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진 소원 하나

영어 이야기

by Old Bamboo 노죽

대학 1학년 교양 영어 시간이었다.

교양 과목이라 전공과목과 달리 다른 과 학생들과 같이 듣는 수업이었다.

강사는 수업 시간에 읽을 지문을 학생들에게 돌아가며 한 문단 정도 읽게 했다.

그때 그 시절 나를 포함한 친한 동기 3명이 나란히 앉아있는데 차례로 지명을 받아서

영어가 아닌 억양이나 발음을 무시한 채 거기에 각자 고향의 사투리까지 섞여,

그냥 단어의 나열 정도로 읽고 넘어갔다.

대부분이 그런 상황이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명을 받은 다른 과 여학생이 영어 문장을 읽는데 이것은 마치

영어 회화 테이프에서 나오는 것 같은 완벽한 발음이었다.

마지못해 듣고 있던 영어 수업 시간이 갑자기 "우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던 강사도 다시 한번 그 학생을 쳐다보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무슨 과에요, 이름이 뭐예요라는 소리가 났고, 강사가 직접 이름을 물어

확인해 주고 그 상황이 넘어갔다.


그 당시 내게 떠오른 것은 나도 언젠가 저렇게 나름 영어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외국어답게

읽고 얘기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안되면 내 자식이라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때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교에 와서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서울 출신 친구들과의

보이지 않는 차이를 느꼈던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다. 그 아이가 3살, 개월 수로는 18개월에

우리 가족은 처음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그 이후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3년만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고, 내 근무지 이동에 따라 계속 해외에서 학교를 다녔다.

대학을 입학할 시기가 되었을 때도 해외에 있는 대학을 가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해외 생활을 하면서 아이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부터는 엄마 아빠의 영어가 부실하다고 생각했는지

가족이 같이 움직이는 여행이나 외식이 있으면 스스로 나서서 엄마 아빠의 입과 귀가 되어주었다.

그러던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일하기를 원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운 좋게 취업도 하여 드디어 3월부터 정규직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이렇게 성장한 만큼 나와 Wife의 세월이 흘러간 것이다.

출근을 앞둔 아이를 보며 내가 오래전에 바랬던 우리 아이가 영어를 Native처럼 멋지게 하기를 바랐던

나의 소원 하나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앞으로도 씩씩하고 즐겁게 회사 생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