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하말넘많’이 전하는 현실적인 비혼 조언 <따님이 기가 세요>
여성의 안전에는 돈이 든다. - p.129
나는 두려움이 많다. 늘 가족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살았음에도 현관문이 갑자기 열려 괴한에게 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어린 나는 이불 속에 몸을 말아 넣곤 했다. 어린 나의 두려움에는 상상력 외에는 특별한 기원이 없었지만, 다 커버린 나에게는 두려움에 명확한 이유가 생겼다. 눈을 뜨면 어김없이 하루에 몇 명씩 살인 당한 여성에 대한 기사를 읽을 수 있다. 수만 명이 분노하지만, 사실 여성 범죄 피해자의 수는 두드러지는 감소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세상이 두렵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당장 내일 억울하게 살인을 당해도 세상은 크게 요동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나를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언제나 예민하게 군다. 지하철에서 시선이 느껴지면 빠르게 알아차리는 능력 따위는 절대 선천적으로 이만큼이나 발달한 게 아니다. 한번은 나를 내려다보는 남자를 피해 지하철 칸을 옮긴 적이 있다. 곁눈으로 나를 성큼성큼 따라오는 남자가 보였다.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 내리는 척 몸을 숨기고 다시 탑승했다. 그때도 나를 지켜주는 건 나뿐이었다.
걱정은 집에서도 계속된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은 언제나 걱정의 대상이자 타깃이 된다. 자취할 집을 구해본 여자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안전을 상위 결정 요소로 두고 집을 골랐을 것이다. 돈이 더 필요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 보이는 집과 동네를 선택하는 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
현실적으로 독립을 고려할만한 나이가 되며 종종 내 통장을 들여다본다. 매일 위협과 불행이 나를 피해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집에 들어서고 싶지 않다. 그러나 어지간한 돈으로는 그런 기본적인 권리도 사수하기 어렵다. 현재의 잔고가 미래의 공포와 폭력을 예견하는 듯하다.
왜 나는 지금까지 고작 이 정도의 경제 지식밖에 가지지 못했을까.
비혼으로 살아아겠다는 큰소리와 그것을 위해 해나가야 할 경제적인 사고가
전혀 동일 선상에 놓여있지 않았다. - p.135
‘하말넘많’의 서솔과 강민지는 ‘여성의 안전에는 돈이 든다’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자산 운용을 하라고 조언한다. 나 역시 혼자 살아보겠다고 외치고 다니면서도 정작 돈을 굴리는 방법은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청약은 어떻게 하는지, 펀드는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등 기초적인 지식이 부족했다. “요즘 세상에 월급만 모아서는 집 못 사.” 그런 말들을 귀에 박히도록 듣다 보니 어차피 안 된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을 사지는 못하더라도, 훗날 안전에 조금이라도 더 투자하기 위한 현실적인 궁리를 해야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아직 정기 수입이 없을 수도, 혹은 당장 사고 싶은 게 많아 아끼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아주 작은 자금이더라도 펑펑 쓰기 전에 우선 이 책을 읽어보아라. 그리고 작은 두려움이 피어오른다면 그 감정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작은 저축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문득 현실이 두려워질 수 있다. 그럴 때면 자신을 두렵게 하는 대상을 떠올리지 말고, 비슷한 상황의 동지들을 떠올리자. 우선 첫 번째로 나도 당신의 곁에 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