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상품 Nov 15. 2019

나는 다이어트를 한다

성공과 실패는 항상 숫자 아래 있었다

나는 다이어트를 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해왔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마른 편이었던 나는 다이어트를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그럴 거면 처음부터 살찌지 말지’라며 그들을 납득하지 못했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책걸상에 붙어있는 시간이 하루의 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서 그들에 공감하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 퍼진 엉덩이는 성인이 돼도 돌아오지 않았고, 학생 때 매점에서 사 먹었던 크림빵보다 소주 한 병의 칼로리가 더 높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면서 나에게 다이어트는 일상이 되었다. 


운동을 싫어했던 나는 간헐적 단식, 덴마크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 등 다양한 식이요법 다이어트를 했다. 오래가진 못했지만 단기간 효과는 톡톡히 맛봤다. 수척한 얼굴, 가는 팔다리, ’ 말랐다’라는 수식어를 얻었으니까.


나는 유난히도 몸무게에 연연했고, 아침저녁으로 체중계에 올라갔다. 나에게 이상적인 몸무게란 여자 연예인들의 프로필 몸무게였고, 정상적인 몸무게란 비만도 체크에서 ‘마름’ 범위의 무게였다. 사십 킬로대에 진입해보겠다는 내 의지는 결국 49kg라는 몸무게와 앉았다 일어나면 눈 앞이 아득해지는 빈혈을 얻고 나서야 막을 내렸다. 


며칠은 즐겼다. 바람 불면 훅 날아갈듯한 가녀린 내 모습을. 하지만 달달한 라떼라도 마시면 500g이 훅 불어나는 몸으로 변해버린 나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10kg가 불어나는 요요를 맞이했다. 몇 끼 굶으면 쑥쑥 빠졌던 몸무게는 며칠을 굶어도 줄지 않았고, 적당히 탄력이 있던 내 몸은 조금만 움직여도 살가죽이 출렁 일정도로 흐물흐물해졌다. 옷을 벗으면 앙상한 갈비뼈가 툭 튀어나왔지만 허리 뒷부분, 엉덩이, 그리고 허벅지 안쪽에는 울퉁불퉁한 셀룰라이트가 자리 잡혀있었다. 


49, 고작 두 자리 숫자에 미련을 갖던 나는 참담한 실패를 겪고 나서야 몸무게란 부질없는 집착인걸 깨달았다. 내 체질, 근육량, 수분량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버릇없는 숫자 따위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지금은 건방진 체중계를 갖다 버리고 운동과 친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일주일에 두 번은 필라테스를 하고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애용 중이다. 가끔씩은 가빠지는 호흡과 뻐근한 근육통에 은근한 쾌락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은 밤 11시에 치킨 한 마리를 먹어도 죄책감을 갖지 않게 되었다. 1kg쯤이야 어떻겠는가, 어차피 다음날 아침 볼일 보면 없었던 일이 될 것을.


https://www.instagram.com/mongeum/


작가의 이전글 대범함, 망설임으로 완성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