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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May 08. 2022

김지원의 회사는 왜 동호회를 강요할까?

나의해방일지 주인공들에 대한 조직심리학적 분석 3. 김지원(염미정)

 PS : 본 칼럼은 JTBC 드라마 "나의해방일지" 16회 중 8회까지 방영된 상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이후 드라마의 전개에 따라 칼럼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녀는 카드회사 디자인팀의 계약직이다.

사내에서는 그녀가 계약직이라고 특별히 차별받는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동호회를 들지 않아서 결국 정규직들과 해방 클럽을 만들게 까지 한 것을 보면 조직문화는 좋은 회사인 것 같다.    


 다만 회사 외적으로는 버거운 것 같다.

 사랑했던 선배에게 신용대출을 받아서 빌려줬지만 돈을 떼인다. 비정규직이라 한도가 천오백만 원 밖에 되지 않아서 결국 돈을 갚기 위해 청약통장과 적금을 깨야했다. 만약 정규직이었다면 추가 대출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녀의 조직심리적 고민  첫 번째 포인트는 상사인 팀장이다.     


 그녀는 디자인팀에서 일을 한다. 파워포인트 작업을 열심히 해서 올리면 팀장은 빨간펜으로 난도질을 한다.

 첨삭된 내용은 참 어이없다.

“느낌 있게, 더 아래로, 샤이하게, 정렬, 라인 맞춰, 폰트, 컬러 조화롭게 다시”

라고 써서 내려보내는데 정리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내 맘에 들지 않으니 일단 다시 해서 가지고 오라는 것이다.

실력 없는 상사들이 업무를 지적할 때 보여주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팀장이 이런 식으로 지적을 하면 팀원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염미정은 아무 말 없이 빨간색으로 덧칠된 수정 기획안을 받아서 야근하면서 고치지만  

보통 이런 경우 다시 결재안을 올리면 상사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다시 하라고 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이런 경우 반드시 명확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 팀장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  

"팀장님 샤이하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일까요?"

"조화롭게 하라는 것은 뭘 의미하죠? 색깔을 바꾸라는 것인가요? 아니면 보색 대비를 갖추라는 것인가요?"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팀장이 지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 물론 그때 상사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런 상사라면 이렇게 지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못 알아듣느냐고 면박을 받을지언정 구체적인 질문은 반드시 필요하다. 상사가 답을 못해도 그는 이후 더 이상 추상적인 질문이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비효율적 커뮤니케이션을 중단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최초 염미정이 했던 작업을 팀장이 붉은 펜으로 난도질해서 수정한 것을 제출하자 최종 결정권자인 실장은 애초 염미정의 초안으로 다시 되돌릴 것을 지시한다.  


이는 염미정의 입장에서 매우 곤란한 상황이다.  이 경우 보통 실력 없는 상사들은 이 일을 반성의 계기로 삼지 않고 그 부하직원을 미워하게 될 확률이 높다.      


여기서 염미정은 매우 조심스러운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   

사적인 자리에서 조차 자신의 최초 작업안이 채택되고 팀장이 고치라고 한 것이 전부 까였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회사란 소통의 비밀이 없는 조직이다. 그래서 누구에 대한 평가이야기는 금세 단톡방을 한번 돌고 바로 당사자에게 들어간다.  


그래서 혹시 자신이 초안을 만든 것에 대해 실장이 칭찬해줘도 모두 팀장님이 잘 지도해준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는 것이 좋다.  이런 입버릇 습관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팀장과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녀의 조직심리적 고민 두 번째 포인트는 동호회 가입이다.


이 회사는 전 직원에게 동호회하나씩 가입 의무를 부여하고, 가입하지 않으면 따로 불러서 왜 가입 안 했냐면서 상담을 한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GWP(Great Work Place)라 하여 일할 맛 나는 회사 만들기라는 것이 있다.

이벤트성으로 칭찬릴레이, 체육대회, 직원 MT, 단체 영화 관람, 밥 먹기, 동호회 활동 등의 업무 외 활동을 만들어 직원들을 참여시키고 즐겁게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회사 또는 직무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 만족도가 높아야 일을 열심히 해서 성과가 좋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다.      


 동호회에 가입하면 소통이 잘 되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이러한 직원들의 만족은 자연히 성과를 높인다는 논리는 과연 타당할까?     

 여러 연구에 따르면 먼저 직무만족도가 높으면 당연히 성과가 높으리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즉 직무에 만족해서 성과를 높이는 것보다는 성과가 좋으면 자신의 직무에 만족하게 된 다는 논리이다.


 또한 단순히 직무에 만족해서 성과가 좋아지는 것보다는 직무만족 상태에서 다른 보상이 있거나 리더가 옆에서 제대로 리더십을 잘 발휘해서 동기 부여한 것이 조절 변수로 작용해서 성과를 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구나 동호회 가입이 소통이 잘 되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 역시 그것이 성격에 맞는 직원들로 효과가 제한될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그냥 내성적이게 두면 안 되는 거야?” 라며 억지로 동호회 가입하는 것에 투덜대는 부장의 말이 이를 잘 증명한다.      


 결국 이 회사는 직무만족과 직무성과에 대한 논리를 오해한 채 직원들의 동호회 가입을 강제한 것이다.

따라서 이 정책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요즘 세대의 비중이 늘어가면서 점점 폐지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염미정은 해방 클럽이라는 아웃사이더들의 모임을 만들어서 동호회 가입의무 시달림을 즐거움의 계기로 바꾸었다

직장 내 피할 수 없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반전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볼 때 그녀는 늘 우울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꽤 좋은 직장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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