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수련이 아직 더 필요하다.
8년만에 한국에서 보내는 연말이다 보니 이런저런 송년회 자리가 있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얼굴들을 보면서 반가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헤어져 집에 돌아온다.
그런데 그런 모임이 있는 다음 날은 평소보다 피곤하다.
몸과 마음이 모두 그렇다.
가끔 부부 동반 모임도 있어서 아내와 같이 참석하고 돌아온 다음 날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아내도 더 피곤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물리적 거리 차이로 전에 서울 살 때는 그렇지 않았으나 이제는 경기도에 살기에
왕복 이동에 3~4시간이 소요된다.
정신적으로도 평소에 거의 만나는 사람 없이 아내와 둘이 조용히 지내다가
갑자기 많은 아는 사람들 속에 섞여서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사람들 사이에서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되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 아직도 완전히 편하지 못한 은퇴자의 마음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매일 산책을 하다 보면 국가에서 하는 중장년 일자리 관련 플랑카드들을 볼 수 있다.
그 내용을 보다 보면 해당되는 나이가 60세 이상이다. 50대 중반인 나에게는 아직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은퇴를 하기로 마음먹고 이제는 세상의 기준과 다르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매일 접하는 정보들은 나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혼자서 또는 아내와 시간을 보낼 때는 평화롭고, 여유롭기까지 하다.
그러다가 이런 연말 모임 같은 약속이 생겨 친구, 선 후배들을 만나고 나면
특히 그 잔잔했던 내 마음이 흔들림을 스스로 느낀다.
내 마음의 흔들림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물욕, 비교가 원인이라고 분석해 본다.
머리로는 적당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데,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던 한국인의 체형에
딱 맞는 제철 의류나 신발을 광고하는 홈쇼핑 채널이나 유튜브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게다가 사고 싶은 신상 IT 제품들은 왜 이렇게 많은 것인가?
아직도 뭔가 바라는 것이 많은 것이 아닌가 싶다.
아직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세상의 잣대에 나를 비교하면서
자기 학대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 초월의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여전히 내공이 부족한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직까지는 마음 수련이 더 필요한 50대 중반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