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왜 그날 쉽게 잠들지 못했나?

by Old Bamboo 노죽

같이 해외 근무를 했던 형님 부부를 한 8년 만에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고맙게도 우리 동네까지 직접 오셨다.


2004년 나의 첫 번째 해외 근무에서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형님 부부는 원래 다른 계열사 소속으로 일찍 부임하셨으나, 우여곡절 끝에

나와 같은 회사로 자리를 옮겨서 일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새로 부임하는 모든 가족의 현지 정착 멘토였다.

이삿집 구할 때부터, 애들 학교 정하는 것, 그리고 각종 쇼핑은 어디서 해야 되는지

처음 오면 모를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겼을 때 이 형님 부부에게 연락하면

답을 구할 수 있었다.


하루는 내 또래의 주재원이 아이 준비물을 보고 뭘 준비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연락이 왔다. 준비물은 Game Kit였다. 우리 부부도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그 형님 댁에 연락을 했더니 먼저 경험하신 듯이 간단하게 체육복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답을 주셨다.


이러한 첫 번째 해외 근무의 추억을 나누는 나 이외 다른 주재원 가족들도

이곳을 떠난 다음에도 첫 해외 근무지에 대한 기억으로 형수님들끼리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냈다.


시간이 흘러 나도 다른 나라에서 근무를 했고, 형님도 다른 나라에서 근무를 하시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집을 구했는데, 정말 우연히도 형님네가 사는 아파트 옆이었다.

그때 형님네 애들은 대학생이고, 우리 애는 중학생이었다.

한 3년 정도 같은 동네 살며 서로 의지하고 지내다 내가 다시 해외 근무를 하게 되어

wife가 가끔 통화를 하면서 연락을 하며 지냈다.


7년의 세월이 흘러 우리가 한국으로 복귀를 하였고, 집 정리가 좀 되었을 무렵

연락이 닿아 식사 자리가 마련되었다.

생선찜을 거하게 먹고, 자리를 옮겨 차를 마시며 한동안 옛날이야기 등

그동안의 안부를 확인했다. 형님네 애들은 전문직 직장인과 박사 과정생이 되었고,

우리 애도 대학생이 되었다. 애들의 성장이 세월의 흐름을 확인시켜 주는 듯했다.


그리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는데 그날따라 왠지 잠이 들지 않고

과거의 일들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참을 뒤척거리다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지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한 채로 일어나 wife에게 잠을 잘못잔 얘기를 하니

wife 왈, 어쩐지 어제저녁에 다른 사람은 다 차를 마시는데 나만 평소에 안 마시던 커피를

늦은 시간에 선뜻 주문하여 마시더라는 것이다.


난 옛 추억의 강렬함으로 인한 불면증이라고 생각했으나,

결론은 그냥 밤늦게 마신 커피가 원인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