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골프 관련 기억 (해외 생활)
30대 초반에 영국에 출장으로 들랑달랑했다.
출장 중에 주중에는 업무를 보고, 주말이나 휴일에 주재원들이 필드에 나갈 때,
구경 삼아 그리고 산책 삼아 골프 코스를 같이 걸었다.
우리 회사가 회원권을 가지고 있던 골프장은 전동 카트 사용이 안되고, 골프 백을 본인이 직접
백팩처럼 등에 매거나, 수동 카트를 직접 끌고 다녀야 되는 조건이었다.
그러다가 나도 영국으로 주재원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업무 파악하느라 다른 것은 생각도 없었다.
한 3~4개월 지나고 날씨가 좋아지고 해가 길어지자, 원래는 주말에만 골프를 치던 주재원들이
금요일 일과가 오후 2시경 끝나면 4시부터 18홀을 돌아도 날이 밝다고 너무 좋아했다.
그즈음 다른 주재원 선배들의 강요에 못 이겨 골프를 배워야 하나 한참 고민했었다.
여차저차하여 골프채도 구입하였고, 집 근처 연습장 연간 회원권도 구매를 하였다.
연간 회원권이 약 50만 원 정도였고, 365일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했다.
골프공 몇 박스를 치던 상관이 없었다. 한국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싼 가격이었다.
내가 근무한 영국 웨일스는 인구 300만에 골프장이 300개가 있을 정도로 주변에 골프장이
많았고, 차로 2~30분 이내에 급이 높은 골프장들도 많았다.
당시 2010년 Ryder컵이 열릴 예정인 좋은 골프장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 가보곤 했다.
이러한 골프 하기 좋은 환경에서 나는 왜 골프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까?
이유는 요즘 말로 심적으로 Work & Life의 균형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 주가 끝나는 금요일 오후에는 주재원 회의가 있어 주간 현황을 리뷰하는데
회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자주 있었다.
그 분위기를 끝나고 나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골프를 치러 갈 수 있는
멘털을 갖지 못했다.
오히려 장기 출장을 나온 많은 출장자들이 출장 기간 동안 골프를 배워
한국에 복귀했을 때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들도 여러 명 봤다.
아직도 기억난다 골프 연습장 연간 회원권을 사서 2~3주 조금 다니다가 처박아 놓았고
기간이 종료되기 한 달 전에 다시 찔끔 다니다가 회원권 기간이 종료되고 그 이후로는
골프채를 잡아본 적이 없다.
나는 업무 시간 이외까지 회사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대신 당시 박지성이 뛰고 있는
EPL의 주요 팀 경기를 열심히 봤다. 맨유, 리버풀, 첼시 경기를 주로 봤던 것 같다.
거기에 UCL을 통해 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 경기도 빼놓지 않았다.
이 팀들을 이해하기 위해 주말마다 영국 신문을 사서 영어 공부 삼아서 축구 관련 기사들을
읽고 즐겼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고 골프 치기 좋지 않은 나라와
좋은 나라를 번갈아 근무하게 되었다.
환경이 좋은 나라이든 좋지 않은 나라이든 내 골프에 대한 열의는 높아지지 않았다.
결국 골프 장비를 구입한 지 10년이 흘러 그 장비는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정리했다.
내가 살아 본 6개국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은 모두 골프를 너무 좋아한다.
인프라가 없던 곳에서는 한국 사람들 때문에 현지인들도 골프를 알게 되고
이후에 골프장에 몇 개 생길 정도가 된 경우도 있다. 이제는 현지인들이 더 많이 치고
비용이 비싸져서 급이 낮은 한국 주재원들이 치기 어려울 정도가 된 나라도 있다.
골프가 좋은 운동이고 해서 나쁠 것은 없고, 부부가 같이 하는 보기 좋은 모습도 많았다.
다만 개인적인 취향을 주변에 강요만 안 했으면 좋겠다. 물론 이제 강요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내 인생에서 골프는 멀어졌다.
골프 관련 다른 에피소드는 기회 되는대로 더 정리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