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 이야기
우리 집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난 이제 13살이 된 늙어가는 강아지가 있다.
당시 우리 아이가 갑자기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운을 띄운 후,
강아지라도 키우게 해달라고 했다.
자기가 밥도 주고, 산책도 시키고, 배변도 다 치우겠다고 다짐을 했다.
러시아에는 개를 정말 많이 키우는데 우리나라처럼 작은 종류의 강아지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주변 수소문 끝에 요크셔테리어를 분양한다는 집을 찾았고 생후 1개월 된
암컷 강아지를 입양하게 되었다.
러시아에서는 강아지 관리를 위해 배 쪽에 일련번호를 타투로 하여 구분을 하였고
이 강아지의 조상이 어디서 왔는지 소위 말하는 강아지 족보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온 강아지는 조상이 헝가리에서 나서 폴란드를 거쳐 러시아까지
넘어왔다고 족보에 그렇게 나왔다고 한다.
우리 아이의 강아지 돌보기 약속은 한 달 정도 유효했고, 결국 와이프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만난 우리 강아지는 러시아에서 3년 살고 한국으로 들어와 3년 그리고 폴란드로
가서 6년 다시 한국을 잠깐 거쳐 미국에서 1년을 살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강아지치고는 주인을 잘 못 만나서 팔자에 없는 이동을 많이 했다.
해외에 사는 동안 가끔 와이프와 아이가 한국을 가고 없는 동안, 나와 강아지 둘이서
지낼 때도 있었다. 퇴근 후 집에 오면 하루 종일 사람을 기다린 강아지와 동네 산책을 하고
내 발치에서 자고 그렇게 한 달씩 보내기도 했다.
물론 와이프가 있을 때 돌본 것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강아지 덕분에 좀 더 건실한(?) 생활을
하지 않았나 싶기다 하다.
우리와 같이 여러 나라를 떠돌던 강아지가 이제는 노견이 되어가고 있다.
아니 이미 노견이란다. 사람으로 치면 대략 70살이 되는 거라고.
폴란드에 있을 때 슬개골 이상으로 폴란드에서 오른쪽, 왼쪽 모두 수술도 받았고,
최근에는 천식 증상으로 호흡을 잘못해서 약도 열심히 먹이고 있다.
예전에는 현관문 소리만 나면 집 어디에 있다가도 바로 현관으로 달려 나오는데
이제는 늙어서 귀가 잘 안 들리는지 우리가 다가갈 때까지 그대로 자고 있을 때가 많다.
어떨 때는 그렇게 좋아하는 산책을 나가자고 해도 그냥 집안으로 피하기도 한다.
잘 때는 사람처럼 코를 골기도 해서, 와이프와 내가 서로 오해를 하기도 했다.
다른 집 강아지들 보면 차도 잘 타서 같이 놀러 다니기도 하던데,
우리 강아지는 차를 타고 좋은 기억보다, 차를 타면 가는 곳이 병원이고 발톱 깎는 곳이고 해서
자기를 괴롭히고 힘든 곳으로 가는 나쁜 기억을 잊지 않았는지, 차를 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거실 소파에서 코를 골고 자고 있는 우리 강아지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 왔을 때 털 색깔과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우리 강아지.
이제는 완전히 우리 가족의 일원인 우리 강아지가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우리 곁에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