리고 아빠한테 전화해.. 알았지?"

 30분 후에 전화가 왔다. 물론 훨씬 좋아졌다.

 누군가가 상처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아 괴로워한다. 그러면 그때 위로나 조언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말아라..  그럼 어떻게?  일단 먹여라! 아주 맛있는 것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는 곧 육체적 통증을 받는 환자임을 잊지 말아라..

그는 내가 치료를 하고, 보호를 하고, 간호를 해 줘야 할 대상임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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