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 다초점 안경
안경을 처음 쓰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때였다.
그리고 20여 년을 안경과 함께 보냈다.
그러던 중 러시아에서 유명한 안과 의사가 근시를 교정할 수 있는
수술법을 개발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지금은 장비를 이용한 라식/라섹 수술을 하지만
이 수술의 초기에는 의사가 손으로 직접 수술을 했다고 한다.
주변에 한 두 명씩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생기고 안경으로 인한 불편함에서 벗어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내가 라식 수술을 받아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2008년이었고, 우크라이나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하던 업무가 조금 지겨웠던 시기였다. 뭔가 삶의 자극이나 변화가 없을까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우연히 병원 광고를 봤는데 한국보다 저렴하게 라식 수술을 한다고 되어 있었고,
당시 다른 한국 사람이 우크라이나에서 라식 수술을 받았는데 한국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몇 달을 고민하면서 알아보다가 독일계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수술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수술이 끝나고 즉시 시력 검사표로 확인하는데 양쪽 눈이 거의 0.8~0.9 수준의 시력이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수술 직후여서 그렇지 며칠 지나면 시력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수술을 받은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안경을 쓰지도 않고도 벽에 걸린 시계의 바늘이 보였다.
정말 한동안 잊고 살았던 안경 없는 편안한 세상이었다. 그렇게 개안을 하고 다시 20여 년이 지났다.
몇 해 전부터 노안으로 인해 눈이 잘 안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운전할 때 쓰는 안경과 책 읽을 때 쓰는 돋보기를 분리하여 장만하였고 그때그때 착용을 하게 되었다.
최근 사람들과 어울려 미팅도 하고 PC로 서류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이제는 그때그때 안경을 바꿔서 사용하는 것이 불편해졌다. 이제 다시 안경을 일상으로 착용해야 되나 보다 싶어서 안경점에서 누진 다초점 안경을
맞췄다. 그런데 이 누진 다초점 안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오후 시간이 되면 눈이 너무 피곤하고,
심지어 머리도 아프기까지 했다. 아직까지 안경에 눈을 맞춰 사용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우크라이나에서 라식 수술을 받을 때 의사가 한 말이 생각난다.
당신이 지금 수술을 받는다고 다시는 안경을 안 쓸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나이가 들면 언젠가 다시
안경을 쓰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눈을 잘 관리해서 안경을 최대한 늦게 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 말처럼 20여 년 동안 안경 없이 편하게 살아온 것에 감사하며, 이제 다시 안경의 세계로
돌아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