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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의 하루

by 김청라

얼마 전, 고향인 부산에 와서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는 발라드 가수 정훈희와 김태화의 '꽃밭에서' 카페를 다녀왔다. 개업 소식을 듣고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생각만 했을 뿐, 선뜻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모임에서 방문하게 되었고, 덕분에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출세하여 유명해지면 서울로 날아가버리곤 한다. 하기사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마치, 지방에 머물면 출세와 유명세에서 멀어지는 듯한 분위기이다. 그래서인지 더 많은 이들이 자꾸만 서울로 모여드니 과밀지구가 되는 모양이다.


유명 가수를 가까이서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업무차 일본에 갔을 때 가수 김연자를 초 근접거리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무대에 오르기 전,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출입문 앞에 서 있던 그녀는 날씬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리고 이번엔 가수 정훈희를 가까이서 만났다. 하지만 그녀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녀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찾아간 관객 중 한 명일 뿐이니까,



카페의 외관은 화이트와 그린 컬러를 조화롭게 사용해 감각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주차장에서 만난 직원과 짧은 대화를 나누며 “그린도 좋지만, 블루였다면 더 바다와 어울렸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치 그리스의 바닷가 마을처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하얀 건물과 파란 지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카페는 바다 쪽을 오픈해 개방감을 더했고, 발코니에는 형형색색의 꽃 화분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가수 정훈희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방부제 미모와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자랑했다. 전날 경기도 고양에서 가수 송창식과 콘서트를 마치고 밤 1시에 부산에 도착했음에도, 그날 오후 3시 무대에 올라 열정적으로 노래했다. 피곤할 법도 한데, 역시 프로는 프로였다. 그녀는 자신의 곡과 다른 가수들의 곡을 섞어 부르며 관객과 소통했다.


그녀는 7남매 중 유일한 딸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공부할래? 노래할래?”라고 물었고, 그녀는 노래를 택했다. 아버지는 “여자가 돈을 벌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너희 엄마처럼 밥하고 빨래하며 살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단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70이 넘은 지금도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있다.



남편 되는 가수 김태화는 정훈희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탄탄한 가창력과 깊은 감성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는 자기가 정훈희를 아내로 맞으려고 정성을 들인 줄 알았는데 반대로 자신이 선택당한 것이라고 했다. 정훈희가 자신을 선택한 이유는 자기와 결혼하면 평생 가수로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고 한다. 당시 유명 여성 연예인들은 결혼과 동시에 연예계를 떠나 ‘현모양처’의 길을 강요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했고, 그 결과 지금까지도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그녀가 팝송, 샹송. 발라드. 국악,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었지만, 유일하게 ‘락’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김태화와 함께 음악 장르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간택되었다고도 하였다.

그리고 그는 밥이며 빨래, 청소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아내가 노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발코니 꽃들과 집 주변의 꽃들을 가꾸는 사람은 남편의 몫이고 꽃 감상하는 것은 아내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심지어 전날 밤 1시에 부산에 도착하는 그녀를 마중 나온 것도 남편이었다. 사람들은 결혼 당시 ‘정훈희가 아깝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녀는 참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다. 이제는 그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들이 서울을 떠나 부산에서 라이브 카페를 운영

하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참 반가웠다. 덕분에 힐링되는 일요일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파도가 노래하고, 옥빛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는 곳, 임랑에서 두 사람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펼쳐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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