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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쏘쓰 Jun 02. 2019

2. 네 감히 요행을 바라였겠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란 법은 없지.


5월, 사표를 쓰고,

8월, 홍콩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왔다.

대학생이 되던 순간부터, 늘 알바를 해왔고, 졸업도 전에 취업을 했고, 퇴사 전에 늘 다음 이직 준비가 되어있던 나였다. 그래서 한국에 온 이 순간이 근 10년 만에 내게 처음 온 온전한 휴식이었다.


한국에서 내가 스스로에게 준 휴식 기간은 3개월이었다. 나는 이 3개월 동안 잘 쉬며 노르웨이에 갈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

당시에 몇 년만에 한국의 가을을 즐겼다며 늘 감흥에 젖어있었다.


비자 타입은 어떻게 받아가야 좋을지 고민을 하다, 노르웨이 정부에서 대학 졸업자 이상의 노르웨이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6개월의 한시적 Jobseeker 비자를 준다는 것을 찾아냈다. Jobseeker 비자를 받기로 함과 동시에 남자친구에게는 노르웨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나 네트워크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아는 분이 Oil&Gas 분야에 계시는데,
한국이랑 협업이 있대. 코디네이터 격으로 네가 일 할 수 있게 도와주신댔어"


이렇게, 일사천리일 수가?

이때만 해도, 내 노르웨이 길은 뻥 뚫린 고속도로인 줄 알았지.


내 인생에 운과 요행을 늘상 바라 왔으나(?) 단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는데, 노르웨이에서 이뤄지게 생겼다란 생각에 묘하게 흥분됐다.


괜스레 노르웨이 삶에 대한 청사진이 그려지면서, 기대되기 시작했다.

나와 남자친구는, 멋대로 김칫국을 한 사발씩 마셔가면서 앞으로를 계획하고 있었다.


1. 6개월 Jobseeker 비자로 노르웨이에 입국 후, 인터뷰를 보고 취업을 결정한다.

2. 취업이 결정되면 취업 비자로 노르웨이에 체류하며 결혼 준비를 한다.

3. 노르웨이 은행에 어느 정도 크레디트가 쌓이면 공동 명의로 집을 마련한다.

4. 한국과 노르웨이에서 결혼식을 하고 결혼비자로 전환한다.


그렇게 노르웨이에서의 삶을 계획하며 기대하며


11월, 노르웨이에 왔다.

그런데 웬걸, 인생은 역시 계획대로 되란 법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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