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 출신 직원들은 왜 일을 잘할까?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굵은 빗줄기가 하루 종일 내리던 화요일 저녁 유나는 GAM포차의 문을 열었다.
유나 : "안녕하세요 대표님! 비가 너무 많이 오네요.. "
월친 : "유나씨 안녕! 흠뻑 젖었네, 이걸로 좀 닦아요... 비가 와서 운치 있기는 해서 좋은데..
월친은 유나에게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유나 : 오늘은 무조건 막걸리에 전을 먹어야 할것 같아요
월친 :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모듬전으로 준비했어요.. 마침 오시는 손님이 그걸 아주 좋아해서
유나 : 참 오늘 아주 대단한 분이 오신다면서요?
월친 : 응... 강영복 사원이 또 오기로 했는데 그냥 나 혼자서 이야기 하는 것 보다는 영복씨 에게 정말 도움이 될 만한 분을 소개 시켜 드리려구요
유나 : 말로만 듣던 비선실세 아니신가요? 흐흐흐
월친 : 비선 실세는 아마 그분이 가장 억울하게 생각하시는 표현이 아닌가 싶어! 이따가 보면 알겠지만 정말 세상이 생각하는 그런 정치적인 사람 하고는 거리가 멀거든..
유나 : 근데 굳이 그분을 영복씨 에게 소개 시켜주는 이유가 뭔가요?
월친 : 유나씨!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주 높잖아?
유나 : 그렇죠.. 임기 3년이 지났는데 이정도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 보기 드문 현상이지요
월친 :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유나 : 글쎄요... 코로나 방역 사태에서 잘 대응한 점도 있었구요.. 특히 해외 지도자 들에 비하여 월등한 리더십을 보였던 것 같기도 하구..
월친 : 그럼 그분이 왜 일을 잘한다고 생각해요?
유나 : 글쎄요..
월친 : 정치적으로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고를 떠나서 일단 일을 잘한다는 부분은 많은 국민들이 인정을 하고 있거든요.. 여러 이유를 분석하지만 난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
"그분은 바로 비서실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민정수석, 사회수석, 비서실장을 거치면서 비서실 업무를 두루 경험하고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유나 : 음.. 그렇군요... 그분을 정치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도 일은 잘하신다고 하는것을 보면 대표님 말씀이 일리 있는 것 같아요..
월친 : 청와대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공기업, 사기업에는 리더를 보좌하는 비서실이 있지요! 특히 국내 대기업의 비서실은 명암이 확실하죠..
어느 기업의 경우는 비서실 출신들만 계열사 CEO를 시킨다고 해서 불만이 많고 그것이 인사 실패 원인이다 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어느 기업은 CEO 께서 사고를 치시면 뒷감당을 하기 위해서 대신 감옥에 가는 경우도 있고.. 비서실에 대해서는 너무 정치적이다, 그렇지 않다 라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한 가지가 있죠! 바로 "비서실 출신들은 일을 잘한다" 여기에는 모두 동의합니다
유나 : 대표님이 만드신 교육 프로그램 " 회장님만 아시는 비서실의 워크스마트" 워크샵에 참여했던 교육생들이 SNS에 올린 후기 저 많이 봤어요... 거기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다들 공감하는 것 같았어요..
월친 : 개인적으로 비서실이 되게 궁금했어요! 저도 비서실에서 일해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비서실은 어떻게 일을 하고 일을 배울까? 그리고 왜 일을 잘할까? 그런데 비서실 사람들은 만나기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워낙 CEO의 움직임이 긴박하기 때문에 개인적 약속을 거의 잡지 않아서..
그런데 우연히 모 기업의 계열사 신임 임원 교육을 갔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알게된 전무님 한분이 바로 비서실에 거의 10년 가까이 계시다가 계열사 전무로 승진 발령을 받으시고 교육에 참여 하셨죠..
기회는 지금이다 싶어서 대놓고 물어봤어요.. 비서실 출신들은 어떻게 일합니까?
그때 만해도 그 전무님은 " 뭐 똑같아요.. 그곳에도 팀장 있고 팀원 있고, 회장님을 모시다 보니 긴박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서 좀 다르게 보이는 것이지 자세히 살펴보면 야단 맞고, 결재 서류 퇴짜 맞고, 서로 다투고, 가끔 소주 한잔 하고.. 일반 계열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그곳에서도 벌어진다고"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교육 끝나고 한달 쯤 있다가 메일이 왔어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계열사에서 일을 해보니 비서실과 일하는 방식이 좀 다르더라.. 그래서 비서실의 일하는 방식중 좋은 부분을 좀 계열사 친구들도 배우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에서 이야기를 좀 하자고...
그래서 인연을 맺으면서 몇 차례를 만나서 기획한 교육 프로그램이 "회장님만 아시는 비서실의 워크 스마트" 였죠
유나 : 오~ 그런 사연이 숨겨져 있는줄은 몰랐네요.. 암튼 오늘 기대가 큽니다.
