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예비소집에 갔다. 부장교사들이 임시 담임으로 학생들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1학년 학년부장 경험이 있는 선생님은 이번에 학교를 옮기시는데, 아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예비 중1 학생들이 너무 귀엽기만 하다고 하셨다.
그 학생 중 한 명이 난생처음 봤을 내게 친한 척을 하며 물었다. 학교에서 내 역할이 무엇이냐고. 그게 무슨 말이냐니까 담임이신지... 그래서 그렇다고 했다.
이번엔 내가 물었다. 내가 무슨 과목 선생님 같냐고? 그러니까 옆의 친구들이 퀴즈쇼하듯 즐겁게 찍어대기 시작했다. 수학.. 국어.. 그러다가 정답이 나왔다. 그러니까 왜 니들이 맞히냐고 발끈했다. 귀여웠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를 많이 생각하지 않아서 더 해맑고 솔직한 것이 중학생들의 매력이라는걸, 학교를 떠나게 되어서야 뒤늦게 알게 된 것 같다.
아이들은 더 넓은 세상으로의 실질적인 첫걸음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진행하시는 교무부장님이 물으셨다. 초등학교 수업시간? 40분이라고 외쳤다. 중학교 수업시간은? 45분이라는 망설임 없이 해맑게 대답했다. 그 5분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중학교에 와서 느끼는 건... 아이들이 정말 무럭무럭 변한다는 사실이었다.
고등학교에서도 고1과 고3의 갭이 크지만... 중학교는 그 변화의 폭이 훨씬 더 컸다.
아이들은 키가 자라고 얼굴이 더 이상 아기 같지 않아지는 변화를 겪으면서, 세상을 배우고 세상에 나갈 준비를 서서히 한다.
학부모님들도 몇 분 보였다.
옛날 생각이 났다. 딸들이 더 이상 초등학생이 아니라는 느낌은 초등학교에서 학년 올라갈 때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큰딸이 초등학교 입학하고 얼마간 엄마와 함께 등교를 했고, 나도 등교일이 겹치지 않을 때는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교문에서 교실로 향하는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 독립의 걸음처럼 보여서 뿌듯함 속에서도 부모의 품을 떠나기 시작한다는 비장함까지 느꼈다.
그 후로 한참이 지난 후 딸들을 수능장에 바래다주고 뒤돌아서는 그 느낌은 훨씬 더 독립하는 실제와 같은 모습이었고, 실제로 딸들은 수능 이후 집을 떠나 타지에서 독립을 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딸들은 익숙한 단계를 떠나 다음 단계로 진입함으로 성장을 거듭해왔고 독립을 완성해갔다.
동행하지 않은 부모님들도 어떤 심정이실지 알 것 같아 가슴이 찡했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성장의 폭과 그 가능성에 대해 전율했다.
이런 아이들을 품으면서 함께 기뻐하고 아파하면서 세상을 향한 독립의 걸음을 응원하는 것이 공교육 교사들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 나와는 인연이 이어지지 않은 봉사하러 나온 예비 중3 학생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졸업식 때 언니와 나의 사진을 찍어주면서 이번에 학교를 떠난다는 말에 아쉬운 표정을 지어주었던 예비 중3 방송반 학생 한 명과 반갑게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쉬워하는 표정이 너무 가슴속 깊이 생생하게 남아서, 그때 아쉬운 표정의 의미를 물었다. 혹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을까 염려하면서...
학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언니와 3학년 선배들이 선생님 수업이 너무 좋다고, 꼭 한 번은 들어봐야 한다는 얘기를 계속 들어서 선생님 수업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떠나신다는 말씀에 너무 아쉬웠어요."
방송반 남학생도 내게 와서 3학년 영어쌤이시냐고 물었다. 그렇긴 한데 이번에 학교를 떠난다고 하니까 놀라면서 앞의 학생과 동일한 말을 하며 정말 선생님 수업을 기대했는데 1년 더 계시면 안 되냐고 내게 말했다. 나보다 더 좋은 선생님 오실 거라는 나의 위로 같은 말을 학생은 믿으려 하지 않은 듯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상 만남 없는 이별이라서 더 애틋했고, 아이들의 아쉬워하는 표정과 말이 나를 환송하는 작별 인사로 들렸다.
나와 함께 이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후배들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렇게 전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미 거의 학교를 떠난 것과 다름없는 시기에 예비소집에 나와 그 마음을 전해 받고는 너무 감사하고 기뻤다.
떠날 때의 아쉬움을.. 함께 떠나는 이번 중3 말고도, 남겨진 예비 중3들에게서 느끼고 마음이 많이 따뜻해졌고 슬픔을 위로 받았다.
예비소집 마치고, 중학교 첫해 담임반 학생들이면서 청블리코스를 끝까지 수료한 청블리키즈였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학교로 한 번씩 나를 찾아왔고, 내게 기대며 한 번씩 상담을 받았던 제자들을 만났다.
이번 졸업식 할 때 반 학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던 영상을 보고 같이 울컥하면서 내가 이 학교를 떠나기 전에 꼭 찾아뵈어야겠다고 용기를 내서 연락드렸다고.
둘 다 3년간의 꿈을 향한 발걸음에 이어진 대학 합격 소식을 내게 전했다.
그들의 수고와 애씀을 격려하고 축하해 주며, 대학 생활에 필요한 잔소리를 끊임없이 쏟아부었다.
중3 때 끝까지 나의 멘토링과 방과후수업에 참여하며 몰입했던 한결같은 모습으로 내 긴긴 잔소리를 여전히 경청하고 있었다.
한참의 만남 후에, 지하철역까지 나를 배웅해 준 제자들을 바라보며... 진짜 나도 이 중학교를 졸업하는 것만 같아서 그들이 중학교 때 다하지 못한 진짜 작별을 했다.
그들 앞에 펼쳐질 행복과 설렘이 가득할 독립과 성장의 길을 응원하고 축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