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반 학생들에게 편지

by 청블리쌤

(2021. 1. 10.)

1. 습관을 또 강조하다

시작을 하는 건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지만 지속하는 추진력은 습관입니다. 그 습관에 이르는 길은 재미없고 지루한 길입니다. 평범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견뎌야 합니다. 그래서 습관이 강력합니다. 일단 한 번 형성되면 애쓰지 않아도 그냥 반복하게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조금 더 견뎌내고 참아야 합니다. 청블리와 함께하는 것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켜내는 것을 견뎌내야 합니다. 그 과정 중에 성취감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느 날, 어느 순간 애쓰지 않고 학습에 집중하고, 힘들이지 않고도 집중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2. 자전거타기 metaphor

교직 5년 차 영어, 수학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준비하다가 교사의 역할에 대한 자전거 타는 metaphor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들이 자전거를 배운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단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여러분들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보통은 자전거를 가르쳐줄 믿을만한 존재가 필요합니다. 두려움과 불안함에 주저앉아 있을 여러분들을 일으켜주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넘어져도 괜찮다고 위로해 주고, 실제로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뒤에서 잡아주는 역할을 할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지요.

그리고 뒤에서 확실히 잡아주고 있다는 믿음으로 여러분들은 용기 있는 페달링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잡고 있는 것인지를 늘 확인받고 싶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는 뒤에서 잡아주고 있던 그 사람은 이미 손을 놓고 있었고, 여러분들도 모르는 사이에 혼자의 힘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잡아주는 사람도 영원한 잡아줌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때가 되면 놓아주어야 합니다. 결국 자전거를 타는 건 여러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도 모르는 사이에 제대로 잘 하고 있었다는 것은 믿기지 않지만 상상이 아닌 현실이었습니다.


저는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기본기의 자전거를 타고 싶은 여러분들을 만났습니다. 시작점에서는 저의 도움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결국 두려움을 떨치고 자전거를 탈 사람들은 여러분들 자신입니다.

벌써 자전거를 저의 도움이나 존재감 없이 신나게 타고 있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그리고 늦게라도 시작하겠다고 쑥스러운 손을 내미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가 먼저 타기 시작했다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준비된 그 순간부터 그저 시작하면 됩니다. 넘어져도 됩니다. 오히려 넘어져야 넘어지지 않는 법을, 다시 일어나는 법을 스스로 배울 수 있습니다.

자기주도학습 구글클래스룸은 여러분들이 자전거를 타는 놀이터라는 플랫폼입니다.


3. 청블리의 존재감은 없는 걸로

지난번 안내글처럼 저는 되도록이면 여러분들 진행 과정에 개입하거나 참견하지 않으려 합니다. 실질적으로 새로운 학년 진급했을 때 현실적인 자리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이유만은 아닙니다. 어차피 제가 학교에 그대로 남았더라도 저는 저의 존재감을 여러분들에게 의도적으로 지웠을 겁니다. 빨리 지울수록 여러분들의 역할이 커지고 여러분들의 성장의 속도에 가속이 붙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좀 서글픈 마음을 억누르며 그동안 한 번도 출석체크하지 않은 몇 사람을 구글클래스룸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저에게 단 한 번도 손을 내민 적이 없었던 거였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 아직까지는 고민이 있으면 제게 언제든 기대도 됩니다. 비밀댓글을 남기거나, 문자로 상담을 신청해 주길...


플래너 인증샷은 꼭 제게 보이려고 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인증샷을 찍는 그 순간 자기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이 객관적으로 확인된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댓글 다는 것도 부담되면 안 해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제 링크의 글을 읽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각자 자신의 읽기를 지속하고 있다면 말이지요.


출석체크만으로도 의미가 있음을 저는 받아들였습니다. 출석체크하는 사사로운 그 순간은 여러분들이 하루의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스스로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4. 약속된 시간

우리에게 약속된 시간은 1월 29일까지입니다. 12월 28일부터 꽉 찬 한 달 하고도 하루 찔끔 더입니다. 이미 또다시 시작된 또 다른 한 달에도 여러분들이 습관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이기도 합니다.


