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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창업했다 3

아내의 도전을 바라보는 평범한 직장인 남편의 이야기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하면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고 희망퇴직을 신청하기까지의 긴 시간이 무색하게 퇴직일은 희망퇴직 신청 후 1주일 후였다. 인수인계를 하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홀가분하다는 생각에 즐거워할 줄 알았는데 그동안 함께 했던 동료들 그리고 7년여간의 직장 생활이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시원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 퇴근을 한 날 아내는 그동안의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는지 당분간 푹 쉬고 싶다고 한다. 하루하루 긴장된 생활을 하면서 짜증 한번 안 낸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잠도 많이 자고 여유롭게 책도 읽으면서 휴식을 취한 뒤 아내가 처음 한 일은 실업 급여 신청이었다. 실업급여를 수급하려고 고용센터를 방문해본 분들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수령하러 온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경기가 나쁘다는 사실을 뉴스로 접하는 것과 직접 보고 느끼는 현실의 온도차는 컸다. 


희망퇴직의 보상으로 받은 3개월치 월급 그리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6개월을 고려하면 퇴직 전과 비슷한 수준의 수입이 유지되는 기간은 대략 9개월 정도이다. 9개월의 시간을 온전히 사업 준비를 위해 쓸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좋은 출발 조건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지출 계획을 세워보니 쉽지만은 않았다. 출퇴근을 하지 않게 되니 교통비 등은 줄어들었지만 사업 준비를 위해 생활비 외의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아내의 퇴직금 그리고 취업수당 등은 사업을 위한 투자금으로 분류하고 나의 월급만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용돈과 생활비를 조정하기로 하였다. 


외식비뿐만 아니라 적금이나 보험도 줄였지만 가끔씩 있는 경조사비가 이전보다 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아쉽지만 친구들과의 약속도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분명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것 같다. 아내에게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창업을 결심하기 전부터 걱정했던 경제적인 부분은 위축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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