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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Mar 05. 2020

당신의 인계철선(引繼鐵線)은 무엇입니까?

                       

 인계철선(引繼鐵線, Trip wire)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해석을 하자면 전선(전쟁의 최전선을 이야기한다.)에서 침입해 오는 적들이 건드리면 폭발물이나 조명탄, 신호탄 등을 터뜨려 적을 살상하거나 적의 침입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철선을 말한다. 

한마디로 최후의 보루, 마지막 내게 보내는 주의 신호이다.

이런 인계철선과 관련된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첫째, 주한미군의 인계철선이다.

이런 군사용어가 일반국민들에게 알려진 건 소위 주한미군 인계철선 논쟁 때문이었다.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 미 군사보호조약에 따라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나면 미군이 자동으로 우리와 동맹에 따라 함께 싸운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 이는 현실을 잘 모르는 이야기이다.

 내정 불간섭의 원칙에 따라 제3국의 전쟁 개입은 쉽지 않다.  전쟁이 과연 간선하는 국가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라는 등등의 이유에 따라 당사국의 절차를 거쳐 개입하게 된다. 

그러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수 밖에 없다. (의회 동의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이라크 파병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래서 제안된 것이 주한미군의 주둔이다.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면서 국내에 주둔해 있는 미군을 공격한다면 이는 결국 자국에 대한 공격과 같다. 따라서 즉각 전쟁에 개입 할 수 있는 명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동두천 주한미군 2사단은 가장 북단에 위치한 미군으로 북한의 침입시 가장 먼저 공격을 받게 되므로 우리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전쟁개입을 위한 신호를 알려주는 인계철선의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 되어왔다.


 2003년 동두천 미 2사단을 평택으로 이동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보수언론에서는 

"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2사단을 남하 시킨다는 것은 우리 안보의 위험을 초래한다" 

"주한미군 재편으로 인한 인계철선의 후퇴는 좌파정권의 안보경시다" 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당시 대통령은 이렇게 그 비판에 대응했다.

" 인계철선이라는 말 자체가 염치가 없지 않습니까? 남의 나라 군대를 왜 우리 안보를 위해서 인계철선으로 써야합니까? 이런 심리적 의존을 이제는 벗어나야 합니다"

이를 한편에서는 자주국방으로, 한편에서는 한미동맹의 약화라고 정치적 논쟁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암튼 중요한 것은 이제는 주한미군에 대해 인계철선이라는 말은 더이상 쓰지 않는다.  그 말은 우리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 이고, 미군에게는 사실 되게 무례하고 미안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둘째, 반 헤일렌의 리드싱어 로스의 인계철선이다.

7,80년대 미국에서 활동한 록밴드 반 헤일렌은 발표하는 곡마다 히트를 날린 유형한 아티스트 밴드이다.

1984년 한 해에만 100회 이상의 공연을 했을 정도로 쉴 새 없이 순회공연을 펼치면서 인기를 끌었다. 특히 그들은 무대에서 다양한 퍼포먼스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무대모습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러한 멋진 무대를 위해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꼼꼼하고 세심하게 무대를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들의 무대설계와 관련된 계약서를 보면

 "20피트 공간에 전류 전압 소켓이 균등한 간격으로 15개 설치 되어야 하며, 19암페어를 공급해야 한다" 

라는 등의 세세하고 복잡한 조항들로 가득했다. 

무대가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잘 정리해서 세팅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반영한 무대셜계 였고 성공적인 무대설계 이후 성공적인 공연으로 반 헤일렌은 이에 보답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그들 무대설계와 관련된 압권은 계약서 126번째 조항으로 반 헤일렌의 대기실에는 M&M 초콜릿이 가득한 유리 단지를 준비하되 갈색 초콜릿은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한할 시에는 공연 계약이 취소됨은 물론 손해배상의 책임까지 져야한다. 라는 이 조항이 수많은 기술적 지침들 가운데 숨겨져 있었다. 

 아니.. 겨우 M&M 초콜릿 색깔을 가지고 그 엄청난 공연에서 난리를 친다는게 이거 완전 갑질 아닌가? 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이 밴드가 M&M 조항을 계약서에 넣은것에는 사실 아주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

새로운 공연장에 도착하면 반 헤일렌의 리드싱어 로스는 바로 무대 뒤로 가서 M&M 초콜릿 단지를 살펴본다. 만약 갈색 M&M 초콜릿이 하나라도 나오면 전체 무대장치에 대한 철저한 재점검을 요구한다.  반 헤일렌의 무대는 엄청나게 많은 무대장치와 시설을 요구하는 계약내용이 있는데, 무대장치팀이 M&M 초콜릿을 놓쳤다는 것은 전체적인 계약내용을  꼼꼼히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매번  일일히 확인하기 어려운  반 헤일렌 입장에서는 각 공연장의 무대 담당자들이 계앿를 꼼꼼히 읽고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 재빨리 판단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들에게 갈색 M&M 초콜릿은 인계철선 이었던 것이었다.  

가끔씩 내게 자기계발과 관련하여 상담을 하는 월급쟁이들이 있다. 자기 성장, 비전에 대한 고민, 뭔가를 하고 싶은데 , 뭔가를 지금 하는데 제대로 하는지 잘 모르겠다 라고 한다.

그때마다 내가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 혹시 본인만의 인계철선이 있으세요?"

내가 게으르다, 발전이 없다 라는 막연한 이야기 보다는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신호를 보내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명확한 수치화된 목표나 실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인계철선을 만들기가 쉽다. 수치 미달이 곧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목표나 실적이 명확하지 않다면 나름 자신의 인계철선이 있어야 한다. 

매월 도서구입 권수도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고, 몸무게의 수치, 혹은 내가 작성하는 블로그의 갯수 등등을 가지고 자신만의 인계철선을 만들어라..

 그리고 일정신호가 오면 바로 반응하라!  왜 당신은 매우 위험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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