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바다와 마주보기
SUZANNE의 앨범 Underwater는 감정이라는 망망대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대신, 조용히 그 아래로 침잠하는 선택을 택한다. 그녀는 이번 앨범의 전체 주제를 ‘물’로 설정하며, 감정이 발바닥부터 차오르듯 스며드는 경험을 바다라는 공간으로 묘사한다. 감정의 은유로서 ‘물’은 대중적인 소재일 수 있으나, 이를 일렉트로닉이라는 장르 안에서 섬세하게 구현한 방식은 드물게 느껴진다.
이 앨범에서 말하는 ‘감정’은 단순한 연애의 종결이나 슬픔의 골짜기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마음 한편에 남은 생채기들이 쌓이며 내면을 물 아래로 끌어당기는 무게에 가깝다. 그리고 그 깊은 물속에서 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존재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가, 곡 전체를 관통한다. 가사 속의 ‘너’는 실은 내면의 자아이며, 이 앨범은 그 자아를 응시하고 받아들이는 데 집중한다.
첫 트랙 ‘Underwater’는 속삭이는 보컬과 부드러운 신스 사운드로, 마치 수면 아래에서 들려오는 울림처럼 청자를 이끌어낸다. 팝적인 요소가 적절히 스며 있어 일렉트로닉의 낯섦을 중화시키며, 물방울과 리버브 처리 등 사운드 디자인에서 주제의식이 명확히 드러난다.
‘Swimming’은 감정의 심연을 수중에 비유한 대표적 트랙이다. 담담한 벌스와 극적인 훅의 대비가 인상적이며, 전자드럼의 차가운 질감과 몽환적인 신스가 우울한 감정을 부드럽게 펼쳐낸다. 트랙 말미에는 점점 사라지는 사운드와 함께 신기루 같은 잔상이 남는다.
‘You Might’는 드럼과 킥을 중심으로 멜로디를 최대한 배제한 구조다. 흐릿하게 처리된 보컬은 의도적으로 뒤로 물러서 있으며, 피아노가 삽입된 간주는 잠시 맥을 바꾸지만 전체적으로는 산란한 감각을 남긴다. 인털루드처럼 기능하는 곡이다.
‘You Can’t Have Me’는 전작의 과잉에서 벗어나, 피아노와 보컬이라는 최소한의 구성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절제된 사운드는 오히려 보컬의 애절함을 부각시키며, 중간에 삽입된 흐릿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현실과 감정 사이의 거리를 상징하는 듯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리버브가 강해지며 곡은 환상적인 분위기 속으로 사라진다.
‘How’는 반복적인 울림과 단순한 가사 구조를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감각을 만들어낸다. 음향적으로는 가장 일렉트로닉의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곡이며, 이는 앨범의 마지막에서 감정이라는 심해의 끝자락, 혹은 무중력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Underwater는 외부 세계로부터의 상처와 내면에서의 침잠, 그리고 감정을 직면하는 과정을 하나의 수중 세계로 엮어낸 앨범이다. SUZANNE은 이 세계를 조용하고 은밀하게, 그러나 충분히 물성 있는 사운드로 그려냈다. 침묵에 가까운 고백이 더 깊이 파고드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이 앨범은 그 고요한 밀도를 소리로 완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