이때 문이 열렸다. 영복 이었다.
유나 : 영복씨! 안녕하세요! 비 많이 오죠?
영복 : 네.. 이제 장마가 시작 되려나봐요~ 대표님 부탁하신 것 여기 있습니다.
영복은 물기를 털고 들어오면서 월친에게 검정색 봉지를 내밀었다.
월친 : 오 고마워요...
영복 : 제가 오는길에 공덕시장에 들려서 모듬전을 좀 샀어요.. 아무래도 동태전과 육전, 파전은 사오고.. 부추전 정도는 직접 해먹는게 나을것 같다고 대표님께서 말씀하셔서...
월친 : 일단 나는 전을 좀 부치고 있을테니.. 둘이 이야기 좀 해요.. 술은 유나씨가 냉장고에서 알아서 가져다 먹고~ 오늘은 막걸리니까.. 적당히 골라봐요
유나 : 넵!
주방에서 월친은 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유나는 냉장고에서 장수 막걸리를 꺼내 양은 주전자에 담았다. 그리고 막걸리 잔을 가지고 와서 영복과 한잔씩 따라 나누었다. 이때 문이 열렸다.
큰키에 풍채 좋고, 동그란 안경을 낀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이 들어왔다.
최전무 : 장대표님! 저왔습니다.
월친 : 아이구.. 전무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최전무 : 잘 있었어요?.. 이야.. 전부치는 냄세가 아주 좋은데..
월친 : 전무님 오신다고 해서.. 제가 오늘 날씨와 아주 어울리는 음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참! 유나씨, 영복씨 인사하세요.. 내가 이야기 한 최전무님. 내가 운영하는 "회장님만 아시는 비서실의 워크스마트"의 실질적 기획자 라고나 할까?
최전무 : 하하하.. 기획자는 무슨...작년에 우리 회사 직원들 그 교육 받고 아주 좋았다고 이야기 하더라구요.
유나 : 안녕하세요 전무님! 저는 대표님과 같이 요즘 "힘내세요 직장인"을 기획하고 있는 1인 크리에이트 유나 라고 합니다.
영복 : 전무님! 영광입니다. 저는 00산업 마케팅팀의 3년차 강영복 이라고 합니다.
최전무 : 유나씨! 반가워요.. 그래요 영복씨.. 거기 김동길 이라고 있죠?
영복 : 넵! 저희 본부장님 이십니다
최전무 : 그 친구 내가 대리때 입사한 신입 사원 이었는데.. 아주 친해요! 아마 과장때 영복씨 회사로 옮겼어요
영복 : 아.. 그렇군요..
월친 : 전무님! 마침 모듬전이 잘 되었습니다. 앉아서 드시면서 이야기 하시죠..
막걸리가 다시 오가고.. 모듬전이 나왔다. 술이 몇잔 돌고.. 먼저 입을 연것은 최전무 였다.
최전무 : 그래.. 영복씨 이야기는 내가 장대표님께 이미 들었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 가는게 좋겠는데요
영복 : 네 좋습니다. 전무님!
최전무 : 질문 하나 할께요... 영복씨 오늘 출근했죠?
영복 : 넵
최전무 : 퇴근직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일이 뭐에요?
영복 : 아.. 퇴근 직전에요? 음... 목요일에 주간업무 보고회의가 있는데 그 자료 만들다가 왔습니다. 내일 아침에 마무리 해서 넘기려구요...
최전무 : 으음.. 역시 전형적으로 이야기 하네요..
영복 : 무슨 말씀이신지?
최전무 : 유나씨 에게도 같은 질문 하나 할께요.. 유나씨는 1인 크리에이터니 조금 다를까? 오늘 이곳에 오기 직전에 했던 일이 뭐에요?
유나 : 아-- 저는 다음주 공식 유튜브 촬영이 있어서 거기에 쓰일 대본 만들었는데요...
최전무 : 그렇군요..
빙그레 웃고 있던 월친이 최전무에게 물어본다.
월친 : 전무님! 계신 회사 친구들은 요즘 많이 달라졌나요?
최전무 : 그럼요.. 아주 트레이닝을 내가 많이 시켜서.. 요즘에는 대답을 아주 잘해요
유나와 영복은 물끄러미 최전무를 바라보았다. 무슨 의미인지..대답을 잘못 한건가?
최전무 : 두분 모두 비서실에서 어떻게 일하는가 궁금하다고 했죠? 비서실에서 들어오면 처음으로 받게되는 트레이닝이 바로 자신이 하는 일이 뭐냐에 대답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행위 중심으로 이야기 합니다.
보고서 쓰는데요, 회의에 참석해요, 고객과 상담합니다. 민원처리 하고 있어요, 전표 입력했는데요..등등의 대답은 내가 어떤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지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대답은 아니랍니다.
영복 : 행위로 대답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 뭘로 대답해야 할까요?
