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팀장 한명이 교육후 잘 들었다는 인사와 함께 내게 악수를 청하며 물었다
"강사님, 정말 딱 하나만 기억해야 한다면 그게 뭘까요?"
잠시 고민한 뒤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신입 시절 만난 나의 첫 팀장 유 팀장님은 탁월한 이야기 꾼이셨다.
다른 팀장들처럼 화려한 언변이나 뛰어난 업무 감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비슷한 문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적절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해결책을 찾아 주었다.
당시 나는 그를 그저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처럼 사람 좋은 분 정도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화려한 언변과 이론 중심의 팀장들과 일하면서 비로소 그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
결정적인 순간, 내 머릿속에 남는 것은 강력한 메시지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일을 할 때마다 유팀장님이 해주셨던 비슷한 경험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 오를 뿐이었다.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팀원의 잠재력을 깨우고, 각자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업무를 잘 전달하는 기술을 넘어서, 팀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을 동기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팀원들은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고 인사이트를 얻으며,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리더라면 팀원들의 내면에 숨겨진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을 갖춰야 한다.
유팀장님은 상고 출신이셨다. 19살때 우리 회사에 입사하여 무려 30년간 근무했다. 그래서 본인보다 뒤늦게 대졸로 입사한 동년배 팀장님들에 비해 승진도 늦고, 핵심 부서가 아닌 비핵심 부서를 주로 맡았지만, 그가 영업 현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고객과의 이야기는 누구보다 풍부했다.
팀장님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고, 후배들은 그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하여 각자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또 후배가 이야기 하면 유팀장님은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또다른 이야기를 연결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셨다.
당시 우리팀에 채권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이대리는 경매법원 배당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유팀장님은 직접적인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유사한 경험이 있는 타 지점 과장을 연결해 주었고, 덕분에 이대리는 꽤 어려운 배당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여 회사에 큰 이익을 가져다줬다.
유팀장님은 이대리에게 이 과정을 글로 정리하게 했고, 연말에 회사의 우수 사례로 선정되어 전 직원에게 공유되었으며, 그 성과를 인정받아 이대리는 본사 관리부로 영전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스토리가 있다. 그 스토리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열정이 있는가를 담고 있다.
리더는 팀원들의 이런 이야기를 발견하고 공유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 팀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깊이 이해하고 팀의 비전과 연결되도록 돕는다.
유팀장님은 고졸 출신으로 나름 회사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숨기거나 외면하지 않고 후배들에게 솔직히 털어놓으셨다. 그는 항상 덤덤한 어조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힘들고 불만이 있던 후배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공감하고 위로했다. 대화의 끝은 늘 다시 도전하자는 긍정적인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리더가 자신의 취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있다.
사람들은 숫자나 데이터보다는 개인적인 경험과 이야기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리더는 팀원들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감정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리더십의 본질 중 하나는 팀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다. 이때 동기부여를 위한 스토리는 단순히 성공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과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키아가 휴대폰 시장의 리더 위치를 잃었을 때, 그들의 CEO는 직원들에게 "우리는 지금 불타는 배 위에 있다"는 강렬한 이야기를 통해 위기를 명확히 인식시키고 변화를 이끌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삼성의 CEO 역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라는 유명한 표현으로, 위기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강력한 동기부여를 일으켰다.
한 자동차 영업사원이 신차 판매 후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도로에서 차가 멈추는 일이 발생해서 고객과 심각한 갈등을 겪게 되었다.
공장쪽에서 부품의 문제로 해결했지만, 고객은 자신이 속았다면서 화를 내고, 당장 환불 해 달라고 영업 사원을 압박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미 한 달 간 운행한 차를 문제해결된 상황에서 환불 할 수 없는 상황이고, 고객은 막무가내라 중간에서 그 팀원은 곤란함에 의욕을 잃고 영업직에 회의감에 빠질 때 담당 팀장이 고객 미팅에 동행했다.
"차는 단순히 기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동차 영업하는 저희들에게는 조금 다릅니다. 어찌 됐건 고객님과 처음으로 나눈 첫 차 아니겠습니까? 아기들도 태어나자마자 아픈 아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가 아프다고, 내 아이가 아니라고 할 부모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요, 그렇게 정성을 다해 치료가 끝나면 아이는 언제 아팠냐는 듯 튼튼하게 잘 자랍니다. 그래서 참 의사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도 하구요.. 차를 사람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겠지만, 결국 지금은 치료가 필요한 순간일 뿐입니다. 잘 치료해서 원래의 차보다 더 튼튼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팀장의 진정어린 이야기에 고객의 분노는 누그러졌고, 팀원은 팀장의 말에 너무 감동을 받아 이후 영업 업무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다.
이후 자신이 판매하는 차를 마치 자식처럼 여기며 고객과 소통하게 되었다.
리더가 전달하는 이야기는 팀원의 잠재력을 깨우고, 감정을 움직이며, 깊은 동기부여를 만들어낸다. 이야기는 팀원들이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회사의 비전과 자신의 가치를 연결 지을 수 있도록 이끈다. 바로 이것이 스토리텔링의 강력한 힘이며, 리더로서 반드시 익혀야 할 핵심 역량이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없다면 오늘부터 하나하나 만들어보자.
"나의 지금부터 인생은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기억할 내 모습이다"
라는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대사처럼 팀장의 이야기는 팀원들이 훗날에 기억할 모습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https://youtu.be/oJiFmI70sos?si=u-6x4AKUKEY7W36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