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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쏘쓰 Mar 16. 2020

7.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나를 '셀프 홍보' 하러 다니는 시간은 고되고 힘들었다. 

대부분의 컨퍼런스나 커리어 관련 행사들은 노르웨이어로 진행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내 노르웨이어는 그 모든 것을 알아듣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일단 갔다. 


예전에 한 배우의 인터뷰에서 봤던 말이 생각난다. 

시도 하면, 50%의 확률
시도하지 않으면, 0%의 확률



나도 그 마음가짐으로, 약간의 부끄러움을 극복하고 언제나 면접간다는 마음으로 행사를 다녔다.


중국과 관련된 행사들은 제법 많았다. 

"혁신"과 관련된 이름을 달고 있는 행사들에는 작은 테마로라도 꼭 중국이 들어가 있었다. 

막상 가보면 실망의 연속이었다. 

행사는 생각보다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를 하거나, 중국과의 협업을 강조하는 선에서 끝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내 목적은 행사의 콘텐츠에 있는게 아니었으니까.

중국과 관련된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중국과 뭐라도 연결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 그들과 스몰톡을 시작으로 대화를 열기 시작했다. 


스몰톡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노르웨이 사람은 정말 내 생각 이상으로 내성적이라 누가 소개해서 이야기를 트지 않는 이상 서서 5분을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힘들었다. 


그래도 한 번 스몰톡이 터지면 사람들이 의외로 모여들어서 얘기를 듣고 나누는데에는 제법 열정적이었다. 

주로하는 이야기들은 정해져 있었다. 


1. 이번 세미나 어땠는지

2. 세미나와 본업이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3. 나는 이런 상태란다. (결혼 하려고 노르웨이 왔는데 생각보다 구직이 어렵고, 블라블라블라) 

4. 중국 관련된 업체나 혹시 내가 놓쳤던 네트워크가 있을까? 

5. 당신의 연락처도 좀 얻을 수 있을까? 


물론 이야기는 항상 만나는 상대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내가 핵심으로 전하는 포인트는 저 다섯 가지 골자로 이루어졌다. 


중국관련 산업군이 전혀 아닌 사람들도 더러 있었지만, 

이런 행사는 신입이나 주니어보다는 시니어나 매니저급이 더 참여를 많이 해오기 때문에, 노르웨이와 중국이 어떤 식으로, 어떤 산업군에서 협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 원유가 폭락으로 많은 실직자들이 있던 시점이었기에, 

나처럼 적극적으로 상황을 돌파하려는 동양의 이민자에게 오히려 동정을 했는지, 적극적으로 여러 팁을 주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이렇게 매번 세미나를 다녀오면, 잊지 않고 하는 일이 이메일 그리팅을 보내는 일이었다. 


간략하게 인사를 하고, 

오늘 당신과 한 대화가 내게 얼마나 유익했는지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혹시 내가 대화 중에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던 키워드가 있다면 다시 물어보기도 했고, 

그때 만난 그 사람이, 누군가를 소개해주기로 했다면 그 사람의 연락처를 다시 물어보기도 했다. 


또, 그 사람이 일하는 산업군과 중국의 연관관계를 좀 더 찾아보고, 한국의 해당 산업군에서는 중국과 이런 식의 협업이 있더라는 관련 링크를 보내주기도 했다. 


답신이 오지 않는 이도 있었지만, 성심성의껏 자신이 아는 한에서 모든 정보를 주려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여담이지만 나중에 취업을 하고나서는, 이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로 리마인딩을 하기도 했는데, 그 중 한 명은 지금 나의 고객이 되어 있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메일을 보내고 받은 답 메일 덕에 나는 결국 취업에 성공했다. 


당시, 우리 동네에서 물류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한 사람이 자신의 회사 사장이 중국인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녀가 매주 중국어 교실을 여는데 참여율이 한 두명이라는 것이다. 

나한테 중국어를 잘한다고 하니, 그 교실에 가면 좀 더 좋은 조언을 얻을 수 있을것이라 조언해주었고, 

내가 보낸 감사 메일에 해당 중국어 교실에 대한 정보와 자신의 회사 사장 연락처가 담겨 있었다. 


그렇게 내가 가야할 고정 이벤트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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