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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호 Feb 07. 2022

괘종시계

정확하지 않은 세상이 그립다. 


정확하지 않은 세상이 그립다.


어린시절 우리집에는 태엽을 감아줘야 시간이 가는 괘종 시계가 있었다. 매일 또는 며칠에 한번씩 시간이 맞는지 정확한지 체크를 한다. 12시뉴스, 6시뉴스, 9시뉴스
 
 띠이. 띠이. 띠이. 띠~~!


시간을 알림하는 소리에 안방의 시계가 정각을 알려주고 있는지 체크 한다. 역시나 5분 10분 때로는 15분도 늦은 시간으로 되어 있을 때가 있다. 시계 유리문을 열고 태엽을 감고 기다란 분 바늘을 돌려 시간을 맞추고 문을 닫는다. 


'시계 밥 좀 줘라'


시계에 밥준다고 했다. 태엽을 감는 키로 태엽을 감아 밥을 준다. 괘종 시계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때가 되면 밥을 줘야 사는 인생이였다. 시계에 밥을 줬으니 얼마 동안은 안심하고 시간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에 대한 것도 여유가 있고 관심이 있을 때 보인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시계가 멈춰있는 것도 잊은 채 지냈고 나중에서야 '아 시계가 죽었다' 라고 했다. 소홀했다. 다시 시계에 밥을 주고 소생시킨다. 


여유가 있을때 돌아본다는게 사실 여유가 없어도 봐야 할 일들이 있다. 

시계처럼 필요할 때 봐야 하는게 아닌 살면서 고마운 일이나 기회를 놓쳐 나중에 후회할 일들은 만들지 않아야 하는거 같다. 멈춰진 시계는 살려 낼 수 있지만 흘러간 시간은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형제가 4명이다. 누군가 밥을 주면 '내가 시계 밥줬어' 한다. 누군가 맡아하는 일은 아니고 누군가 하게 되면 그걸 알림주곤 했다. 밥을 줬다는건 시계 걱정은 잠시 미뤄도 된다는 것이다. 


작은 소반상에 밥을 나눠 먹는 형제가 TV를 보며 시계 밥을 주고 지냈다.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나이들어 돌아보니 그때가 참 좋은 시간 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하지 않은 시대였다. 핸드폰도 없었고 약속을 해도 시간과 장소의 오차가 큰 시대였다. 정확하지 않다는건 그만큼의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틀려도 틀린게 아니였다. 


그 정확하지 않아도 식구들과 함께 했던 시절이 그립다. 

꼭 정확할 필요는 없다. 정확하지 않아도 잘 산다.

너무 맞추려 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며 즐기며 살자.

하루가 지나 또 새롭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함을 갖자.

시간이 맞는지 보는 것처럼 내 주변을 돌아보자.


내 삶의 시간은 유한하다. 

무한한 삶을 살 것처럼 걱정하지 말자.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며 살자.
   

2021년 3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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