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상품 Nov 15. 2019

대범함, 망설임으로 완성된


  ‘비웃을 수도 있잖아. 속으로 욕할 수도 있잖아.’ 

후, 한숨. 그 소리와 함께 무겁게 나열된 문장들에 짓눌려 고개가 떨궈진다. 결국, 어떠한 행동들도 하지 못했다.


나는 또, 망설였다. 


 언제나 같은 패턴이다. 늘어지는 한숨으로 한층 무거워지는 공기에 스며들어 떠오른다. ‘분명 비웃을 거야.’ 학창 시절 나는, 반장이 하고 싶었다. 친구들 앞에 서서 멋있게 나의 주장을 펼치며 그들을 이끌고 싶었다. 그렇게 반장선거 날, 칠판에 적히는 이름들을 부러워하며 무릎 위에 손은 수많은 망설임을 반복했다. 누군가 나를 추천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해보지만 기대는 그저 기대일 뿐이다. 그래도 어느 날은 누군가 나를 추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황하는 눈동자와 함께 씁쓸히 고개를 저었다. 


 졸업식, 교실에 앉아 졸업장을 받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 차례가 되어 졸업장을 받으러 교탁 앞으로 나갔다. 담임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자리로 돌아가려는 때,

 “원교야, 이제는 망설이지 말고 꼭 손들어.”

 눈물이 왈칵, 부끄러웠다. 내 마음을 누가 헐벗긴 것처럼 부끄러웠다. 온몸이 얼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그 순간, 따뜻했다. 들켜버린 내가 부끄러워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는 나의 등을 토닥이던 선생님의 손길, 얼어 버린 나를 녹이고 녹은 마음이 눈물이 되어 볼을 타고 내렸다. 


 그날 쏟아진 눈물은 ‘나'라는 존재 어딘가에 마르지 않은 채 남아있다. 나는 그 눈물로 마르지 않은 채 아직, 살아가고 있다. 그 눈물이 용기가 되지는 않았다. 나는 아직도 주저하고 망설인다. 말하기 전,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할지 지레짐작하고 행동하기 전, 달라질 상황들을 생각한다. 전화하기 전, 해야 할 말들을 반복해 정리하고 문자 보내기 전, 수차례 Backspace를 누른다.


 이러한 행동들은 습관을 넘어서 버릇이 되었다. 고치고 싶어 다짐하지만 작심삼일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다른 다짐을 한다. 받아들이자.


 나는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니까. 



https://www.instagram.com/mongeum/


작가의 이전글 오랜만에 봤으면 '진짜' 안부 먼저 묻자구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