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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할미 Aug 08. 2021

책 보다 북 리뷰를 애독하는 중입니다


종이 신문에 실리는 북 리뷰를 좋아한다. 8쪽  짜리 금요판 북 리뷰 읽는 재미로 정기 구독을 하는 게 아닐까 스스로 의심할 지경이다. 책을 사서 읽기보다 손쉽게 남이 써놓은 책 비평을 열렬히 애독하는 건 뭐지?  그렇다고 소개된 책을 곧잘 사들이는 스타일도 아니면서.


헷갈린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아님 책 소개나 리뷰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일까?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알수 없는 광대무변한 지식 탐구에 진심인 저자들에게 경외심을 표현하기 위해 북리뷰를  읽는 것일지도. 아님 요즘 핫한 책들의 제목이라도 아는 척하려는 허영심?


사회생활 영역이 날로 줄어드는 노년엔 번개처럼 다가와 내 편견과 시야협착을 깨뜨려주는 한 마디 말에 갈수록 목이 마르다. 좋은 책 한권을 소개받는 게 젊은 시절보다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생각난 김에 그간 적어둔, 사고픈 책 제목을 훑어본다. 죽음 관련 책들부터 팬데믹 이후 세계 전망, 그리고 디지털 자본주의 분석이랑 문화현상으로서의  BTS 팬덤까지, 매주 한 두권씩 야심차게 늘어난 목록이다. 갑자기 조바심이 난다.


중고서점 앱에서 폭풍 검색을 시작한다. 내일 강북 가는 김에 들를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책 한 권 발견!  담주 친정엄마 뵈러갈 때 들를 야탑역 매장에서도 두세권은 건질 전망이다.


침침한 눈 때문에 스마트폰과 노는 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는 나이 60  이후. 결국 요긴해지는 건  혼자 잘 노는 기술이다. 그 중에도 책놀이만한 게 없다.  


나이를 먹는 만큼 더 현명해 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린 노년의 초입에서 나는 책에게 무얼 바라는 거지? 그건 한 생애를 명랑하게 완주하려는 마음가짐을 응원해줄, 새로운 서사와 영감이 아닐까.


이 행성 여행자 신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내 힘으로 알수 없을 터. 하지만 책은 이번 생에 만나는 사소하지만 경이로운 것에 설레라고, 그 자잘한 아름다움을 깊고 오래 누리라고 나를 부추길 것이다.


오늘도 나는 루테인을 한 알 집어삼킨다. 평생 동지 책옆에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은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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