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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Jan 13. 2022

삶을 위한 수업 - 덴마크 교육에서 배울 점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교육, 그 생생한 기록을 접할 수 있는 책입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기자의 ‘덴마크 고구마 캐기’에서 또 하나의 고구마인 셈입니다.(답답하다는 것이 아니라 고구마 줄기로 연결된 고구마가 캐도 캐도 계속 나온다는 의미)

덴마크의 훌륭한 교사 10명과의 인터뷰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다양한 교육 현장을 생동감 있게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먼저 생각할 것은, 덴마크와 우리나라의 차이점입니다. 무조건 그 교육 사례를 우리나라 현장에 날 것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첫째, 덴마크에서는 직업의 귀천도, 연봉의 큰 차이도 없다고 합니다.

덴마크는 소득분배가 대체로 잘 이뤄지는 복지 중심 국가입니다. 누진율을 적용하여 소득세는 40-60%나 되며, 부가가치세도 25%나 되는 세금의 나라입니다. 그러나 덴마크 국민들은 그 높은 세금이 무상교육, 무상의료, 실업, 노후 보조 등의 혜택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덤덤하게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상위 20%의 사람들이 국가 전체 재산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소득 불균형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는 통계도 있고, 국민들 중에서도 세금 지옥이라고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니까 연봉이 높으면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이 제도적으로, 국민의식으로도 확실히 뒷받침이 되니까 사람들이 사회적 지위나 소득을 목적으로 한 직업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하는 게 무리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워라밸도 잘 이뤄지겠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휘게’라는 덴마크어가 알려진 것도 우연은 아닙니다.


둘째, 국가 지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 분야에서는 대학교 등록금을 85% 정도의 학생들에게 지원합니다. 물론 취업을 하면 그만큼 더 세금을 많이 내는 것으로 학자금 상환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학 진학률이 20% 정도인 것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어떤 직업을 가져도 어느 정도 평균적인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학문에 뜻이 있는 사람들만 대학에 진학을 하겠죠. 그래서 우리나라만큼 대학입시가 과열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보편적으로 고등학교 졸업 이후 1년간 여행이나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삶의 구체적인 방향을 탐구하는 기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교육 환경이 이렇다 보니 8학년(중학교 2학년)까지는 학교 시험이 없습니다. 단, 9학년 때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화 시험은 있습니다. 고등학교 종류도 대학 진학을 위한 고등학교만이 아니라 고급 비즈니스, 고급 기술자 양성 교육을 하는 고등학교가 따로 있습니다. 우리나라 특성화고보다는 더 발전된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셋째, 덴마크에서는 전체적인 교육과정과 교육과정 구성 핵심 내용은 제시하지만 교사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커리큘럼을 짜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표준화 시험에 대한 압력이 없어 진도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야외 수업, 체험학습 등 다양한 삶을 체험하는 교육들로 채워집니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더 많이 깨어 있고 더 재미를 느끼며 행복한 건 당연합니다.




이쯤에서 우리나라 교육현장과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덴마크 교육이 삶을 위한 수업이 되는 이유 중 결정적인 것은 우리나라처럼 직업과 소득과 학교의 서열, 그리고 그로 인한 차별 요소 등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대학을 다 진학하지 않으니 모두가 똑같은 내용으로 보다 빨리, 좀 더 앞서서 가려는 경쟁을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원하는 학생들에 비해 원하는 대학과 학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무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극도로 세밀화된 변별의 과정이 필요하여 특히 고등학교의 모든 생활 자체가 입시에 직결되는 평가에 반영이 됩니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치르게 되는 수능이라는 표준화 시험의 영향력이 크니까 학습 진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학교 진도에 맞추어 학습하는 불안감을 과도한 선행으로 해소하는 분위기로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덴마크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1년간 진로탐색의 여유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의미 있는 과정이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심각한 학습 공백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공백은 단계별로 수준을 높여가며 시험을 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사치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도적으로 진로탐색의 시간을 주기는 합니다.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가 그것입니다. 그 기간 동안 물론 학교를 가지만 시험에서 자유로운 시기입니다. 하지만 그 제도적 뒷받침만으로 학생들의 행복교육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현실은 그저 그 기간을 행복하게 누린 학생들의 학업 공백이 이후 학업 진행과정에 큰 대가를 치르는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사교육의 영향력이 더 드러나 학생들 간의 학업 격차는 더 커집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 특성상 특히 영어와 수학은 그리고 과학도 앞의 내용이 체계적으로 연계되지 않으면 도저히 진도를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삶을 위한 수업’ 정말 좋은 개념입니다.

