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판단과 의사결정을 한다. 집을 사고, 이직을 하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매우 큰 의사결정부터 저녁에 소주를 먹을까? 맥주를 먹을까? 삽겹살이 좋을까? 회가 좋을까? 라는 아주 작은 단순한 의사결정에 이르기 까지 크고 작은다양한 측면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는데 인생을 살아오면서 했던 수많은 결정의 결과물이 현재 나의 모습인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결정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정해야 하는 상황만 발생하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
결정 하나 하나에 대해 민감하고, 걱정하면서
겨우겨우 결정하지만 이에 잘 적응못하고
결정장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자 인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 열심히 배웠던 판단과 의사결정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차례 걸쳐 해보려고 한다.
당신의 결정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문제를 내겠다.
4문제를 낼 것인데 각 문제에 대해 각자가 생각하는 답을 결정하여 적어보자
문제 1.
238 X 15 = ?
문제 2.
위의 그림에서 맨 위쪽에 있는 선분의 길이를 5cm라고 하자! 이때 전체 선분의 평균은 얼마일까?
문제 3.
지금 점심을 먹으러 중국집에 갔다. 짜장면, 짬뽕, 볶음밥 뭘 먹겠는가?
문제 4.
당신은 지금 이직제안을 받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비하여 연봉은 20% 높지만, 회사규모가 작다. 업종은 성장세인데 중국쪽 리스크가 좀 있다고 한다. 직원의 평균근속연수는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3년이 적지만 창업에 유리하다. 지방으로 가야해서 배우자가 반대하지만 부모님댁과 가까워서 부모님은 좋아하신다. 이직을 하겠는가?
각자 결정된 답을 적어본다. 어렵지 않게 적었으리라 본다.
그리고 두번째 질문
위의 4가지 문제를 두문제, 두문제씩 나누고 왜 그렇게 분류했는가 그 분류 기준을 적어보자!
강의를 하면서 이렇게 교육생들에게 물어보면 교육생들은 다양한 분류기준을 이야기 한다.
정답이 숫자인 경우와 아닌 경우, 정답이 명확하게 있는 경우와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른 경우, 계산을 하는 경우와 판단을 하는 경우 등등의 기준을 이야기 하지만 나는 그 기준을 1,4번이 한묶음, 2,3번이 한묶음으로 분류하여 그 분류기준으로
" 1,4번은 시스템 2에 의한 의사결정, 2,3번은 시스템 1에 의한 의사결정을 해야한다." 라고 말할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이스라엘 심리학자 대니얼 커너먼(Daniel Kahneman)은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에서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두가지로 구분한다.
하나! Rationality - 합리적 의사결정
여기서 합리적 이라는 말은 타당성이라는 것 보다는 형식적으로 논리를 갖춰 차근차근 따져서 문제를 해결하는 정도의 의미가 좋을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벤저민 프랭클린의 의사결정 방식이다.
"종이 한가운데 길게 줄을 그어 두 칸을 만든 다음 한쪽에는 장점, 다른쪽은 단점을 적는다네. 그렇게 한눈에 들어오게 하고는 각각의 중요도를 열심히 비교해 본다네, 중요도가 엇비슷한 것을 각 칸에서 하나씩 찾아내면 그 두 개를 지우고, 만약 어떤 장점이 두 개의 단점과 같은 중요도를 가진다면 그 세 개를 함께 지워버린다네.. 이렇게 하다보면 마침내 균형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 지 알게 된다네. 그리고 하루 이틀 더 생각해보다 새로운 장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결정에 이르게 된다네.."
이러한 의사결정 방식을 시스템 2에 의한 의사결정, 또는 합리적 의사결정 이라고 한다.
위에서 문제 1번 238X15= 어떻게 계산할까? 한번에 계산하기 힘들것이다. 아마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하면 5X238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5X8=40, 0을 쓰고 4를 올리고 다시 5X3=15, 에서 4를 더하여 19이니 9를 쓰고 1을 올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차근차근 계산하여 3,570 이라는 답을 내릴수 있다.
직장을 이직하는 결정은 아마 프랭클린의 방식과 유사할 것이다. 이직하면 좋은점과 그렇지 않은점을 비교하여 꼼꼼하게 하나하나 따져서 결정하게 될 것이다.
둘 ! Intuitional - 직관적 의사결정
그냥 내 기분이 그래.. 느낌이 와서.. 딱 보니 답이 나오더라구.. 무언가 결정을 빠르게 하지만 왜 그렇게 결정했는가에 대해서는 설명하기가 좀 어렵다.
마음이 가고, 느낌이 오고.. 안하면 안될 것 같은 그러한 의사결정 방식을 직관적 의사결정 또는 시스템 1에 의 한 의사결정 방식이라고 이야기 한다.
