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마켓으로 시작된 새로운 도전
처음부터 우리는 최대한 투자금액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했었다. 그래서 핸드메이드 상품을 판매하거나 강습을 하기 위해 필수적인 장비, 재료, 기자재에 한정해서 비용을 관리하였다. 대부분의 창업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공통적인 사항이겠지만 소자본 창업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큰 갈림길은 부동산이다. 물건을 판매하지 않고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하는 IT창업에서도 사무실 임대료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때문에 애플과 같응ㄴ 유명 IT기업들도 차고에서 시작했다는 일화가 많은 것 같다.
우리 부부 역시 공방을 차리기 위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는 것은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공방을 내는 것은 먼 미래의 계획으로 잡았었고 집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정했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하려면 고객이 있는 곳에 우리가 물건을 가지고 가야 한다. 오프라인은 포기하고 온라인에 집중하는 것도 분명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안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프라인을 포기하기 보다는 부동산 투자없이 도전해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 첫번째 해결책은 플리마켓이었다.
정자동에 카페거리에 주말에 돌아다니다 보면 홍대앞 놀이터에서처럼 거리에 작은 테이블을 설치하고 수공예품을 판매하시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정자역 카페거리에서 진행되는 플리마켓은 주변 아파트 부녀회와 상가번영회 에서 기획해서 진행되고 있었고 보통 오후에 시작해서 저녁에 종료되고 일종의 자릿세라고 할 수 있는 테이블 사용료만 내면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었다. 가죽 수공예품, 귀걸이 반지 등의 금속공예품, 강아지나 아기 옷, 방향제나 디퓨저, 케잌과 식초 등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퀸즈마켓이라고 정자역 상가번영회에서 진행하는 플리마켓이 있는데 여기 참가해볼까해"
“그 때 주말에 봤던 정자역 주유소 쪽에서 했던 것 말이지?”
“응. 여기 블로그에서 신청하고 참가비 3만원만 내면 테이블이랑 의자도 대여해준데.”
“근데 우리도 거기 걸어가면서 머 살까 있는가 해서 보다가 결국 하나도 안샀자나. 이게 팔릴까?”
“판매는 거의 2만원 안되는 제품이나 좀 팔릴 것 같고, 사실 판매보다는 이런걸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홍보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홍보는 분명 도움이 되겠다. 소이왁스로 이런걸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꺼니까. 근데 벌써 신청한거야?”
“아니 오빠 의견좀 들어보고 할까 했지”
“사실 참가비도 부담스럽지도 않고 하루만 고생하면 되는거니까 수업 없는 날 잡아서 해보자”
추석이 지나고 10월의 첫 주말에 퀸즈 마켓에 참가하게 되었다. 테이블을 설치하고 미리 준비한 식탁보를 깔고 준비해놓은 상품들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우리 테이블 오른쪽에는 귀걸이와 반지 등의 악세사리를 파시는 분이 계셨고 왼쪽에는 미싱 공방을 하시는 분 같았는데 강아지 옷 등을 진열하고 계셨다. 악세사리 판매하시는 분은 서울숲, 홍대와 같이 정기적으로 플리마켓이 들어서는 곳 뿐만 아니라 축제 등이 열리는 곳이면 종종 참가하신다고 하셨다.
“향초판매하시는 분들은 종종 봤는데 이렇게 예쁜 꽃을 만들 수 있는지는 처음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공방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이번이 처음인데 잘될지 모르겠네요"
“지금은 시간이 좀 이른 것 같구요. 퇴근하시는 분들이나 저녁 식사하시고 가볍게 산책하시는 분들이 오시는 7시 이후에 좀 바빠질거에요.”
“아 그렇군요. 근데 이거 다 직접 만드신거에요?”
“아 네. 여기 친구랑 같이 공방에서 제작하고 있어요. 한번 보실래요?”
한가한 시간대여서 아내와 나는 교대로 서로에게 테이블을 맡기고 잠시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았다. 많이 해보신분들 같은 경우는 테이블보도 크게 만들어서 테이블 아래 빈 공간이 보이지 않도록 마감을 잘하셨고 위에 진열하는 것도 상품을 쌓아놓기 보다는 작은 진열장/옷걸이 같은 소품과 간단한 조명장치를 이용해서 상품이 돋보일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도 참고할만 했다. 날씨만 허락해준다면 플리마켓을 통해서도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날이 오늘은 아니었다. 태풍이 남부 지역을 강타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경기쪽에도 바람이 예사롭지 않았다. 바람도 강한데다가 플리마켓의 위치가 정자역 카페거리 메인이 아니라 구석쪽에 있다보니 지나다니는 행인이 많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상가번영회에서 상가 앞 통행을 방해할 플리마켓을 후원한다는 것 자체가 특이한 것이었는데 플리마켓을 구경하시는 분들이 정자역 안쪽까지 올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마케팅 활동이었던 것이었다. 첫 플리마켓 판매 도전은 주변에 살고 있는 친구 부부가 와서 구매해준 것 포함해서 12만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추운데 거의 5시간을 고생했다는걸 생각해보면 사실 거의 남지 않았다고 봐야하지만 그래도 옆자리에 계셨던 분 덕분에 플리마켓의 가능성이나 그리고 어떤 걸 준비하면 더 좋을지 등을 배울 수 있었다는데 위안을 삼았다.
우리 옆자리에 있던 분들은 서울 경기권에서 진행되는 플리마켓을 투어하면서 전문적으로 판매를 하고 계셨었다. 다마스 차량에 판매를 위한 기자재를 정리하시는 모습이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귀걸이를 팔던 그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우리처럼 처음해보거나 의욕이 앞서는 분들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군것질 거리가 아니면 가공 식품 판매는 잘 안되었다. 과일 식초를 직접 만드신 분들이 있으셨는데 가격도 시중에 판매되는 것보다 많이 비싼 편이여서 판매는 그저 그랬었다. 반면 한번 해보고 싶은 악세사리나 소모품(장식용품)은 가격만 저렴하다면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었었다.
그때 잘 팔렸던 상품들은 다음과 같았다.
- 귀걸이, 악세사리
- 반려견 의상
- 스카프
정보 검색만 잘하면 플리마켓이 열리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매장을 열기 전에 내 상품을 테스트하는 차원에서라도 플리마켓을 꼭 참여해보는 것을 권한다. 아내도 플리마켓을 통해서 사람들의 실제 반응 (표정, 자주 찾는 상품, 가격만 물어보고 구매하지 않는 상품)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소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