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헤어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생각-3

by Old Bamboo 노죽


오늘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16일 차를 걸었다.


처음에는 같은 날에 출발해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마주치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길에서 만나거나 숙소에 머무는 사람들이 바뀌었다.

나보다 전에 시작했는데 대도시에서 더 머물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조금씩 걸으면서

이동 거리가 짧아진 경우이거나, 나보다 늦게 출발했는데 잘 걸어서 평균보다 많이 걷는 경우이다.


젊은 친구들은 이 산티아고 순례길 이후의 여행 시간을 더 갖기 위해 서두르기도 했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일정까지 완주를 하고자 더 많이 걷는 친구들도 봤다.

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걷는 것이기에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무사히 완주하길 바랄 뿐이다.


새롭게 만나서 인사한 분들과 얘기를 해보면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동안 같이 걷고 같은 숙소에서 묵었던 일행들과 헤어지면 약간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생각해 보면 어차피 여기 혼자 왔는데, 며칠 같이 걸었다고 서운할 정도로 강렬한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배우지 않았던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인생이라는 것을 ….

진정한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다시 부딪히게 될거라는 것을 …


첫날 프랑스 바욘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봤고, 생장의 순례자 사무실에 줄을 설 때 앞 뒤로 서서 안면을 튼

한국계 미국인 친구가 있었다. 어렸을 때 입양이 돼서 한국말은 못 한다고 했다.

피레네 산맥을 넘는 첫날 일정을 끝내고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숙소 체크인을 하고 짐 정리 후 쉬고 있는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그 친구가 나타났다.

나도 모르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물어보니 내일도 같은 마을에 머물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그 친구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


숙소에 도착해서 쉬면서 다음 날을 준비할 때를 제외하면, 길 위에서는 철저히 혼자다.

초기에는 속도를 맞춰서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했지만, 이제는 모두들 자기의 페이스를 안다.

그 페이스에 맞게 걷는 것이다.


우리의 지난 삶도 자기만의 페이스로 그렇게 걸어오지 않았을까?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지나쳐오면서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