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컨셉이 주는 약간의 피로감
클로드 모네는 평생 동안 약 250점의 수련 그림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풍경을 반복해 그리면 그림이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각 그림마다 개성과 결이 다르다. 디테일의 차이, 색 조합의 변화, 그리고 시간에 따라 달라진 작가의 건강 상태까지—그 모든 요소가 각 수련 그림을 고유하게 만든다. 실제로 모네는 후기에 백내장을 앓았고, 그 시기의 그림은 색감과 묘사에 있어 이전과는 다른 인상을 준다.
그렇다면 음악에서도 모네처럼 반복의 안에서 개성을 지속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가능하다. 음악계에도 하나의 장르를 깊이 파는 방식이 존재한다. 재즈나 알앤비처럼 특정 장르를 고집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경우, 그 깊이와 일관성은 여타 아티스트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기도 한다. 반대로 대부분의 대중 가수들은 장르적 혼합과 유연한 변화 속에서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정립해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투어스의 ‘청량’은 일종의 수련처럼 보인다. 이들은 데뷔곡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부터 『네가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 그리고 『마지막 축제』에 이르기까지, 청량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는 일관된 정서를 고집스럽게 이어왔다. 최신곡 『마음 따라 뛰는 건 멋지지 않아?』 또한 무주공산에 말뚝을 박듯 청량 컨셉의 반복을 선언하는 곡처럼 느껴진다.
이번 앨범은 여전히 그런 색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프닝 트랙 『Lucky to be loved』는 감미로운 멜로디 위에 UK 개러지 요소를 얹어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메인 타이틀 『마음 따라 뛰는 건 멋지지 않아?』는 중간의 급작스러운 변주를 통해 예상을 뒤엎는 래핑 파트를 삽입하는데, 이는 이전 곡들과의 구분점을 만들며 신선한 청각적 전환을 유도한다. 이 변주 덕분에 곡은 전작들과의 반복성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쉬움도 크다. 『Random Play』는 단순한 구성과 예측 가능한 사운드 전개로, 청자의 흥미를 끌어내지 못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흐름은 곡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Freestyle』은 힙합 사운드를 도입하려 했지만, 깊이보다는 표면을 훑는 수준에 머무르고, 삽입된 아이의 웃음소리는 곡의 맥락 속에서 설득력 있는 이유를 확보하지 못한다.
그나마 후반부의 『심야 영화』는 다시금 UK 개러지를 활용하며 플럭 사운드를 안정감 있게 배치해, 타이틀곡보다 완성도 높은 인상을 남긴다. 기존의 청량 코드에서 약간 비켜난 결을 보여주는 이 곡은 앨범 내에서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반면 『GO BACK』은 과도하게 얽힌 사운드들이 정돈되지 못한 채 쏟아지며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세븐틴 초반기의 타이틀곡들을 연상시키는 흐름 역시 개성을 희석시킨다.
결과적으로, 이번 앨범은 청량이라는 컨셉에 갇혀 장르적 다양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정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청량은 분명 매력적인 무드이지만, 하우스나 팝 등 활용 가능한 장르가 제한적이며, 가사 서사 또한 첫사랑, 청춘, 성장 등의 테마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청량은 청춘의 한 단락을 보여주기엔 적절하지만, 그것이 곧 아티스트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 아티스트가 ‘같은 그림’을 반복하는 순간, 그것은 집요한 수련이 아니라 매너리즘이 된다. 지금이야말로 투어스가 새로운 결을 탐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