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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상품 Jun 24. 2019

상대방과 나를 지키는 대화법 : 침묵

서로가 원하는 답을 해줄 수 없을 때


꿈을 꾸었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꿈에서 마주하였다. 늘 입에서 듣기 싫은 말을 내뱉는 사람, 나는 늘 그 사람을 증오하고, 싫어했다. 그런 사람을 꿈에서 마주쳤다는 것은 나에게는 큰 고통이었다. 꿈에서도 역시 듣기 싫은 말을 내뱉은 그 사람. 꿈을 꾸면서 꿈인 줄 알면서도 나는 분노를 느끼고 증오심에 눈물이 났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악몽으로 시작한 하루는 끔찍했다. 함께 걷던 길에서 엄마는 나에게 앞으로의 대한 이야기를 했다. 당시의 나는 앞으로의 대해서 생각하기를 늘 두려워하고, 그 자체를 피하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이 지났지만 나는 직업이 없었고, 아무런 목표 없이 알바를 전전긍긍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마는 그런 나를 그저 지켜봐 주었다. 엄마는 내가 어떤 길을 가던 늘 뒤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 엄마가 나에게 침묵을 깨고 앞으로의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은 걱정이었다. 방황하는 딸을 혼자 둘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걱정이 마치 그 악몽 같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씁쓸히 엄마와 내가 함께 걷는 이 길만 바라보았다. 엄마가 듣고 싶은 말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다르기 때문에.      


‘엄마, 나는 그저 알바나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글을 써보고 싶어. 생각해보면 많은 돈을 필요 없는 거 같아. 그저 내가 필요한 만큼만 벌면서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다시 일상을 돌아와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고, 그렇게 다시 떠나고, 나는 그렇게 살고 싶어.’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평생 내 안에 간직해야 할, 내 안에 어딘가에 숨겨야 할 문장으로 남긴다.


‘그래,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너의 선택을 존중할게. 걱정하지 마. 두려워하지 마. 엄마는 그저 늘 여기 있을게.’     


나는 엄마의 걱정이 누그러들 말을 해줄 수 없었고, 엄마는 내가 듣고 싶은 어떤 위로도 해줄 수 없었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대답을 내가 해줄 수 없듯. 상대방도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지 않는다. 나는 아직 모르겠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 말들을 어떻게 가볍게 넘겨야 하는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상대방이 원하는 답이 무언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내뱉을 수 없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하얀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


그래서 나는 그저 어떤 말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저 침묵으로 나를 그리고 상대를 지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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