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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민 Nov 05. 2020

당신에게 필요한 것: 좋아하는 것으로 24시간을 채우기

퇴사하자마자 뭐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좋아하는 걸로만 24시간을 채우고 싶어요."


퇴사 전 한 달 동안 DOBBY IS FREE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동료들의 시기 질투를 한 몸에 받았다. 




회사 일이 마냥 좋을 수는 없다. 상사가 던져주는 거지 같은 잡일과 기한 촉박한 프로젝트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다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받고 있었다면 더더욱. 퇴사하기 직전, 일이 너무너무너무 싫었던 나는 근무시간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기 싫은 일로 하루 10시간 가까이를 쓰고 있었다. 내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퇴사 후 좋아하는 걸로만 24시간 채워보고자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리스트를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 


1. 누워있기

2. 맛있는 거 먹기

3. 멍 때리기

4. 게임하기 

5. 거품 목욕하기 

6. 산책하기

7. 향기로운 커피 마시기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크게 돈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인생의 행복은 이리도 가까이 있는 것을, 회사라는 장막이 내 눈을 가려 보지 못했다. 


마지막 근무를 재택으로 했다. 헤어지기 위한 지난한 과정들이 있었지만 막상 마지막 순간은 깔끔했다. 그저 회사 단톡방에서 나오면 끝이었다. 



마음 같아선 퇴사 레전드 짤 가영이 사진을 던져놓고 나오고 싶었지만 마지막까지 예의를 차렸다. 3년 동안 굴렀던 회사 톡방에서 나온다니 왠지 떨렸다. 가슴이 뛰고 손발이 차가워졌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나가기 클릭. 회사의 모든  톡방에 나오고 나는 자유가 됐다. 

으아아아아 나는 자유다 

프리덤!!!!! 톡방을 나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행복리스트 1번을 실행했다. 오후 1시에 침대에서 맞는 이 여유라니! 당장 커피를 한 잔 뽑아 마셨다. 행복리스트 7번이다.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커피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다. 뭐하지? 싶었지만 일단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다. 일단 누워서 낮잠을 잤다. 


일어나서 밖을 보니 날씨가 좋아 공원으로 자전거를 타러 갔다. 날씨가 너무 예뻤다. 햇빛이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고 바람은 선선했다.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틀고 한강을 달렸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날씨가 좋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다. 캘리포니아식 긍정맨(?)이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퇴사필터가 있었지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이토록 단순했다. 


사람을 어떻게든 되겠지 인간으로 만드는 날씨 


사회초년생이 일에 너무 몰입해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경우를 자주 봤다. 자기가 좋아서 몰입했다기보다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거나, 너무 잘 해내기 위해 스스로 몰아붙이거나, 혹은 위에서 신입을 미친 듯이 갈궈서 집에 안 보내거나(실화냐고)... 같은 경우가 많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회사는 자신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담아뒀으면 한다.


또한 자기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찾아야만 한다. 휴식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거지 같은 월요일은 돌아오지만 최소한 주말에는 WORK 스위치를 차단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야 한다.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단순한 행복을 찾아서 충분히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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