학창 시절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의 키팅 선생님처럼 되겠다는 저의 다짐은 교사가 되어 현실의 벽 앞에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학벌주의나 직업 차별과 같은 근본적인 사회 인식과 제도의 변화 없는 자신만의 이상적인 교육은 자신의 학생들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훌륭하고, 부럽기도 하지만 ‘왜 우리는 덴마크처럼 수업을 하지 않는가’라고 물어서는 안 됩니다. 그저 그들의 수업방식에서 우리는 어떤 부분을 우리 교육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만 고민해야 합니다.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그 현실 속에서 학생들의 행복을 지켜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교육현장에는 덴마크보다 훨씬 더 어려운 교육 환경에서도 학생들의 행복을 지키며 삶을 위한 수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분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학생을 위한 교육에만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다 쏟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했던 부분은 특히 환경이 달라도 선하고 아름다운 교육의 본질은 같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며 혼자 해보았던 그 고민의 한 부분을 공유합니다.




오연호 기자가 소개하는 덴마크 교사들의 11가지 수업 철학 중 일부분만 소개합니다.


학생 이전에 인간이다.

Connection Before Correctio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하기 전 교감과 연결이 먼저입니다. 어떤 나라의 어떤 교사라도, 어떤 부모라도 진정한 교사와 부모라면 이미 내부에 장착하고 있습니다. 관계형성과 사랑이 먼저입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억지로 교육하지 않아도 자발적인 교육 효과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수업 진도를 나가기 전에 ‘왜’를 묻는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이 내용은 우리나라에서도 좀 더 구체적인 적용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의 목적의식과 동기유발을 위해서 똑같은 내용을 가르칠 때도 전제되는지 여부가 학습의 성과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왜 공부하는지는 교과서와 교실 밖으로 확장되는 일상생활에 적용 여부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영어 예문을 들더라도 의미 있는 명문장이나 영화나 문학 등에서 발췌한 재미있는 문장을 제시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상위 10%에 들지 않아도 괜찮다. 학생 모두에게 크고 작은 성취감을 안겨주면서 주눅이 들지 않게 한다.

우리나라 교사들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아이의 각자 발달단계와 출발점, 속도 등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사교육과 차별화된 공교육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학생 간의 배려와 협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협력학습, 인성 및 사회성 형성이라는 공교육의 가장 큰 역할을 교사들이 잘 해내야 합니다.




다음은 덴마크 교사의 인터뷰 중 몇 부분입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것,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 이 두 가지는 내가 교사로서 아이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목표하는 지점입니다.

‘예전에는 내가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할 수 있어!’ 우리 아이들은 이런 좋은 경험으로 한 학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어떤 학생은 아주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도 계속 자신을 압박해요. 나는 그런 학생에게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볼 것을 권합니다. 그가 수학에서, 물리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알죠. 그러나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법도 배워야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만족할 줄 아는 법도 배워야 해요. 자기가 이룬 것에 대해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법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떤 일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그 적정선을 찾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학생들도 어떤 우선순위에 따라 자신의 시간을 배분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합니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독립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학생들이 그저 교사의 지도를 잘 따라주기만 바라지는 않아요. 아이들이 실제 세상으로 나가 호기심을 발휘하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배우길 바랍니다.



어떤 친구는 이 사다리의 20단에 올라서 있지만 어떤 친구는 5단에 서 있을 수도 있어요. 선생님은 우리 반 모두가 30단에 올라서기를 바라지 않아요. 각자 내가 서 있는 자리보다 조금씩 더 올라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서로 도와줘야 해요. 모두가 현재의 자기보다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말이죠.




아이들의 선택과 심지어 그들의 실패도 존중하고,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자신의 성장과정 자체를 기뻐할 수 있는 행복교육... 덴마크가 아니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이뤄갈 수 있습니다.

늘 “행복할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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