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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할미 Feb 09. 2022

토란대를 삶기 좋은날

입춘 지나 햇볕에 제법 힘이 붙은 겨울 오후. 대구 사과 골짜기 새터마을에 사는 진옥할머니, 마당 화덕에 불을 지핀다.  아침부터 불려놓은 토란대를 큰 솥에 넣고 삶는다.   길냥이 출신으로 마당냥이가 된 노랑이는 화덕 옆에 좌정, 꾸벅꾸벅 졸기시작한다. 양지머리에 푹 무른 토란대랑 대파를 썰어넣고 소고기찌개를 만들 참이다. 고춧가루도 듬뿍  뿌리고 집 간장으로 간을 한다.


 올 들어 잔 기침이 부쩍 심해진 영감님과 마주 앉을 저녁밥상에 올릴 얼큰 소고기찌개다. 다음 오일장엔  쌈지돈을 털어서라도 소뼈를 사와 푹 고아 볼까. 젊었을 땐 술을 너무 좋아해 엔간히 속 썩이던 영감. 이젠 그저 측은할 뿐이란다.


 오가는 이도, 특별히 바쁠 일도 없는 겨울 오후, 참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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