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은희 Sep 20. 2021

오늘도 책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요즘 나는 ‘독서에 습관을 들이기 위한 환경 조성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양한 시도 끝에 그나마 진전이 있는 건, 출근 전 한 시간 30분 전에 일어나 차분히 가라앉은 아침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차와 함께 30분 정도 독서를 하는 것이다. 이제 고작 이주 가량 지났을 뿐이지만 작심삼일은 넘겼으니 시작이 나쁘지 않다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낮이나 밤에는 유독 집중을 하지 못한다. 정신이 또렷해지는 시간대는 아직 잠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아침보다는 다양한 것에 정신이 팔리기 때문이다. 읽고 있는 웹툰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던가, 딱히 연락 올 사람이 없는데 핸드폰을 켜보던가, 멍하니 창가에 있는 식물을 바라보다 책을 덮고 일어나 물을 주거나 뜬금없이 분갈이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집 앞 카페에 방문하기 시작했다. 행동에 제약이 생기는 바깥은 집 보다 집중력이 올라가곤 한다. 카페는 시끄러워서 집중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사람은 많은데 침묵이 깔리는 공간엔 오래 앉아 있지를 못한다. 경직된 곳보다는 자유로움이 있는 공간이 좋다. 그렇다면 ‘독서에 습관을 들이기 위한 환경 조성하기’는 완벽하게 아닌가 싶지만, 카페에 들린다는 건 큰 문제점이 하나 있다. 내가 출근 외에는 집 밖을 나서는걸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카페에 방문해 독서를 하는 건 반나절 전부터, 많게는 하루 전부터 굳게 다짐을 해야지만 실행할 수가 있다.


오늘도 아침부터 다짐을 하고 저녁쯤 돼서야 집을 나섰다. 카페 안 적당한 자리를 잡고 책을 펼쳐 한 장 한 장 넘기며 책에 빠져들려고 노력했다. 한참 독서에 빠져들고 있을 때(또는 그렇게 생각할 때) 억지로라도 붙들고 있던 집중력은 조금 전부터 지속적으로 들리는 소리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자리의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진동벨이 수없이 책상과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이잉 지이잉- 그 소리를 시작으로 희미하게 들리던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잔뜩 흥분한 채 말하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대꾸하는 아저씨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 순간 갑자기 나기 시작하는 이상한 목소리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사장님이 스피커와 연결된 핸드폰으로 전화 통화를 하나 의문이 들 정도로 크진 않지만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 들려왔다. 딱히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책을 바라봤다. 도망가려 하는 집중력을 억지로 붙들어 맸다. 책을 읽고 있지만 읽고 있는 게 아니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읽는다를 나아가 생각하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눈을 움직여 글자를 읽어내리는 단순한 행위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책을 덮었다.


기분이 급격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카페를 나갈 수는 없었다. 지금 내가 카페를 나선다면 나는 앞으로도 온갖 핑계를 대며 독서를 하지 않을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귀를 닫을  없다면 조금  귀를 열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수다 소리에 묻혔지만 잔잔히 펴지는 음악 소리, 졸졸졸 물이 흐르는 소리,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손님에게 인사하는 직원의 목소리. 잠시간 다양한 소리를 받아들이니 어느새 진동벨 자리의 주인이 돌아와 자신이 주문한 음료를 가지러 갔다. 점점 다른 것들이 희미해졌다. 주제가 다소 가벼워졌는지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낮아졌다. 정체 모를 목소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나쁘지 않다. 다시 책을 펼쳐본다. 아까보다는 책을 읽는다에  가까워진 나를 발견한다.


 

작가의 이전글 무엇에도 가치가 없던 것은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