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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창업했다 2

아내의 도전을 바라보는 평범한 직장인 남편의 이야기

이직이 아닌 창업을 선택하다


50여 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회사가 어려워지는 것은 한 순간 이었다. 무리한 해외 사업으로 인한 재무적인 어려움에 경영진의 배임 횡령 건이 겹치면서 회사 상황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경영진 교체와 함께 권고사직이 시작되었고, 회사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뉴스가 포털 사이트에 계속 올라왔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10년이 넘게 재직하신 분들도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다. 노조와 경영진 간의 갈등이 고조되었고, 하루하루 출퇴근 길은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다. 


다행히 아내가 속한 신사업팀은 전반적인 회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안도감이 출퇴근할 때의 무거운 분위기를 덜어내 주지는 못했다.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로부터 괜찮냐는 안부 연락이 이제는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했고, 주식거래중지가 발표되고 나자 이제 이 회사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회사 내에서는 희망퇴직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내는 나에게 '희망퇴직' 관련 소문을 이야기해주었다. 외벌이라는 현실적인 부담감 때문에 아내가 ‘희망퇴직을 신청할까?’라는 말을 했을 때 선뜻 찬성하지 못했다. 가능하다면 회사에서 그래도 월급이 안정적으로 나온다면 계속 다니길 바랬고 그것도 안된다면 다른 회사에 이직해서 계속 직장생활을 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할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할수록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인가에 대해서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안정적이라고 생각되었던 대기업에서조차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40대 중반에 되면 버려지는 반복적인 구조조정을 지켜본 나 역시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느낌이 확신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결국 희망퇴직 공고가 나왔다. 신청 마감 기한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그날 밤 새벽까지 이야기한 결과 우리는 어려운 회사에 계속 있거나 이직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아내 아니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기로 했다. 


다음 날 아내는 희망퇴직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남들이 꿈꾸기만 하는 창업이라는 세계로 나왔다. 아직 무엇하나 명확하게 준비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젊기에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두려움을 설렘으로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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