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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쏘쓰 Mar 23. 2020

8. 행운은 준비와 기회가 만났을 때 일어난다.

행운은 준비와 기회가 만났을 때 일어난다. (출처 : Quotefancy.com)

중국어 교실은 오랫동안 노르웨이어에 지쳐있던 내게 단비 같은 존재였다. 


중국어 교실을 운영하던 그 회사의 사장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중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을 처음 만났기 때문에 나에게 더욱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매주 월요일, 저녁에 모이는 이 모임에서 나는 사장과 따로 그룹을 지어서 중국어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그녀는 되도록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묻지 않았고, 나도 구직 중이란 것 외에는 그녀가 묻지 않으면 내 신상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이 갑갑한 상황에서 중국어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 좋았고, 또 나에 대해서 알게 되는 로컬 네트워크가 하나 더 생긴 것에도 감사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였지만, 중국인 출신으로 회사의 사장에 올랐던 그녀에게는 무턱대고 구직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몇 달을 매주, 그녀의 중국어 교실에 갔다. 

물론 그 사이 꾸준히 구직활동도 하고, 중국 관련 세미나가 있으면 반드시 참석하며, 백수였지만 정말 분주하게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내게 물었다.


혹시, 관심 있으면 이 사람 한 번 연락해볼래?



이메일 연락처 하나였다. 

노르웨이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중국 1호 외국인 유학생으로 (1980년대에), 북경대를 나오고 중국통 중의 중국통이란다. 

아내를 따라 노르웨이에 와서는 한동안 중국 관련 사업을 안 했는데, 이제 슬슬 중국 관련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고 들었다고. 


너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관심 있으면 연락해서 만나보라고.


당연히, 예스. 

그 사람이 내게 어떤 기회를 줄지는 상관이 없었다. 

일단 이 동네에서 중국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를 하나 더 알게 되었다는 것에 큰 기쁨이었고, 이로써 내 배경지식에, 내 네트워크에 한 층 더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이메일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최대한 정중하게, 나에 대한 이야기와 당신의 연락처를 얻게 된 계기를 적고,

중국통이라던 당신과 가볍게 커피 하며 갈증을 풀고 싶다고, 언제든 시간이 편할 때 알려주면 고맙겠다는 메일을 적었다. 


그에게 바로 답장이 왔다. 


 너무 좋아! 지금은 내가 오슬로에 있으니,
동네로 다시 돌아가면 연락을 할게. 곧 만나! 


그러고 그에게서는 거의 한 달 가까이 연락이 오지 않았다. 

메일을 다시 보내볼까, 지금쯤 돌아왔냐고. 몇 번을 망설였지만, 한 달은 채우고 다시 연락해보자며, 없는 인내심을 채워가며 기다려봤다. 


그러고 한 달쯤 다 되어갈 무렵, 그에게 이메일이 왔다. 


안녕? 괜찮으면 다음 주에 커피 한 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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