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처음이라

20살, 00시, 한 칸 차이로 바뀌는 시간

by 청년상품

‘00시. 한 칸 차이로 하루가 바뀌는 그런 시간. 20살은 그런 나이이다.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바뀌어 버리는 그런 나이. 변신로봇마냥 짜잔 하며 어른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허무할 줄은 몰랐다. 대학 로망은 사라져 버린 지 오래. 이게 ‘새내기’로서 할 말인가 싶지만, 내가 그렇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이미 개강 2주 차부터 완벽 적응 후 어서 빨리 하루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나다.


나는 팔랑귀다.

‘어차피 죽을 거.’ 이 문장 뒤에는 보통 두 가지 말이 덧붙는다.
하나는 ‘열심히 살자.’고 다른 하나는 ‘막살자.’다.

이것이 요즘 내 인생 최대의 고민. 하루는 길을 가다가 커다란 광고판에 있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나 자신을 바꾸지 말고 이 세상을 바꿔라.’ 음, 멋진 말이다. 갑자기 뭔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일기장을 펼치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루에 몇 시간 자고, 학교 갔다가 뭘 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뭔가 멋진 내가 된 것 같았다. 뿌듯한 마음으로 일기를 채워 나가는데, 불현듯 이 말이 떠올랐다.

‘가는 데 순서 없다.’ 갑자기 의욕이 뚝 떨어졌다. ‘이렇게 계획대로 열심히 살다가 갑자기 차에 치여 죽으면 어떡하지? 내 노력은 누가 보상해준담.’ 맞다. 쓸데없고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일어난다 해도 벼락 맞아 죽을 확률과 비슷하다. ‘하지만 벼락 맞아 죽을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잖아?’ 라며 침대에 눕는 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팔랑귀다.

그래서 미팅을 나갔다. 대학생활 로망 중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미팅 아니겠는가. 열심히 살기를 포기한 나는, 무력함에 죽어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날 보고 한 선배가 준 해답이 바로 미팅이었다. “미팅이라도 하면 인생이 좀 재밌지 않겠어?” 음, 괜찮은 생각이다. 어색한 사람들과 있는 건 질색인 나였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무력해 미칠 것만 같았다. "바니바니 버니버니!" 그렇게 미팅이 시작되었고, 나는 1시간 만에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팅이라는 것은 하늘에 돈 찢어 날리기를 표현하는 단어였다. 내일이 되면 남남이 될 사이. 내가 왜 시간과 돈을 쓰고 있는지. 그렇게 사람들이 해보라는 건 다 해봤지만 아무것도 나에게 살아갈 의미 같은 건 주지 않았다.


"그렇게 살기 싫으면 퇴학해. 아무것도 하지 마 그냥."


좋은 생각이다.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늘 퇴학은 나의 소망이었다. 내 꿈은 학력과는 전혀 상관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대학은 왜 온 거냐고 묻는다면 대비이다. 혹시나 내 꿈이 좌절됐을 경우를 위한 대비. 지금까지 이 글을 읽었다면 이제 슬슬 이런 생각이 들것이다.


'어쩌라는 거지.'


맞다. 누군가가 깨달음을 얻고자 내 글을 읽었다면 미안해질 지경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한탄밖에 없는 것을. 오늘도 나는 '방황기'라는 단어 뒤에 숨으며 침대에 눕는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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