당신은 프로야구선수로 포지션은 중견수다. 3회말 수비에서 3번타자가 2구를 강타했다. 공은 중견수와 좌익수 사이로 날아간다. 당신은 공의 무게, 크기와 속도, 바람의 풍향 등을 정확하게 계산한다. 그리고 당신의 달리기 속도와 키, 글러브의 길이를 감안하여 약 15미터 정도를 전력질주 하여 뛰다가 공과 글러브가 만나는 지점을 계산하여 거기에 맞는 타이밍을 찾아 점프를 시도하여 볼을 잡는가?
그렇지 않다. 타격을 하는 순간 그냥 공이 오는 쪽으로 뛴다. 매번 연습한 것 처럼 이정도 타격은 느낌상 빠르게 뛰어야 한다. 뛰다보면 공이 낙하될 위치를 찾는다. 본능적으로 달려들어 팔을 내민다. 운좋게 공이 글러브에 들어간다.
문제 2번도 이와 유사하게 직관적으로 결정한다. 맨 위쪽의 선분이 5cm이므로 각각의 길이를 정확하게 재서 모두 더한다음 갯수만큼 나누어 평균길이를 구할수 있지만 우리는 보통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충 보아하니 5cm보다 큰것도 있고, 작은것도 있고, 비슷한것도 있으니 얼추 평균 5cm이다.
점심먹으러 가서 주문할때도 마찬가지다. 크게 이유가 없다. 난 점심은 무조건 짬뽕 부터 오늘은 왠지 짜장면이 땡기는데 라면서 주문을 한다. 직관적인 결정이다.
우리가 하는 결정의 방식이란 이 두가지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사고에 의하여 판단과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인가?
이는 문제의 종류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는 결론이 나겠지만 그 그때 그때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경영학자들의 입장과 심리학자들의 입장이 좀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두 입장의 견해를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보며넛 두 견해를 모두 습득해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본다.
먼저 경영학의 입장은 합리적 의사결정 즉 시스템2 사고를 해야 하는 경우는 세가지 조건이 충족 되어야 한다고 하고 그 이외의 경우에는 시스템1, 직관적 의사결정을 해도 좋다고 한다.
첫째, 그 결정이 중요해야 한다. 결정에 의해 이후 많은 변화 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던가, 시간이 많이 소요되던가 어떤 결정을 하는가에 따라 많이 달라야 한다. 집을 사고 차를 사는 경우는 해당되겠지만 점심에 짜장면을 먹을까? 갈비탕을 먹을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정보가 많아야 한다. 시스템2에 의한 결정은 심사숙고 및 비교형량이 필요하다. 결정할 대상에 대한 정보가 충분해야 그것이 가능하다. 정보가 전혀 없는 잘 모르는 것들은 합리적 결정이 어려울 것이다.
셋째,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충분한 시간을 통해 판단해야 하는데 당장, 급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면 시스템 2에 의한 결정이 어렵다
이 세가지를 갖춘경우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그렇지 못한경우는 직관적 의사결정을 해도 좋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좀 다르게 이야기 한다.
첫째, 전문성 유무로 판단한다. 내가 그 분야에 아는 것이 많고 전문성이 많다면 직관적 의사결정을, 잘 모르는 비전문 분야라면 차근차근 따져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박진영이 오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혼자서 막 듣다가 물반 공기반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음악 전문가인 박진영이 자신의 전문분야를 직관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둘째, 정답이냐 해답이냐의 차이이다.
오직 하나인 정답을 찾는 문제라면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차근차근 따져서 정보를 모아서 비교를 통한 판단과 의사결정이 도움이 된다. 그런데 해답을 찾는 문제라면 다르다. 이는 정답이 없다, 그 어떤 것이 해답일지 모른다. 이럴때는 직관적 의사결정이 도움이 된다.
2014년 4월, 진도 앞바다에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했다. 해경이 제일 먼저 출동했다. 당시는 어떤 상황인가? 정답을 구해야 하나? 해답을 구해야 하나? 해답을 구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즉각 판단해야 했다. 전문가의 직관으로 이건 배가 침몰한다.
전부 구명조끼 입고 나오세요. 창문깨고 탈출합니다. 바다로 뛰어 내리세요.. 라고 했어야 했다.
그런데 당시 해경은 어떻게 했는가?
" 안에 인원 몇 명입니까? 구조선이 언제 오나요?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등등 정보를 모으는데 급했다.
이는 해답을 찾아야할 상황에서 정답을 찾는 어리석은 결정을 한 것이고 그 결과는 참혹한 비극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