최전무 :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변을 한번 생각해보면.. 영복씨는 주간업무 보고회의 자료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누가 참가하는 회의죠?
영복 : 임원 회의인데 제가 작성한 자료는 저희 상무님께서 가지고 참가하십니다.
최전무 : 그럼 상무님께서 참가할 때 가져가는 자료는 기획서 인가요? 단순 통계표 인가요? 아니면 새롭게 정리된 보고서 인가요?
영복 : 아마 마케팅 예산 절감 방안을 이야기 하려 하니 기획서 형태일 겁니다
최전무 : 좋아요.. 영복씨! 직장인에게 일이란 단순히 내가 시작해서 끝나는 것은 별로 없지요. 내가 어떤 일을 하면 그 아웃풋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그 사람은 다른 일을 하는데 그 아웃풋을 활용할 겁니다. 직장인의 모든 일이 어떤 과정의 중간 단계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 이거든요 .. 그러면 자신이 일을 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의 구체적 결과물이 무엇이고, 그 결과물은 다음 단계에서 누가 어떤 곳에 사용할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겠죠
영복 : 네. 전무님 제가 메모를 하면서.. 좀..
영복이 황급하게 필기구를 꺼내려고 하자
유나 : 전무님! 하시는 말씀을 좀 녹음을 해도 될까요? 방송에 직접 쓰지는 않구요.. 참고로 활용 하려구요..
최전무 : 그러시죠.. 나야 노하우를 우리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전달하는 것이 나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유나는 조용히 핸드폰 영상기능을 누르면서 영복 에게 살짝 윙크를 했다. 필기 하지 말고 열심히 들으라는 표시였다.
최전무 : 다시 정리하면 영복씨는 상무님이 주간 업무 회의에서 사용하실 마케팅 예산 절감 방안에 관한 기획서를 만들고 있었군요
영복 : 아.. 네.. 그렇습니다.
최전무 : 그럼 여기서 뭐가 빠졌을까요?
영복 : 음.. 언제까지?
최전무 : 빙고!
유나 : 우와.. 영복씨 대단한데요... 저도 그 생각 했었는데..
최전무 : 직장인이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납기일이죠.. 언제까지 그 일을 해야 하는가를 확인하기
영복 : 넵.. 그건 제가 일을 할 때 철칙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지시를 받을때 반드시 납기기한을 물어봐라!
최전무 : 그럼 이제 하나 남았는데..
영복 : 아.. 하나가 더 남았군요.. 뭘까요?
유나 : 혹시 기획서에 담길 주요 내용이 좀 드러나는게 좋지 않을까요? 단지 마케팅 예산 절감 방안 기획서 라고 하면 좀 추상적인 느낌이 들어서요
최전무 : 이야.. 장대표님! 두분 실력이 대단한데요.. 맞아요.. 기획서 내용의 Scope이 들어가면 좋아요!
절감 이라는게 모델 교체인지, 홍보 채널의 변화인지, 단순 경비 절감인지 좀 구체화된 표현이 들어가면 좋은데.. 영복씨, 그 마케팅 예산 절감 방안의 핵심 내용을 말해줄 수 있나요?
영복 : 아.. 네.. 기존 방송사, 신문사의 광고비가 너무 비싸고 그런데 효과는 별로 없어서. 홍보 채널을 다변화를 통해 예산을 절약하자는 기획입니다. 유튜브 광고나, 팟캐스트 광고, 또는 SNS를 이용한 이벤트성 광고의 확대라고 볼수 있죠..
최전무 : 그럼 그것을 정리한다면?
영복 : 음.. 저는 상무님께서 주간업무 회의때 보고하실 홍보채널 다양화 내용이 담긴 마케팅 예산 절감 방안에 관한 기획서를 수요일 오전까지 작성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전무 : 오.. 좋아요... 이것을 잊어버리지 않게 표현하면 BOSS라고 많이 들 부르죠
영복 : BOSS요?
최전무 : Back ground , Output, Scope, Schedule,
즉 상무님께서 주간업무 회의때 사용하실 (Back ground), 마케팅 예산 절감 방안 기획서 (Output)에는 홍보채널 다양화의 방안이 담겨있으며 (Scope) 이를 수요일 오전까지 (Schedule) 해야 합니다.
영복 : 멋진데요.. 아.. 뭔가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데요..
유나 : 그럼 그 공식에 맞춰보면 나같은 경우에는
"힘내라 월급쟁이" 유튜브 방송 진행자 월친님이 사용할 (Back ground), 2회차 진행대본 (Output)에는 일을 잘한다는 것은 뭘까? 라는 정의방식 내용이 담겨있으며 (Scope) 일요일까지 (Schedule) 해야 합니다.
오.. 이거 완전 괜찮은 방법인데요..
최전무 : 역시 두분은 하나를 가르치면 그 이상을 깨우쳐서 참 좋네요.. 한잔 합시다..
모듬전 맛이 더욱 풍요로워 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