혹 어제보다 못한 오늘에 대해서 약간의 반성만 하되, 좌절할 이유가 되지 않도록 합시다. 기분도 의욕도 그날 그날 달라지고, 자신의 성장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는 순간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쏟아지겠지만, 그럼에도 제가 여러분들을 향해 확신 있는 믿음과 응원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여러분들은 초라하거나 거창하게 공부를 한다는 느낌에 관계없이 어떻게든 그 행복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5. 현타를 부를 수도 있지만 정말 필요한 추가 조언

3학년보다 1학년이 훨씬 더 여유가 있습니다. 시험 전날보다 시험 한 달 전도 더 여유가 있는 것도 당연하구요.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우린 마감시한까지 미뤄두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미뤄두는 습성에 대하 자신만의 결함처럼 기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아직 1월 초입니다. 새 학년 시작까지는 아직 두 달이나 남았다는 안도감이 여러분들 삶의 게으름에 죄책감 없이 머물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일 수 있음도 생각해 봅시다.


지금 시기에, 이번 겨울방학의 목표는 각자 성취하고 싶은 성적에 관계없이 새 학년의 수업 진도를 따라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특히 수학의 경우 중간에 이해가 안 되어 진도를 이해하지 못하기 시작하면 당장 해결이 힘들 수 있습니다. 앞의 단계를 이해 못 하고는 뒤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교과가 수학이고, 과학이고, 영어입니다.


그래서 제가 계속 선행보다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수학을 따라가라면 선행을 충분히 해야 하는 게 아니냐구요? 정식 진도를 나갈 때 수학이 이해 안 된다면 대부분은 선행을 덜 해서라기보다 이전 내용을 제대로 이해 못 해서일 가능성이 훨씬 높으니 여전히 선행보다 복습이 더 중요합니다.


물론, 지금은 복습과 선행을 투 트랙으로 진행합니다. 수학 복습의 내용을 선행의 내용과 비교하면서 연결하는 작업도 의미가 있습니다. 복습은 문제 풀이보다 개념 중심으로 보는 것이 좋은 것처럼 선행도 완벽하게 이해하려 하기보다 그저 구경하듯이 개념을 공부하고 관련 유제 문제를 보며 확인하는 과정으로 부담 없이 진행하면 됩니다. 어떤 내용이 나올지 궁금해하며 탐구하는 설렘이 완벽하게 해내야한다는 부담감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그러니까 이해도에 따라 더 어려운 문제를 도전하는 건 말릴 일은 아니지만 어려운 문제를 풀었다는 만족감보다 하나라도 더 정확하게 개념과 원리를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과의 경우 과학 예습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개학하면 수업 진도를 정상적으로 나갈 것이니 철저하게 수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역시 수업을 이해할 수 있는 준비라고 생각하고... 주어진 시간 내에서, 주어진 능력껏, 즐거운 걸음으로 탐구하듯 보기 바랍니다.


중요한 건 일정 공부시간을 확보하는 것이긴 하지만, 매일 상황과 컨디션 등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 바, 산술적인 공부시간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조금이라도 매일 꼭 해야 할 분량은 반드시 한다는 마음으로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과 학생들은 아무리 수학과 과학이 급해도, 영어와 국어를 지금 소홀히 하면 나중에 역풍을 맞습니다. 오히려 영어와 국어를 충분히 학습을 해 두어야 학기가 시작될 때 수학에 집중할 여유가 생깁니다. 물론 그때도 영어와 국어는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겠죠. 조금씩이라도 매일 한다는 것은 영어는 어휘와 구문(어법) 기본기까지, 국어는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빨리 읽는 능력을 갖추었을 경우에만 유효합니다.


방학의 긴 시간에 하루종일 수학과 과학만 공부하는 것은 어차피 효율도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정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국어, 영어의 기본기가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 한해서 수학공부 하기 전 영어 10분, 쉬는 시간 후 수학 그 다음 세션 시작하기 전 국어 10분, 쉬는 시간 후 과학 한 세션 시작하기 전 또 영어 10분.. .이런 식으로 습관을 들이면 2학년 올라가서도 시간의 압박 없이 국어, 영어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일정분량의 긴 시간을 잡아두려면 늘 수학과 과학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늘 학원 숙제, 학교 수행평가, 과제 등에 밀리게 됩니다. 국어, 영어는 성적에 관계없이 당장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생각이 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한 방에 훅 가면 그 다음 회복에는 몇 배의 노력과 관리가 들게 되니 여유 있을 때 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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