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 도착했다.
2015년 11월 초.
도착한 이후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노르웨이에 오기까지의 비행 여정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모든 서사의 시작의 징조였기 때문에.
물론 그것이 징조였음을 알아차린 건 한참이 지나서였지만.
노르웨이에 들어가기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을 경유했다. 그날은 어쩐지 안개가 너무나 자욱했고, 스키폴발 비행기가 거의 모두 캔슬되고 있었다. 내 비행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체항공편을 부여받기까지 지독한 기다림이 이어졌고, 안개는 정오가 되도록 걷힐 줄을 몰랐다.
새벽에 도착해 오전께 환승해 정오면 이미 내가 살게 될 노르웨이에 도착했어야 했거늘, 나는 어째 계속 스키폴 환승센터에 엉덩이를 붙이고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 안개가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나의 노르웨이 생활의 시작임을 알았어야 했는데! (젠장)
그 당시, 손에 딱 두 권의 책이 들려져 있었는데, 그 기다림 동안 두 권을 후딱 독파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책들 조차도 앞으로 내게 펼쳐질 노르웨이 생활에 대한 예고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 권은, ‘버텨내는 용기’
그리고 다른 한 권은 ‘마션’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노르웨이에서는 내가 계획한 것들의 ‘정. 반. 대’의 여정이 펼쳐졌다.
우선 도착하자마자 알게 된 사실은,
나의 취업을 도와주시겠다고 했던 분이 당시의 석유값 급락으로 경기가 어려워져 회사에서 패키지를 받고 퇴직하셨다는 거다.
고로, 남 취업 알선할 정신은커녕 본인 앞가림이 급급하셨다는 사실이었다.
취업을 가장 1번으로 꼽았던 나였기에,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럼 나는 여기서 뭐 하지?’ 란 물음표에 밤에는 잠도 쉬이 들지 못했다.
그때부터 모든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정확하게는 계획 없이 닥치는 대로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내게 ‘버텨내는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렇게 찰떡같을 수가.
나는 스스로 구직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노르웨이어 배우기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어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고, (이 눈물 나는 이야기는 다음에 더 다룰 기회가 있지 싶다.)
내가 사는 동네의 취업시장은 로컬 노르웨이인들한테도 가혹할 정도로 당시 상황이 어려웠다.
CV 상의 이름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가늠조차 어려운 동양에서 온 나 같은 외국인의 경우는 이력서 리뷰조차 되지 않고 넘겨지고 있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나는 불현 듯 스키폴에서 읽던 마션의 첫 장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X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X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