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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할미 Sep 20. 2021

BTS에 홀리다

지난 여름, 방탄소년단의 ‘Permission to Dance’에 꽂혔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에다 몸을 흔들어대지 않고는 못 배길 경쾌한 리듬! 지구인들의 꿀꿀한 팬데믹 시즌을 이토록 신명나게 강타해 준 BTS에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있나?


이미 몇 해 BTS 열풍이 일어났어도 실상 이 땅의 나이 60 이후 세대는 BTS와 그다지 친하지 않다. 근데 올 여름에 나와 내 친구들 여럿이 그만~ 전향했다. 친구 하나는 ARMY 회원 가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Permission to Dance’는 따라 하기 쉬운(?) 안무가 특징이다. 지구적 스케일의 춤바람을 불러 일으키려 작정한 듯, 비교적 단순한 춤사위로 구성됐다. 안무가 국제 수화를 활용한 퍼포먼스가 된 것도 화제다. ‘즐겁다,’ ‘춤추다,’ ‘평화’ 등의 몸짓과 손짓 표현을 담아내자 청각장애우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감염병 시대의 좌절과 무력감을 위로하는 노랫말이 젊은 세대들에게 불러일으킨 폭풍 공감은 말 할 것도 없다.


그러자 팝의 살아있는 전설 엘튼 존이 ‘Permission to Dance’ 챌린지에 깜짝 등판했다. ‘Permission to Dance’가사 중 “When it all seems like it’s wrong, Just sing along to Elton John.” 그러니까 “내 맘대로 일이 잘 안 풀릴 땐 앨튼 존 노래를 따라 불러”란 구절에 화답한 거란다.


그는 노랫말 속 wrong을 right로 재치 있게 바꿔 불렀다. “When it all seems like it’s right, I sing along to BTS Permission to Dance.” “일이 잘 풀릴 땐 BTS Permission to Dance를 따라 불러.” 놀라웠다. Sir 작위까지 받은 팝의 거장이 언택트 듀엣으로 젊은 후배들을 격려해주다니.


제니퍼 로페즈를 포함 세계적 셀럽들도 앞을 다투어 댄스 챌리지에 나섰다. 여느 때처럼 오대양 육대주의 크고 작은 스트리트 퍼포먼스 동영상은 끝없이 이어졌다. BTS 춤바람으로 대동단결한 지구인들을 너튜브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이 50 전후로 춤바람이 제대로 났던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물론 ARMY들의 날렵한 몸동작은 언감생심. 대신  음악에 절로 들썩거리는 몸을 그냥 털어주면 된다. 이건 먼지 털기춤 마니아들 용어로 나홀로 방구석 댄스 챌린지다.


무릎도 발목도 허리도 시원찮은 나이면 어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마구 흔들다 보면 마음의 먼지까지 털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만 굳건하면 된다. 면역력 향상과 숙면효과는 덤이다.


MZ 세대엔 국경이 없다고 한다. IT 기술로 전례 없이 글로벌하게 연결된 세상, 공유하는 가치가 그들을 묶는 덕분일 것이다. BTS 문화 혁명에 은근슬쩍 가담해 혼자서 몸을 흔드는 내 모습, 우습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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