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
어느덧 대학원을 다닌지도 1년이 지나간다.
대학원을 다니는 도중에 중간중간 짤막하게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쓰곤 했지만, 이렇게 1년 단위로 정리해서 글을 쓰는건 처음이 아닐까 한다. 학부생활에서의 나는 이런건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방학 동안 무엇을 할것인지에 대한 고민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회고를 써보려 한다. 분명 나의 이 1년은 그동안의 1년과는 달랐다.
대학원의 1학기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래픽을 제대로 접해본적이 없기에 혼란은 더욱 심해졌다. 과제나 작업을 해가면서도, 이것이 맞는지 내가 하는 작업에 대해서 확신이 없었다. 전형적인 학부에서 하는 방법 ‘선작업후 의미 만들기’의 연장선이었다. 그래도 얻은 것들이 있으므로 그것들을 정리해보자.
1학기
- S1: 객관적인 정보와 주관적인 정보를 나누고, 그것들을 객관적인 데이터(숫자?)를 중심으로 타인이 경험하게 만드는 작업을 했다. 이 작업에서 중요했던 것은 다양한 조형언어로 그것들을 대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이 당시 나는 기호학에 대해서 배우지 못하고 이 수업을 들은 걳은 상당히 아쉬운 면이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번학기의 나의 작업의 크리딧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자기 반성을 하게되는 순간이다.)
- G1: 이 수업에서는 디자인 방법론에서 배웠었다. 첫수업에서 교수님의 논문을 나눠주신 것에서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이 남는다. 그 논문을 통해서 직관적으로 교수님이 이 수업에서 전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이었기 때문이다. 수업의 가장 큰 키워드는 ‘테이스팅’으로 와인에서 맛을 보는 용어를 차용한 것으로, 요리왕 비룡에서 맛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예시로 들수 있겠다.
이것은 수사법에 근거한 표현으로 이 글에는 그 묘사하는 대상이 들어가면 안되는 것이 특징이다. 만약에 내가 컵을 테이스팅으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컵을 의인화하든 어떤 수사법을 갖고 오든, 컵이라는 대상이 드러나면 안된다는 것이 규칙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방법론은 매우 혁신적이다. 비약적이지만 디자이너가 어떤 표현방법을 쓸지, 어떤 이미지를 쓸지 같은 고민을 할시간을 단축하게 해준다.)
2학기
- S2: 대망의 기호학을 처음 접하게 된다. 이 기호학을 처음 접하였을 때, 이것이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의문과 고민을 풀어줄 열쇠가 되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파고들어가고 여러 글들을 읽어보았다. 하지만 그 뒤에는 더 큰 고민과 그래픽디자인 이라는 것의 모호함(오류)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글을 읽게 되면서, 내 고민은 더욱 심해지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찾게 되고 있다. 우리는 디자이너다. 디자이너는 1:다수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호한 것에서 벗어나 명확하고, 보편성을 갖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수업에서는 보편성을 갖는 기호를 생산할 수 있는 것에서 더 하나 추가하여 이 이미지의 생산자(작가?)의 입장에서 특수성, 즉 전달하고 싶은 특수한 메시지를 넣어서 그 기호를 완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갖고 있는 듯 하다. 그 방법론으로 사진(오류의 가능성이 적은 이미지?)에서 형태적 언어를 찾아내서 그것을 벡터화로 단순화해서 표현하여, 그 안에서 보편성을 얻어낸다. 그리고 사람이 해석할 수 있고 오류의 가능성이 적은 '레스터 이미지'를 활용하여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의 맥락을 잡아주는 역활로 활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 생산과정에서 '완성'으로 가는길은 생각이 깊어야하고, 세밀해야 한다. 색에서 부터 표현방법, 주변의 위치, 크기, 구조까지 너무나 컨트롤해야 할것들이 많다. 나는 이 수업이 종강할 때까지 결국 자신과 타협하는 태도를 취하기에 다다르게 된다. 크리딧 내내 한결같이 '뉘앙스'를 만드는 것에 멈추어 있는 듯 하다. 나는 스스로 '그 정도만 만들었어도 다행이다'라는 어투로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포스터 만드는 작업 말고도, 책을 만드는 (자신만의 이미지 사전?) 작업이 크게 나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