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살인 나는 여전히 예전과 같다
성인: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 보통 만 19세 이상의 남녀를 이른다
어른: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내가 아이였을 땐 잘 울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른스럽다는 소리를 종종 듣곤 했었다. 그게 어른스러운 거면, 어른이란 건 그냥 시간만 흐르면 자연스레 되어있는 건 줄 알았다. 스무 살 때의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당연히 어른인 줄 알았다. 주민등록증을 내보이며 당당히 술과 담배를 사고 자정이 넘어서까지 밤거리를 활보했다. 부모님께는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거라는 당돌한 선언도 했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해 뜰 녘까지 술도 마셔보면서 어른이 되었다는 해방감에 한동안 취해있었다. 정작 부모님이 재테크나 사회 이슈에 관한 얘기를 꺼낼 때, 혹은 이성친구, 피임에 관한 얘기를 꺼낼 때는, ‘뭐 그런 얘기를 벌써부터 해.’ 하면서 넘겼다.
동네 친구들을 벗어나 내 또래의 어른들을 만나면서 정치, 경제, 사회 이슈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그들의 다양한 자격증과 화려한 대외활동 경력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끼면서도 따분했다. 그러다 누군가 대기업에 취직하면, ‘나도 저들과 똑같이 뉴스도 보고 공부도 하고 세상살이에 관심도 가져야지.’ 하면서도 작심 1일도 못 버티고 친구들과 ‘취업난이다, 헬조선이다’하면서 나를 뽑지 않는 회사를 탓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큰소리치지만, 아직도 부모님 그늘 아래 생활하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얘기할 때, 알아듣는 척 미소를 띠며 듣고 있지만, 아직도 그쪽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따분하다. 지식면이야 그렇다 쳐도 여전히 겁도 많고 덜렁거린다. 밤에 혼자 집에 있는 게 무섭고, 요리하다 음식 태워먹는 건 부지기수이다. 심지어 부모님께 ‘아직도 애야, 애.’라는 소리를 귀에 못 박히듯이 듣는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세상을 탓하며 투정 부리는 나를 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 그리고 이런 나 자신에 창피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어른만 되면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고, 대학만 가면 끝일 줄 알았고, 졸업만 하면 멋진 사회인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스무 살만 되면, 대학만 가면, 취업만 하면’하고 미뤄 왔던 ‘어른의 나’는 아직도 멀었다. 사전 뜻대로 라면, 나는 성인은 맞지만 어른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부모가 되면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데,
그럼 우리 엄마는 날 가졌을 스물여덟 살 때부터 어른이었을까?
남자는 평생 애라던데, 그럼 우리 아빠는 아직도 어른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도대체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면, 앞으로 마주칠 수많은 고민들이 한꺼번에 다 와 버렸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지혜롭고 용기 있는 어른이 될 수 있게.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책임질것들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이제 나는 누가 봐도 어른의 모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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