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맑아졌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데, 그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나는 무엇을 잘하나.
나는 무엇을 하고 싶나.
한국에서 대졸 채용 시즌에 자소서를 쓸 때보다도 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본 시간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들은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할 때였고,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들도 중국이나 한국 등 아시아와 관련된 일(중 내 경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을 하고 싶었다.
중국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고, 인턴도, 내 모든 경력도 중국이 빠지고서는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지금도 그렇고 그 당시도 그렇고, 노르웨이에서는 "중국과 관련된" 인재를 구체적으로 선발하고 있지는 않다.
※ 지금은 럭셔리 브랜드(시계/주얼리) 샵들 위주로 간혹 "중국어 가능자"를 뽑고 있음
대체 그런 업체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노베이션 노르웨이(Innovation Norway, 우리나라의 KOTRA 같은 기관) 같은 업체에 문의를 보내기도 했지만, 주로 중국에 진출해있는 굵직하고 큰 업체 위주의 오픈된 리스트만을 전달받았을 뿐이다.
(그런 업체에 내가 이력서를 안 넣어본 게 아닌데...)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구글 서치였다.
여러 조합으로 중국과 관련된 행사, 중국과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업체가 참여하는 박람회, 포럼, 세미나, 콘퍼런스 등을 미친 듯이 찾아 리스트 업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직자라는 직책 아닌 직책으로(?) 명함을 하나 팠다.
이름만 보면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가늠하기 힘든 그들을 위해
한 스타트업 행사에서 이벤트로 얻게 된 내 캐리커처를 넣고, 그 옆에는 이렇게 적었다.
Looking for an opportunity in Norway
이름
중국, 홍콩, 한국에서 약 7년의 경력이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
휴대전화/이메일
그리고 뒷 면에는 간략한 내 이력을 적어두었다.
그다음 내게 필요한 건, 약간의 뻔뻔함과 영업용 스마일(?)이었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선 나는 나를 세일즈 하러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까지 내가 했었구나 싶은 마음에 웃음도 나오지만,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던 내 절박함을 지금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세일즈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참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나에 대해 자신감이 충만했지만, 세일즈(?)를 돌고, 명함을 뿌리면서도 늘 마음속에 물음표 반 느낌표 반을 지니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