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책
오랜 해외 근무 중에 오롯이 나만이 즐겼던 취미는 무엇인가 생각해 봤다.
그것은 걷기, 산책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 걷는 취미 혹은 습관은 한국에서 근무할 때도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주말에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걸으려고 했던 것 같다.
다행히 어디 살던, 어디서 일하던 걸을 수 있는 주변 환경이 갖춰졌었다.
한국에서는 안양천변은 걷기도 자전거 타기도 좋았고, 경의선 산책로도 당시 새롭게 만들어져
아직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회사 점심시간에 여의도 공원은 조금이나마 운동하려는 직장인들로 가득 찼었다.
점심 약속이 있거나, 비가 오지 않는 날은 같이 걷는 동료들도 꽤 많았다.
이후 해외로 나가서 우크라이나에 근무할 때는 사무실 옆이 아주 멋진 공원이었다.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바람도 쐴 겸 그 공원을 걸었다.
싱가포르는 사무실이 고층 빌딩가에 있었는데 거기는 더운 나라여서 고층 빌딩 사이를 연결하는
보도나 지하 쇼핑몰들이 연결되어 있어, 점심시간이면 동료들과 우리 만의 코스를 만들어
고층 빌딩 사이와 지하 쇼핑몰을 산책했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우리의 선입견과 다르게 크고 작은 공원들이 참 많았다.
회사 근처에도 집 근처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으면 무조건 회사 주변 공원을 30분 정도 걷는 재미가 있었다.
근처에 대학교도 있어서 산책길에 현지 젊은 친구들을 보며 그들의 청춘을 부러워하기도 하였고,
주말에는 집 근처 공원을 어떤 날은 남쪽으로 다른 날은 북쪽으로 걷곤 했다.
여러 나라 중에서도 산책의 즐거움을 크게 알려준 곳은 폴란드였다.
정착하고 습관처럼 집 근처 산책할 곳을 찾던 중, 집 옆에 말 그대로 공원
우리나라처럼 뭔가 인공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공원 벤치 정도 놓여 있고
사람이 걸어 다녀 만들어진 길이 이리저리 펼쳐진 드넒은 공원이 있었다.
당연히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처음에는 30분을 걷다고 점점 반경을 넒여서
1시간 30분 정도의 코스를 만들어 주말마다 걸었다.
4계절의 변화가 매주 산책을 하는 동안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흐린 회색 빛 풍경위에 하얗게 눈이 덥혔던 풀밭이 3~4월이 되면 조금씩 푸르름을 띄다가
한 주 한 주 가면서 녹색으로 덮여가는 것이 무딘 내가 느낄 정도였다.
특히 토요일 이른 아침 다들 불금을 보냈는지 공원에는 거의 사람들이 없다.
조금 걷기 시작하다 보면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었다. 조금 더 가다가 드는 생각이
이 넓은 공원이 마치 나 혼자만의 공간 같다는 느낌으로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혼자 걷기도 하고, 와이프랑 강아지랑 같이 걷기도 했다.
그 넓고 푸르른 공원이 지금 내게 제일 좋은 폴란드의 추억이다.
그 뒤로도 어딜 가던 주변 산책할 곳을 찾아서 걸었다.
이제 한국에 들어와서도 집 주변을 열심히 매일 걷고 있다.
좋은 곳을 찾아서 걷고 그 느낌도 나눠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